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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P 포켓라디오와 소비자 부담

글쓴이 : SOONDORI

Panasonic RF-P50D 포켓라디오. (끝에 ‘D’가 붙었다) 앞으로  수 년 내 이런 DSP(Digital Signal Processor) 라디오들이 전통적인 아나로그 포켓 라디오들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트랜드 배경에는 여러가지 것들이 있겠지만 일단 제조가 편리하고 그 만큼 이윤을 더 남길 수 있다는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예를 들어 부품 수가 적고 조정점이 없으면 공정을 단축시킬 수 있고 투입 자원의 규모는 작아지며 마진은 커진다.

* RF-P50과 RF-P50D의 상세비교 글 : http://blog.daum.net/monobac/5643847

이 모델에는 미국 실리콘-랩社의 Si4832/35 DSP 튜너-칩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과거 경험했던 바 이 회사의 칩들은 성능이 꽤 좋다.

(FM S/N 50dB, 스테레오 분리도 42dB. 그렇다면 RF-P50D에서 스테레오 처리를 했을까? 기대하지 않는다)

아무튼 이런저런 기술적 우월성에 착안한다면 새로운 방법론이 좋기는 한데… 은닉된 두 가지 치명적인 단점들이 있다.

○ DSP 동작의 전단인 프론트-엔드부의 가변동조를 위해 Vari-Cap(AM)/VCO(FM)를 제어하는 가변분압(Voltage Dividing) 회로를 쓰는데 그곳에 수명과 품질이 형편없는 가변저항을 쓰는 것이 문제이다. 가변저항은 상시 마찰을 하는 부품으로서 시간이 흐르면 늘 접점마모가 생기고 저항값의 유동 즉, 드리프트(Drift)도 일어나면서 오작동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저가 제품군 제조에 있어서 가변저항을 대체할 만큼 싼 방법이 없다.

○ 동조를 디지털적으로 처리하므로 아나로그 바리-콘 방식과는 그 조작감이 많이 다르고 어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93.4357…78Mhz를 수신할 수 없으므로 동조 Knob을 돌릴 때 선국 단절이 생긴다. 가변저항은 아나로그 소자인데 무슨 소리? 가변저항의 접촉저항은 제조 한계 때문에 a) 균등하지 않고 b) 포지션의 위치 재현성이 떨어지며 c) 그 결과 생각만큼 아나로그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고정밀 로터리-엔코더를 쓰는 방법은? 부품이 더 필요하다. 회로가 복잡해지고 비용도 커져서 저가 포켓형 모델의 개발컨셉에 맞지 않는다.

신뢰성 높은 폴리-바리콘 생산과 재고는 줄어 들고 IFT 등 부속 부품들의 구매단가도 상승하는 시절인지라 제작사가 이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한들 고육지책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니…

어쨋든 여기까지의 요지는 (1) 성능개선 관점에서 DSP는 좋지만 (2) 부족한 내구성과 조작감 두 가지는 ‘가변저항으로 선국을 하는 DSP 라디오’가 갖는 절대적 한계라는 주장. 최소한 아나로그 애호가가 바라보는 관점이 그렇다.

그 다음으로… “제작사는 유리하지만 소비자는 불리하다”

사실 디지털 회로에 아나로그적 감성을 완벽하게 접목,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다. 몇 년 적당히 쓸 수 있다면 모든 것 포기하고 그럭저럭 넘어가는 게 맞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감한 디지털 회로의 동작 기준점을 내구성과 신뢰도가 극히 떨어지는 (싸구려)가변저항에 종속시켰다 함은… 논리상 미래의 관리부담을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는 뜻. 수명년한 n년을 놓고 볼 때 누구는 이득을 보고 누구는 손해를 본다.

그래서 결론은? “DSP가 쓰인 포켓 라디오를 구매할 때는 버튼식을 선택하는 것이 합당하다” 혹은 “아직은 팔리고 있는 몇 몇 폴리-바리콘 모델들 중 하나를 미리 구매해 놓거나…”

 

12 thoughts on “DSP 포켓라디오와 소비자 부담

  1. 가변저항기 사용으로 부품 내구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쓰셨는데, 제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최근의 저질 바리콘에 비하면 훨씬 낫다는 결론입니다. 2011년 이후 저질 바리콘 때문에 소니 ICF-T46을 여러 대나 버려야 했던 아픈 경험 때문인지 바리콘 라디오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습니다.

  2. 제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최근의 급속한 DSP화에는 제작비용 절감 측면도 크겠지만, 저질 바리콘이 작용한 부분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중국 NCE사에서 만든 바리콘이 항상 말썽을 일으킵니다. 고품질의 바리콘을 만들던 일본 Mitsumi사는 작년에 바리콘 생산을 아예 접었습니다.

  3. DSP 기종인 RF-NA35를 4달 정도 써오고 있는데, 제가 라디오를 좀 험하게 쓰는 편입니다. 튜닝하는데 막 엉뚱한 곳으로 튜닝되거나 그런 치명적인 현상은 없었습니다. 저의 험악한 사용 스타일로는 ICF-T46 같으면 바리콘이 아작나서 쓰레기통으로 가야할 정도가 되었을텐데, RF-NA35는 기본적인 문제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4.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 주제는 “두 물체가 만나는 면의 접촉상태가 얼마나 오랜 동안 건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포커싱되어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 경우는 가변저항의 저항판에서 트러블이 자주 일어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고 ‘OO’님께서는 과거 NCE 제품의 열악한 품질 등을 생각할 때 가변저항쪽에 손을 들어 주신 것이고요.

    오호… 그나저나 ICF-T46을 여러 대 버릴 정도라면 NCE 바리콘이 정말 문제가 심각했던 모양이군요.

    네… 포켓 라디오에 있어서 직전의 아나로그 제품들이 DSP 제품들의 탁월한 성능을 따라 잡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관점에서든 변화의 추세를 거스를 수는 없겠지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를…

    p.s. 질문이 있습니다. 마침 관심을 가졌던 제품입니다. 파나소닉 RF-NA35 수신성능, 조작감, 조립품질 등 제품성에 대한 일감의 판단은 어떤지요?

    [ 이 댓글을 읽는 분들을 위한 참조 링크 ]
    (미츠미 합병관련 정리) http://audiopub.co.kr/2017/11/11/%EC%9D%BC%EB%B3%B8-%EB%B8%8C%EB%9E%9C%EB%93%9C-mitsumi/
    (RF-NA35) http://img1.kakaku.k-img.com/images/productimage/fullscale/K0001000072.jpg

    1. ICF-T46(2011년 이후 생산품)이나 RF-NA17A(2016년 생산품)은 바리콘이 NCE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제조업체가 확인이 안됨), 저같이 험하게 밴드스캔하면서 쓰는 타입이면 1~3달만에 바리콘이 아작나더군요. 2007년에 구입한 SRF-S26은 바리콘이 아직도 멀쩡하지만, 2015년에 구입한(2010년대 생산품) SRF-S26은 1달만에 바리콘이 아작났습니다. 그리고 ICF-S10MK2, ICF-40, ICF-P26 등과 같은 라디오의 경우 NCE제로 바뀐 이후로 바리콘 내구도에서 말썽이 많았습니다. 여담으로 ICF-390, ICF-8은 신뢰의 상징인 Mitsumi 바리콘을 쓰더군요.

      개인적인 평가이지만 신뢰도는 Mitsumi제 바리콘 > 동조용 가변저항기 >>>> 저질 바리콘 순입니다. 볼륨조절용 가변저항기도 RF-R150A(재래식 바리콘 기종)와 RF-R155(DSP 기종)를 비교하자면 볼륨조절용 가변저항기 오작동 현상은 후자쪽이 현저히 적어졌습니다. 물론 부품은 동일 품질로 보이지만, 아무래도 재래식 기종은 가변저항기의 궁합이 안좋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라고 할까 이온산화물이 더 잘끼고 그런거? 고급이라고 치는 Mitsumi 바리콘도 유독 RF-P50 미국버전과 궁합이 워낙 안좋았습니다. 바리콘 내부에 하얀 이온산화물이 자주 껴서 저질 바리콘 수준의 불량을 일으키고 그랬거든요.

      RF-NA35를 평가하자면, 수신 성능은 우수하다고 봅니다. RF-R155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소리도 2.8cm 구경의 스피커 치고는 빵빵한 편이고요. 다만 이어폰잭이 3.5mm 표준형이 아닌 2.8mm 초미니형이라는 점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그리고 소비전력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고요. 사출성형 품질은 그냥 보통 수준입니다. 내장 바 안테나는 비교적 충격에 약한 편이라서 가급적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아쉬운 점은 스피커 앞 가림막인데요, ICF-T46, RF-NA15 처럼 플라스틱에 자잘한 구멍만 뚫었으면 좋았으련만 쓸데없이 가림막을 사용했습니다.

      4개월 쓰다보니 앞가림막이 벗겨지는 문제점 때문에 도시바 TY-APR3를 해외직구(아마존저팬
      – 배대지)로 구입할 계획이 있는데, 추천할만한 기종인지 궁금합니다. TY-APR3와 TY-SPR3 사이를 저울질 중입니다.

    2. 바리콘 라디오의 기종의 문제점이 뭐냐하면 동조회로에서 코일, 트리머와의 궁합 문제 때문에 동일 기종인데도 감도가 조금씩 오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가끔 트래킹 조정을 다시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역 내 감도가 고르지 못한 경우도 있고요. 예를 들면, 600kHz대에서는 감도가 괜찮지만 1500kHz대에서는 감도가 미흡하다는 그런 식으로요.

      DSP 라디오의 장점은, 재래식 바리콘 라디오와 다르게 코일(중파용 바 안테나 제외)를 안쓰다보니 기기별 감도가 고르다는 점입니다. 대역 내 감도도 고른 편이고요.

    3. 성능 측면에서는, FM대역에서는 DSP 라디오가 재래식(바리콘, PLL 포함) 라디오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고 봅니다. 우선 이미지 신호 대처능력이 워낙 뛰어나기에 DSP가 재래식에 비해 실질적인 체감 성능이 우월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서울 청계천광장이나 용산에서 비교 실험하시면 아실겁니다. 그리고 2000년대에 방송 장비 자체가 많이 디지털화 되었기 때문에(생방송 DJ 목소리도 더이상 순수 아날로그음이 아님) 수신기 내부에서 디지털 변환을 거친다는 부분은 현실적으로는 단점이라고 볼 순 없습니다.

      다만, 중파, 단파대역으로 가면 DSP는 좀 호불호가 갈립니다. 필터폭 선택 옵션이 6, 4, 3, 2, 1kHz로 저렴하게 구현가능하며, 필터링이 비교적 날카롭다는 점에서 재래식보다 우월합니다.
      하지만, DSP는 중간에 디지털 변환을 거치는데, FM은 15kHz이니 잘 티가 안나지만, AM은 4kHz 수준이라 디지털 에얼리싱이 잘 드러나서 사람에 따라 듣기가 거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신호강도 이하면 자동으로 드롭되는 기능은 특히 단파방송에서는 거북하고요.

    4. 아무튼 동조용 가변저항기는 기기 수명과 비슷하게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염가형 라디오 자체가 기기 자체 수명이 10년 넘게 가는 게 힘들고요. 재래식이든 DSP이든 상관없이요.

    5. 가변저항기 동조식 DSP 라디오는 튜닝할때 불편한 점이 있긴 하지만(특히 초인접국 DX수신 시도할때) 애초부터 로컬국 수신에 초점을 두고 칩을 설계한 것이라서요. ㅎㅎ 동일계열(si4831, 4835, 4836)의 수신칩을 사용하는 RF-NA35, TY-APR3, RF-P155, RF-P50D, DE321 다 마찬가지입니다. 인접국 DX수신까지 하려면 액정표시 형태인 PL-380 등으로 가야하지요.

  5. 답변 감사드립니다.

    1. 그런데 그 ‘이온산화물’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OO님처럼 심각하게 집중해서 포켓라디오를 쓴 적이 없어서요. 예를 들어 극판과 Poly-Ethylene Film의 마찰 때문에 코팅면(?)이 벗겨지면서 생기는 뭔가를 말씀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화학적 결합에 의한 모종의 산화물이 생긴다는 말씀인지… 궁금합니다. 어느 경우든 극판 정전용량에 심각한 변화가 있겠군요.

    2. (배송비 별도) 1800엔 주고 구입한 TY-APR3는 수신감도 좋고 쓸만합니다. 디자인도 만족스럽고요. 실제로 지하철 이동시 애용하고 있습니다. 라디오 듣고 다니면 할베취급을 당한다는 아내의 만류에도 물구하고…^^ 아… FM/AM 절환스위치의 조립불량 문제가 있었네요. 아마도 제 경우만 해당되겠죠?! 아마도요.

    3. 최근에 라디오 몹시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NA35 단아하니 예뻐보입니다. 잭이 작으니까 일반 이어폰 못쓰는게 상당히 고민스러운… 단점이네요.

    4. 디지털 선국방식의 TY-SPR3, TY-SPR5를 놓고 잠시 고민을 해보았는데 나중엔 SPR5가 어떨까 싶었습니다.

    5. ‘신뢰의 상징 미쓰미’ 깔끔한 한 마디 정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를…

    p.s. 세밀하게… 글을 잘 쓰시는 분이시라 생각되어 드리는 말씀으로서 훗날 다른 기종 해외 구하시고 감상평과 사진들을 건네주시면 이곳에 POST로 등록을 하고 싶습니다만… 어떠신지요?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지요. 편하게 판단해보셔요.

    1. 이온산화물이라는게 그 바리콘 내부 필름에 끼는 하얀색 이물질 그런걸 말하는겁니다. 마찰 그런거는 아닙니다. RF-P50 동남아시아 버전은 미국 버전과 달리 그런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거든요 (바리콘 자체는 동일 부품). 회로상 궁합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때(거의 20년이 되었음) 소니 ICF-380을 써봤으니까 그쪽 분야에선 경력이 긴 편입니다. 소니, 파나소닉 여러 기종들을 써봤고요.

      감상평을 쓰기에는 디카가 너무 구려서요^^.

      그리고 TY-APR3 성능은 AM, FM 모두 RF-P155와 비슷한 수준이던가요?

    2. 예전에 저도 TY-APR3이 잠깐 눈길이 갔으나 혹시나 저질 바리콘을 썼지 않았나는 걱정 때문에(특히나 ICF-T46, SRF-S26 2010년대 생산품, ICF-P26, ICF-S10MK2 2011년 이후 생산품, ICF-P22, ICF-40의 저질 바리콘에 하도 많이 데여봐서)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워서 구매를 미루고 있었습니다. DSP 기종이라고 하니 구매가 당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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