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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의 역사를 만나다] 리비도 하이파이, 최재웅

글쓴이 : SOONDORI

‘오디오의 역사’의 ‘역사’라는 수식어는 사실, 50대의 최재웅 대표에게 걸맞지 않다. 그런 세월이 무거운 문구는 박병윤 선생님 연배의 분에게나 어울릴 만한 단어. 그럼에도 1996년부터 2022년 현재까지, 약 27년간의 공식적인 활동과 그 이전의 이런저런 인생 준비 과정을 생각하면, 그리고 ‘트랜지스터 앰프 제작’이라는 한 길만 걸어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런 수식어를 붙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이하는, 서울 나들이를 하는 참에 방문하고 “어떤 것이 너무 좋아서 그 일을 계속한 분, 계속하실 분”이라는 일방적 단정 하에 나누었던 대화의 요약정리.

○ (간단한 개인 소개 후) 2012년, 오디오에 입문해서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보니까 대한민국 오디오에 대해서은 정보가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지도 않아서… 주제가 무엇이든 과거를 기록해두면 훗날 누군가 열람하고 한 줄이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던 참에, 대화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박병윤 선생님 인터뷰 취지와 같습니다.

* 관련 글 : [오디오의 역사를 만나다] 고려전자 마샬, 박병윤 (1)

■ 제가 수입 오디오를 처음 들었던 곳이 그 시절의 청계천이었습니다. 진공관 앰프들, 스피커들… 1985년경, 우연히 부품을 사러 지나가다가 아기자기한 크기의 영국 리크 오디오를 들어보게 되었는데 전에 듣지 못했던 사운드가 나와서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디오를 쭉 하다 보니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인켈이니 금성, 에로이카 등 많이 있었잖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 오디오 문화와 외국의 오디오 문화의 시작점이 크게 다르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독일, 영국, 미국 등 나라에서는 자작 동호회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그것이 어느 순간 제작사로 바뀌었던 셈이지요. 자작 중심 Ham 문화가 오디오 세상에도 영향을 주고 동호회도 활성화되고 그렇게 단계별로 나가다가 투자가도 나오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처음부터 기업형이었습니다. 먼저 자본이 있고 그것이 일본 등 제휴선과 연결되어 대량 생산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오디오라는 게 사실 저주파 증폭기 아닙니까? 우리나라 교육에서 제일 하등 한 것으로 치부합니다.

○ 아하! 왜 그럴까요?

■ 기초 기술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지 않습니다.

○ 작금의 산업 분야를 보면 물리적인, 기초적인 것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데이터 시트부터 보고 뭘 만들기도 합니다.

■ 그게 다 돈 때문입니다. 6.25 이후에, 빨리 상품화하고 빨리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런 방식에 몰두를 했고 그런 게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청계천을 왔다 갔다 하던… 그때가 아름다운 시절이었지요.

■ 그랬죠. (웃음)

○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그 특별한 ‘조선전자’에 대해서 몇 말씀 더 해주시지요?

■ 그것은 제가 초등학교 때 만든 브랜드입니다. (큰 웃음) 시골이라지만… 공무원이셨던 아버지께서 음악을 좋아하셨고, 집에 독수리 전축이 있던 만큼은 대체로 유복했던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집에 소리를 녹음한 샘플러 LP도 많아서… 그런 것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오디오에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이지요. 이후, 말할 수 없는 어떤 사정으로 외톨이 신세가 되었습니다. 6학년 때부터 신문 돌리기도 하고 나중에 직업군인이 되어 사회생활의 기초를 잡아보자는 생각도 해보고… 그리고 그쪽으로 갑니다. 여러 가지 생각과 시도가 많았습니다. 29인치 브라운관 TV가 최대인 시절에 HD TV를 상상하고 언제쯤 그런 것을 사겠다는 계획도 세웠고…

○  (웃음) 상당히 치밀한 천재 소년이셨네요. ‘조선전자 컴포넌트’를 고등학교 때 만드신 것이라고 해도… 그전에 동기, 경험, 솜씨 그런 게 있어야 하니까 미리 준비를 하셨던 것이지요?

■ 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납땜을 했습니다. 그전에는 플라스틱 모형 제작 취미 생황을… 태엽이 들어가는 제품이 있잖습니까? 그런 것을 가지고 놀다가 중학교 올라갈 때쯤에는 모터 달린 것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 이거 신기하네? 그런데 건전지 살 돈이 없는 학생에게는 곤란함이 있었지요. 그래서 독수리표 전축에서 전원을 빼서 별별 실험을 하고… 덕분에 독수리표 전축은 제 마루타가 되었습니다. (웃음) 한 번은 선풍기에 뭘 연결했는데 웅~하고 돌아가지는 않아서… 그때 처음 AC와 DC의 차이를 알게 되었습니다. 궁리해서 다이오드로 완벽한 직류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게 브리지 다이오드 회로였더군요. (웃음)

○ 어린 시절의 어떤 불편함이 없었더라면 훨씬 평탄한 길을 걸어갔을 수도 있었겠습니다? 그래도 적당한 시점부터는 본인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계시는 것이죠?

■ 불행인지 다행인지 식구들이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서로 큰 웃음)

○ 정리해보자면, 오디오에 대한 꿈이 많았던 어떤 어린아이가 꿈을 잃지 않고 훗날 리비도 하이파이를 설립한 다음, 자신의 시그니처가 들어간 오디오를 세상에 내놓고… 저는 그게 훌륭한 삶의 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궤적은, 예를 들어 유럽 쪽의 일반적인 패턴을 따라간 것이고… 또 앞서 이야기 나온 대로 우리나라는 매스 프로덕션 위주 세상이었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잘 안 보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 그렇지요.

○ 1980년대~90년대는 오디오 피크 시절입니다. 1990년대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신 셈인데 그전에 비해 뭔가 여건이 달랐던 것일까요? 물론 이후 IMF가 있었고…

■ 제가 춘천 출신입니다. 그곳에는 음악다방이 많았습니다. 거기서 맥킨토시를 처음 봤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보기 어려운… 거기에 JBL 물리면 끝이죠. (웃음) 그때만 해도 수입 오디오가 특정 계층에게만 향유되었습니다. 그러다가 88 올림픽을 기점으로 오디오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일종의 황금기를 구가하게 됩니다.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일본, 대만, 한국이 중요한 소비처로 등장하게 됩니다. 그때 일본 쪽에서는 ‘스테레오 사운드’ 잡지가 있고… 초창기 마크레빈슨은 일본을 주된 시장으로 점찍고 사운드 튜닝을 했습니다. 어쨌든 80~90년대에는 오디오의 종류가 많고 가격도 다양해서 소비자에게는 아주 좋은 세상이었습니다. 그런 것이 MP3가 나와서 다 무너지고 디지털화로 전이되고 ‘무조건 리모컨’을 선호하는 세상이 오고…

○ 네. 그 시절의 팬시한 아이템인 리모컨은… 그것 구현하려고 자원 배분을 엉뚱하게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그런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리비도 하이파이 설립의 배경으로 간주해도 되는 것이겠지요?

■ 네. 그리고 제가 수입 오디오는 거의 다 들어보았습니다. 뚜껑 열고 살펴보고 어떤 부품을 썼는지 다 보고… 그때 가장 큰 관심이 있었던 게 트랜지스터인데, 진지하게 트랜지스터 사냥을 시작합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국내에, 옛날 것부터 해서 트랜지스터 재고가 아주 많았습니다. 웬만한 트랜지스터는 거래처에 전화하면 며칠 후에 구해주기도 하고… 그때는 OP.AMP가 잘 안 들어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요즘은 OP.AMP로 도배가 되지만, 그 시절에는 대부분 다 디스크리트 방식이었지요.

○ 네. 그 방식 좋습니다. 저도 좋아합니다.

■ 제작 공장이나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진공관처럼 트랜지스터도 형번에 따라 음색이 다 다릅니다. 어떤 게 더 좋을까? 그렇게 다 테스트를 했습니다.  (오래된 <트랜지시터 규격 및 대치표> 서적을 보여주며) 그때는, 전문서적은… 세운상가 2층의 세운서적 밖에 없었습니다.

(▲ 우연히 목격하게 된 1988년의 하사관 마크. 계획한 대로 잠시 직업 군인의 길을 걸었다는 뜻)

(낡은 종이를 펼치며) 그때는 컴퓨터가 없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다 적었습니다. 

○ 네. 스스로 학습하고 동기도 있고 어떻게든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오신 것이네요. ‘소리 사이’라는 회사와 ‘리비도 하이파이’라는 현재 회사…

■ ‘소리 사이’ 시절의 앰프는 볼륨 Knob만 빼고 밀링 머신을 직접 조작해서, 패널과 케이스까지 다 제가 만든 것입니다. 동창이 나사 만드는 공장에 다니고 있어서… 엄청나게 고생하며 만들었습니다. (큰 웃음)

(▲ INT 50.2 인티앰프. 1996년~1997년 기간 동안 5대만 제작되었다고 한다)

○ 그렇게 2022년까지 걸어오는 동안… 모듈 교환식 프리앰프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소비자가 교환한다”, “공급자가 플랫폼만 제공한다”는 전략을 매우 좋게 생각을 합니다. 소개해주시겠습니까?

■ 오디오를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음은 다른 분도 좋아하실 것이다”라는 착각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교제할 여지를 두었습니다. (아래 교체형 모듈을 보여주면서) 그런데 사실, 모듈을 교체하는 분은 전체의 1 프로도 안됩니다. (웃음) 80~90년대만 해도 오디오 케이블은 번들 제품을 사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오디오를 열심히 하시던 분께서… 청계천에 유명한 ‘리어카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그게 미제 테프론, 반델… 종류가 아주 많았습니다. 어떤 분이 그것을 가져가서 써보니 너무 소리가 좋았고… 그리고는 입소문이 났던 일도 있습니다. 그렇게 뭘 바꿔보던 시절이 가고 지금은, 아까 리모컨 시절이라고 했습니다만, 시대가 변하고 편리함이 우선하는 때가 되니까 수정이나 변경 등 뭘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형광등 교체도 하지 않으려는…

○ 소비자 활동 트렌드가 바뀌었다는 것이군요. 예전에는 오디오를 하려면 부지런해야 했고 또 개선점도 많고 그랬는데… 사실 요즘 것은 땜하기도 어렵지 않습니까? 다층 기판 땜은… 네. 그렇게 해서 레인보우가 나오고… 그것은 직접 디자인하신 것인가요?

■  네. 제가 직접 했습니다. 재미있는 게… 혹시 레인보우 1을 보셨습니까? 그게 2000년대 초에 나왔습니다. 공동구매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사실, 디자인은 독일 MBL 엔지니어가 해준 것입니다. 여러 군데 의뢰를 해보았는데 일본 쪽은 별로였고… 독일에서 심플하게…

(▲ 실효 출력 300W@8오움, 입력 단자 5개, S/N 98dB, 428mm × 130 × 380, 16Kg, 당시 판매 가격 150만 원. 2000년~2006년. 단지 80여 대만 판매되었다는, 그러면 손동훈 대표께서 만드신 SIS社의 걸작, 모듈화 된 파워 블럭을 사용하는 트랜지스터식 SIS 7701 인티앰프를 따라가는 희소성이 있지 않을까? 아깝게도 어느 시점 모든 자재를 불용 처분했다고)

(▲ 전원 스위치를 좌측 모퉁이에 배치한 것은 디자인 부담, 인증 부담 등 사유가 있어서…)

○ 아하! 제 취향상 조작부가 밑으로 내려간 <레인보우 1> 디자인이 참 좋다고 생각합니다. <레인보우 2>의 경우는 폰트가 조금만 달랐으면 어떠했을까? 그런 정도 외에는… 다 좋다고 생각하고요. (웃음)

■ (웃음) 그런데 그 당시 구매자 분들은 그게 독일 디자인이라는 것을 모르시잖아요? 국산이라고 욕을 먹기 시작합니다. “기판이 왜 이 모양이냐”, “여기는 직각 패턴을 썼네?”, “국산이라서 어쩔 수 없네” 등. 그 시절에는 ‘국산’ 꼬리표가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굴레와 같은 단어였습니다. 왜 그랬는가 하면… 그즈음에 공동구매가 성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결과가 안 좋은 일이 많았습니다. 일단 품질이 안 좋은 데다가 사후관리가 엉망이고 제작자가 도망가기도 하고… 어떤 경우 감옥에 가신 분도 계십니다. 회사 차리고 공동구매 한번 하고 사라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오디오 만드는 게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사업이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국산’이 부정의 키워드로 작용하기 시작합니다.

○ 그렇게 폄하 의식이 퍼지기 시작했군요. 그리고 인터넷 발달과 맞물려 쉽게 전파가 되었을 것이고요. 요즘 100만 원 이하의 디지털 앰프에서, 상행위에 전도된 사례가 종종 있고 시장이 계속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고 보는데, 좀 안타깝습니다. 한편으로 <리비도 하이파이>는 존재 의미가 다른데 소비자는 제대로 집중하지 않습니다. 그렇고… 트랜지스터 앰프에 집중하게 된 동기를 한 줄로 정의하자면요?

■ 한 마디로 표현력이 넘칩니다. OP.AMP는 이미 결론이 나 있는 소리입니다. 입력이 넓습니다.

○ 디스크리트 방식을 기준으로 말씀하시는 것이죠?

■ 네. 가장 중요한 초단 증폭의 설계에 따라 음의 표현력이 상당히 달라집니다. A라는 곡을 들었다가 B라는 곡을 들으면 마치 각기 다른 앰프로 듣는 것과 같습니다. OP.AMP는 다르고 정해진 착색이 있지만 디스크리트는 착색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트랜지스터의 조합, 초단, 프리, 드라이브 등 각 단계의 조합이 잘 맞아야 좋은 소리가… 그런 것을 제가 몇 번이나 테스트해보았겠습니까? 미치지 않고서야 힘들지요. (큰 웃음)

○ 많이 하셨다는 것이지요. (웃음) 그런데 그런 것을 파악하고 정리하려면 잘 듣는 능력도 중요할 것인데요.

■ 제가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니며 성가를 하고 여러 가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제가 수입상을 잠시 했는데요. 지휘자 활동을 하신 어떤 분의 소개로 실황 연주를 많이 따라다니며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 기준은 모니터적인 소리입니다. 리비도를 듣는 분의 공통적인 말씀은, “녹음이 잘 안 된 CD에는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는다”였습니다. 오디오를 듣는 분들이 그 오디오가 자신의 모든 감각을 다 주물러 줄것이라고 기대를 합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디오는 강이 있고 약이 있고 중간이 있고… 조화입니다. 그런데 착색, 강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네. 착색과 어찌 보면 담담하고 담백하고 무미건조하게, 정확하게 음을 전달하는 것은 아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원부 품질이 매우 중요할 것인데 어떤 말씀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국내 제조품을 씁니까?

■ 아휴~ 그럼요. 중요합니다. 전원부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큰 트랜스포머, 큰 커패시터를 선호합니다. 볼더(Boulder) 앰프와 같이 덩치 큰 것과 소리가 잘 나오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제가 군에 있을 때 공병으로 근무를 했습니다. 영선반에서 0.6W 트랜지스터 라디오에 커다란 12V 건전지를 붙이고 음악을 듣는데, 그런 정도 출력으로도 시끄럽게 기계가 돌아가는 공간에서 노랫소리가 잘 들립니다. 그런데 요즘 보면…

○ 네. 종종 200, 300W 그런 것에 더 눈길을 돌리시죠.

■ 그런 잘못된 선입견을 고쳐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300B 같은 경우 8W인데 볼륨을 다 못 돌립니다. 

○ 디스크리트 트랜지스터에 포커싱 되어 있고 국내에서 트랜스포머를 조달을 하고…

■ 처음에는 외제를 썼습니다. 그때는 국내에서 트로이덜을 원하는 수준으로 못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기술력은 좋아지고 그래도 제가 원하는 수치까지는… 트랜스포머 제작 업체 사장 님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연구하여… (웃음) 그리고 트랜스 용량과 앰프 출력의 비율 조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트랜스가 커지면 스피드가 떨어져서 둔탁한 소리가 납니다. 저희는 일반 가정집 30평 정도에서 최적 스피드를 담보할 수 있도록 맞추고 있습니다. 그게 M-50 파워앰프입니다.

(▲ M-50 파워앰프 : 110W@8오움, 10~40Khz±1dB, 330mm × 105 × 370, 12Kg. ▼ P-50 프리앰프 : 아날로그 입력 × 4, XLR 출력 1, 20~50Khz±0.1dB, 330mm × 88 × 300, 5.5Kg)

○ D 클래스와 SMPS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저는 기술의 배경과 용도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시장은 그렇게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 큰 틀로 보면 가정용 오디오보다 PA 시장이 더 큽니다. PA 시장에 싸고 좋은 제품이 많았습니다. 가성비 위주로 제품을 찾는 분에게 소개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 것이 최근, D-클래스 타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가격은 높아지고… 저도 들어봤습니다만, 솔찍히… (딱히 만족스럽지 않다로 이해)

○ 무선 솔루션 접목은 생각해보셨는지요? 수용 가능한 소스의 확장 차원에서 별도 전용 모듈을 제공한다거나…

■ 제가 싫어하는 게 무선입니다. (웃음)

○ 네, 저는 BT, WiFi 솔루션이 친숙한데요. 타이밍 때문에라도 아날로그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다 채널 딜레이에… 이해됩니다. 그냥 소중한 대한민국 오디오에 일종의 트렌드 접목을 상상했던 것입니다. 소비자가 저쪽에 있으니 다가가는 전략을 생각한 것이지요. 그러면 리비도 하이파이 앰프를 설명하는 키워드가 따로 있을까요? 회로 설계를 하시면서…

■ 음색 구조의 배열이 중요하고, 회로 동작을 위한 공급 전압과 전류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깨끗하고 정제된 음을 만들어 내기 위한 최적 전원 설계에 노력하고, 대략 세 가지 정도에 집중합니다. 많은 분들이 열이 많이 나고 무거운 A급 앰프가 좋다는 생각을 하시는데 저는… 대표적인 게 ML2인데…

○ 그게 일본 취향 아닙니까?

■ 맞습니다. 그런 측면이 있습니다. 그게 상술로 연결되어… 사실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소리가 다릅니다. 얇고 소녀처럼 야리야리한 일본 스타일과… 우리나라 사람들은 놀기 좋아하는 민족이라 (미소) 게르만 사운드에 가까운?

○ (큰 웃음) 게르만 사운드는 무엇입니까?

■ 독일 쪽은 마을마다 브라스 밴드가 있지요. 우리나라에는 동네 농악대가 있고. 지금은 사라졌지만요.

○ 그러면 우리나라는 라이브 스타일 음색 정도로, 일본은 조용하고 앙증맞고 정제된 음색 정도로 구분하면 되겠지요?

■ (웃음) 네. 미국 다르고 유럽 다르고 일본 다르고 우리나라 다르고…

○ 저는 30W 정도의 슬림하고 오래된 트랜지스터 앰프가 고운 음색을 들려주고 배치와 조작 등에 있어서 가장 무난하다 생각을 합니다.

■ 네. 맞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마 안 팔리겠지만 5~6W 정도의 게르마늄 앰프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 홈페이지나 블로그 운영은 어떻습니까?

■ 공식 홈 페이지가 있고… 개인적인 활동은 DAUM 카페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앰프를 이야기하자니 음악을 들려줄 수밖에 없는데 네이버는 다소 과한 통제로…

○ 작고 더 저렴한 앰프는 어떻습니까?

■ 사용자의 리뷰조차 상업적 관점의 멘트가 많고… 상업적 세뇌 광고와 글이 만들어 놓은 오디오 시장입니다. 덩치가 커야 한다. 비싸야 한다, 무거워야 한다, 열이 많이 나야 한다, 두꺼워야 한다, A급은 AB급보다 무조건 우월하다, 그런 식 선입견은 깨기가 참 힘듭니다. 

(이후 마무리 대화와 P-50 + M-50 + Tannoy K3808을 조합한 청음을 진행)

인터뷰를 끝내고 나오면서 보니 <레인보우 2> 볼륨에 물린 리모컨 키트 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1년 넘는 시간 동안 앰프 전원을 끄지 않았다고 하고 목하 이런저런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말씀. 리비도 제품의 고장률이 낮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이런 보수적인 태도 때문에?

자리를 떠나서 인구에 회자되었던 ‘최재웅식 개조’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이메일로 질문하였다. 다음과 같은 답변이.

“제가 약 20여 년 전에 인켈의 분리형 앰프 PD-2100 프리앰프와 MD-2200 파워앰프의 개조 작업을 진행했었습니다. 그 프로젝트의 인기가 굉장히 좋았고 그래서 당시에는 리비도를, 앰프를 제작하는 곳이 아니라 개조해주는 회사로 아시는 분도 많았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제 개조 작업을 모방하는 사람도 나타났기 시작했고 사람들 사이에서 원조에 대한 표현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최재웅식 개조라는 것입니다. 리비도 홈페이지 강좌란에 이 개조 방식을 올려놨습니다”

뜻을 추론하기로는, 어느 날 테스트 차원에서 실험을 해보았고 그것이 매거진을 통해서, 인터넷을 통해서 널리 퍼진 경우인 듯. 공식적인 의뢰를 받아서가 아니고.

개인 성향으로는 기기 원형성을 한껏 중시하는 입장인데 한편으로는, (예) 프리앰프에 군더더기가 많음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 경로 단순화 실험은 나름 가치가 있고 재미도 있는 일이겠다. 멀쩡한 것이라도 조금 다르게 만들고 세상 유일의,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자 함은 사람의 본능과 같은 것.

본능?

그것에 연관되는 단어가 Libido. 19세기 프로이트가 거론한 Libido는 본능적 욕구를 뜻하는 것이고 그것에 하이파이가 묶여 있으니… ‘음악이나 오디오에 대한 강열한 욕구’를 표상한 작명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아무려나 국민학생의 어설픈 꿈이 단단한 계획이 되고 오랫동안의 일로 굳어지고, 여러 제품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무의식의 욕구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

[ 인터넷 연결점 ]
회사 사이트 : http://www.libidohifi.com
지원 블로그 : https://blog.daum.net/sorisai


○ 이하는 사족인 양 이어진 생각들.

1) P-50 프리앰프, M-50 파워앰프 합산 가격이 900 600만 원대(*)인데, 그에 합당하게 그래프를 포함하는 기술 정보와 요모조모 내부 사진이 공개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 ‘가상 A급 역상 바이어스 3단 다알링턴’의 실체가 궁금하다. 이 글을 쓴 직후, 요약 정보를 알려달라고 이메일로 말씀을 드렸으니… 사업적 침해가 없는 조건으로 뭔가 전달되면 업데이트.

* 이 글을 쓴 시점의 가격으로 수정. 지원 블로그의 글 참고. https://blog.daum.net/sorisai/7341636.

2) ‘서병익 오디오’에서 만든 8W급 비올레타 SE2 진공관 앰프의 가격은 250만 원 정도. 진공관식은 전통적으로 비싸다는 인식이 널리 공유되어 있고 또 나름대로 이유가 분명하므로 그게 과하다 생각할 분은 많지 않을 터.

그에 반해 고가임을 입증하기 어려운 트랜지스터식 앰프에 대해서는 소비자 태도가 박한 편일 것이다. 억울하지만 좋은 소리로 어필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이고. 그래서 (20년 물가 변동분은 불문하고) 200만 원 미만으로 <레인보우 1> 인티앰프가 다시 등장하고 그것에 ‘리비도 하이파이’, ‘오디오 장인 최재웅’이라는 키워드가 묶이면, 소비자 관심은 한껏 높아질 것이라는 상상을 해보았다. Why?

요즘은 어찌 해도 장인이 만든 트랜지스터식 수제 앰프를 만날 수 없는 세상이니까. 그것은 사실, 소리가 어쩌고 저쩌고의 가치가 아님.

○ 세간의 인터넷 평을 살펴보는데, 오디오 시스템 패키지를 전문적으로 판매, 설치하는 분이 쓴 글이 있다.

“…국산 하이파이 앰프인 리비도 하이파이의 프리, 파워는, 일단 가장 실망한 것이 무게였습니다. 한 손으로도 들리는 프리앰프와 크기에 비해 정말 가벼운 파워앰프가 그렇게 좋은 음질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모자라는 듯한 해상도가 엘락의 시원스러운 음색을 많이 죽여주는 듯했습니다…”

아하! 무심히 썼을 개인 의견을 어찌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가볍다, 무겁다, 무게를 오디오 시스템의 가치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은 명백한 오류. 정해진 체적 안에 들어간 부품의 수가 다르고 부품의 합산 질량이 다르고 자원 배분율도 크게 다름.

(▲ 한 개 300Kg짜리 Chord 울트라 모노 파워앰프 두 짝 0.6톤에 프리앰프 수 십 Kg을 더하면, 리비도 앰프보다 무거워서 좋다는, 그 28Kg짜리 Yamaha A/V 리시버보다 20배 이상 더 좋은 천상의 소리가 나오는가? 물론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정집 거실에서)

넉넉히 생각할 때 Kg이 깡통 오디오와 아닌 오디오를 구분하는 유효하고 실용적인 척도인 것은 맞지만, 도를 넘어서면 짐짓 “허리가 휘청할 정도로 무거운 외산은 소리가 좋더라”는 왜곡된 인식과 전파가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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