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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X 컴퓨터 시스템과 고철같은 인생의 폐지같은 기억

글쓴이 : SOONDORI

이제는 추억의 단어가 되어 버린 VAX.

언제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누군가… “저기 놀고 있는 (마이크로 백스?) ‘백스’, 가져가실랍니까? 폐기할 것이죠”라고 하시기에 너무 깜짝 놀랐다. 0.1초 동안 그렇게 할까? 그런데 뭘? 그 큰 덩치를 가져다가 뭘 한다고? 가방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고, 승용차 안에도 들어가지 않고, 본체만 있으면 끝나는 것도 아닌 데다가, 어렵사리라도 ‘몽키 아일랜드’ 게임이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그 백스는,

1977년에 처음 소개된 이후로 대형 메인 프레임 시스템과 개인용 컴퓨터 사이에 포진하고 미국 DEC社 32비트 CISC CPU의 실용적 파워를 제공하면서 상당히 널리 사용되었던 사각 함체형 컴퓨터 시스템이다. 1988년에 단종. VAX는 Virtual Address eXtension의 약어.

요즘에 아무렇게나 쓰는 ‘갠 역시’ 스마트폰 CPU보다 더 느리고 모자라고 종합 퍼포먼스도 형편없는, 그리하여 정말 뭣도 아닌 수준이지만, 그 시절에는 요즘 서울 아파트 몇 채의 값어치가 있었을…

(▲ 일반 사용자는 단말장치만 만지작거리니까 전산실 안쪽 본체 실물과 여러 부대 장비를 볼 일은 거의 없었을 듯. 출처 : https://www.computerhistory.org/collections/catalog/102696007)

(▲ 내용 추가, 600만 세트가 팔렸다는 VT-100 터미널. 그만큼 표준형으로 자리 잡고.. 경북대 하늘소의 이야기와 같은 PC 통신 프로그램, Unix/Linux 등 OS 접근용 윈도우 터미널 프로그램 등에 여전히 ‘VT-100 터미널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터미널 표준이 곧 VAX의 위상을 말해준다. 출처 : www.flickr.com/photos/uon/2574594864)

(▲ 작은 크기의 마이크로 백스도 있었다. 혹시… 그것을 불하받고 가져가라고 하셨던 것? 출처 : www.amazon.in/Vax-Systems-Hardware-Handbook-Unibus-Vas-11/dp/0139453202)

어쩌면… 그렇게 가볍게 진담 반 농담 반 제안하셨던 분께서는, 한 시대를 풍미한 시스템이 Kg 단위 고철로 팔려나가는 게 너무 안타까우셨던 것인지도 모름. 철거 사업체의 손을 거쳐 해외로 나간 다음에 1천만 분의 1 확률로 여전히 간당간당 쓰이고 있거나 어떤 이의 개인 박물관 창고에 처박혀 있으면 다행이겠다. 아니면 분해되어 보드는 어디로, 철재는 제철소의 용광로 속으로.

어쨌든, 한때 극도로 비싼 것조차 언젠가는 폐품이나 고철이 되어 깔끔하게 사라진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

빈티지 VAX, 빈티지 컴퓨터, 빈티지 오디오, 빈티지 자동차, 빈티지 카메라와 똑같은 사람 몸뚱이도 그렇게 되고 특히,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으면 어떤 사람의 훌륭한 기억도 반드시 그렇게 된다.

“천만년 지속될 것을 기대하는 아름다운 기억? 공유 저장소에 기록된 것을 빼고는 다 고철에, 폐지요”


1970년대의 대한민국은… 새마을 운동을 하고 있었다. 미국인이 막강한 컴퓨터를 만지던 시절에.

(▲ 고속 라인 프린터 관리 작업 중. 위에 보이는 계측기는 250Mhz Tektronix 475A, 디지털 미터 내장 오실로스코프)

(이상 출처 및 상세 자료 열람 : https://archive.org/details/TNM_VAX-11-780_System_-_Digital_Equipment_Corp_19_20180218_0087/mode/2up?view=theater)

 

2 thoughts on “VAX 컴퓨터 시스템과 고철같은 인생의 폐지같은 기억

  1. 대학 때 vax-11/780 컴퓨터로 프로그램 숙제하느라 밤샘하던 생각이 납니다. 수십명이 터미널에 붙어서 프로그램 한줄 입력하고 나와서 커피한잔 마시고 들어가면 커서가 떨어져 있었죠 ㅎ.

    1. 안녕하세요?

      느리게 처리되어도 어쩔 수 없거나 아예 그러려니 하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0.00001초를 답답해하며 뭐든 즉시 바꾸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가끔은 느림보가 좋을 때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느린 것을 당연하게, 넉넉하게 생각하는 게 빈티지 마인드라고 생각하고… 요즘은 딸각거리는 초창기형 기계식 키보드를 찾는 분들이 꽤 있다고 하더군요. 자판 교환은 덤으로 주어진 즐거운 놀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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