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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부터 옷이 없었던 진공관 앰프들

글쓴이 : SOONDORI

“사람의 옷과 같은 케이스가 처음부터 없었던 앰프”

트랜지스터 앰프들이 득세하던 시점, 그 이후는 모든 기기들이 옷, 케이스, 껍데기를 갖고 있지만 그 이전에 나온 기기들 중 일부는 심하게 발가벗겨진 것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장전축에서 나온, 다소 거친 모습의 진공관 앰프들.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어설픈 형태, 그래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인 장전축 적출 진공관 앰프를 즐기고 있는데… 내친 김에 ‘처음부터 입을 것이 없었던 진공관 앰프들’의 출처를 정리해보았다.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s://loveachild.com/wp-content/uploads/2017/05/Haitain-children-no-clothes.jpg)

■ Cabinet Console 오디오에서 분리

엔틱급으로 분류될 1960년대 이전의 초기 오디오들은 대부분 가구에 준하는 외형의 목재 구조물 안에 앰프와 부속물들을 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그 시절은… 가구는 친숙했으나 독립적인 모습의 오디오 시스템은 어색했던 때이다.

(1960년대 마그나복스 스테레오 Cabinet Console. 출처 : https://rustygolddesign.files.wordpress.com/2013/09/dscn1039.jpg)

시간이 흐른 후 자연스러운 기기들의 소멸과정에서 적출된 앰프 덩어리들이 적당한 미화작업을 거치고 수 십 만 원 대 기기로 거래시장에서 유통된다. 참고로 2~3W 소출력 앰프들은 크기가 작아 적당한 가정용, 업소용 목제 도마 위에 얹혀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들을 특정하여 ‘도마앰프’라고 칭하기도 한다.

(1968년 스테레오 캐비닛 콘솔 광고. 출처 : https://flashbak.com/wp-content/uploads/2017/01/21_08_1968_0068.jpg)

적출된 것들은 앰프로서의 기능에 전혀 문제가 없지만 장(欌, Cabinet, 물품을 넣어 놓는 공간으로서의 의미) 안에 집어넣을 요량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단일한 철제 프레임에 얹혀진 상태로, 완전히 노출되고 일부 부속물들은 주렁주렁 메달리기도 하면서 시각적으로는 꽤 어수선하다.

(적출된 Magnavox 앰프. 출처 : https://i.pinimg.com/originals/1e/4e/38/1e4e38eec4f4a87a481cde1b0879c2b1.jpg)

아무튼 누군가 스피커 단자를 달고 RCA 입력부를 붙이고 적당히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외형을 정리하고… 그래도 여전히 어수선하겠지만 잘 동작하는 오래된 진공관 앰프에서 좋은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그 자체가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고 확실히 진공관이라서 다른, 나름대로의 멋과 듣는 맛이 있다.

■ 휴대형 LP 플레이어에서 분리

LP 말고는 포터블 매체를 쓸 수 없었던 시절의 기기에서 적출된 앰프.

■ Reel Deck에서 분리

고장난 진공관 릴-데크를 가져와 앰프회로를 제외한 나머지를 톱으로 싹뚝 잘라내고 적절히 마무리하여 독립 진공관 앰프로 만드는 경우. 이 방법론은 금속 케이스를 적당히 응용해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흔히 사용되는 것은 소리 좋다는 평들이 많은 AKAI 1710 계열 모델들.

(개조 전 상태 AKAI 1710W. 출처 : https://lookwhatifound.bid/wp-content/uploads/WCPhotos203909.jpg)

(개조된 AKAI 1710)

(아예 Left와 Right가 독립된 아카이 릴-데크 앰프부 예시. 출처 : https://picclick.com/Vintage-Akai-Roberts-Tube-Record-Playback-Preamp-Reel-192536880269.html#&gid=1&pid=6)

■ Guitar Amp에서 분리

앰프는 앰프. 그러나 기타앰프는 전자픽업을 상대하고 있고 사용목적상 순수한 음의 재생보다는 적당한 왜곡의 가미를 염두에 두고 있으므로 순음의 감상에는 적합하지 않을 가능성 있다. 그 경우는 약간의 회로수정이 필요할 것.

* 관련 글 : 영국 브랜드 Marshall, 악기나 다름없는 기타앰프의 전설

■ Radio에서 분리

역시 앰프는 앰프. 다만, 진공관 스테레오 라디오는 정말 흔하지 않고 앰프만 분리하기도 쉽지 않으며 특히, 커다란 캐비닛 콘솔에 비해 크기가 작은 편인지라 적출, 재활용의 의미는 작아진다. 이런 기기는 적출이 아니라 목제를 수선하고 제대로 고쳐서 쓰는 게 맞다.

■ Electronic Organ에서 분리

예를 들어 아래는 유명한 미국 Hammond社의 M-111 전자오르간과 그것에서 적출한 앰프. 이런 출처 앰프들은 대체적으로 소리가 풍성하고 좋다는 의견들이 있다. 오르간은 약간의 ‘과장된 울림’이 중요하므로 아무래도 당연한 이야기. 기타앰프 사례와 같이 순음재생의 관점에서는 아무래도 회로점검과 보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판단.

(출처 : http://www.stefanv.com/electronics/hammond_ao29_overhaul/wiresoff.jpg)

(출처 : https://ebth-com-production.imgix.net/2015/04/24/15/34/40/518/EBTH142.jpg?ixlib=rb-1.1.0&w=880&h=880&fit=crop&crop=&auto=format)

한편으로 옷이 없는 진공관 앰프는 별 부담없이 받아들이지만 트랜지스터 앰프를 적출하고 노출된 상태로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이유는?

a) 진공관은 시각적으로, 구조적으로, 기능적으로 노출형이 적합하기 때문에, b) 트랜지스터 앰프는 커다란 방열판 외에는 관찰의 재미가 없기 때문에, c) 트랜지스터 앰프는 분리 가능한 독립형 새시-프레임을 쓰지 않기 때문에 즉, 트랜스포머 외 모든 것을 줏어 모야야 하는 부담이 있다, d) 그리고… 트랜지스터 앰프, 그 이후의 것들은 본래부터 자기 옷을 입고 세상에 나오기 때문에. 자기 옷이 있는데 굳이 옷을 벗기고 쓸 것은 아니니…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겠다.


완전히 고장난 트랜지스터 앰프를 분해하고 적출된 진공관 앰프처럼 사용한다면?

다음은 내부 구조상 비교적 쉽게 적출, 재조립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었던 마란츠 SR-930 리시버의 파워앰프부. 트랜스포머와 방열판이 워낙 거대해서 오히려 노출형 파워앰프로서의 시각적 효과가 클 듯하다. 음이 좋고 나쁘고는 별개 사항.

(출처 : https://web.facebook.com/audioservis/photos/a.383402361757659/1498112010286683/?type=3&the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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