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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켈 PC 스피커, 홍콩 펜밍산업개발 주식회사 그리고 Made in China

글쓴이 : SOONDORI

요즘은 정말… 기업 활동의 리스크, 수지타산 등 문제로 풀 버전 Made in Korea 제품을 만나기가 어렵다. 제품 기획 내지 설계 정도만 국내에서 처리해도 감지덕지하는 상황에, 그 정도만으로도 Made in Korea 언급이 타당성을 갖는 세상이 되었다고 본다.

○ 예시로서, 인터넷 몰에 전시된 (아무렇게나 고른) 1만 1천 원짜리 인켈 스피커를 가지고 글로벌 거래관계를 추적해보면,

1) 제조사와 제조국 항목에 각각 ‘펜밍산업개발 주식회사’, ‘중국/China’가 적혀 있다. 국내법에서 정한 대로 잘 처리하고 있음.

2) 중국어 명칭 ‘봉명실업발전유한공사(峰銘實業發展有限公司)’의 기업 정보는 아래와 같다. 2008년에 설립되었고 소재지는 중국이 아닌  홍콩. 그냥 그런가 보다…

3) 그런데 그 봉명실업이 무엇을 제조하는지 등에 대한 단서는 없음. 그 대신, 스피커 등 오디오 제품을 제작한다는 ‘펭밍 엔터프라이즈’가 등장한다.

웹 페이지 하단부 “펜밍산업개발 주식회사 소유”라고 적혀 있으므로 영업 등 총괄 조직으로서 ‘펜밍산업개발 주식회사’, 제조 공장으로서 ‘펭밍 엔터프라이즈’가 묶인 비즈니스를 상정할 수 있다. 흔히 공장과 본사/영업 조직을 분리하기도 하니까 그러려니…

그러면 거래 흐름은, 펜밍 엔터프라이즈 생산 → 펜밍산업개발의 행정 처리 등 → 인켈 납품 순?

5) 여기서, 제조국이 China라고 했으니 공장인 펜밍엔터프라이즈는 반드시 중국에 있어야 한다. 과연 그럴까? “…Nathan Road, Mongkok, Hong Kong”이라고 적었으니… 넓게 보면 중국이지만, 좁게 보면 홍콩 소재 공장이다. 그렇다면,

실제 흐름은 ‘중국 본토의 어떤 공장’ → 인켈의 계약 상대방인 펜밍산업개발 → 인켈이 된다. 물론, ‘어떤 공장’은 파악할 수 없는 형편. 영국이 떠나간 홍콩을 중국 무역의 관문으로 볼 때 그에 근접한 동관시, 심천시, 주하이시 등에 있는 담벼락 1km × 1km 짜리 아주, 아주 작은 공장일 것이고.

○ 이상은 흔히 보게 되는 글로벌 거래 흐름. 그렇고… 개입된 사업자들의 이익 배분 구조를 가늠해보면,

부가세 포함 1만 1천 원, 공급가 1만 원을 기준으로, 1) 인켈이 (예)40%쯤인 4천 원을 취한다, 2) 인증 및 총 물류비용의 분산 값을 1천 원으로 한다, 3) 홍콩 펜밍산업개발의 거래 수익을 2천 원으로 본다. 4) 모두를 순차 차감하면, 중국 공장의 출고 가격은 3000원쯤? 아무래도 훨씬 더 미만?

대충 그렇다고 하고… PC 스피커의 극상기도 아닌데 몇 대나 팔릴까 싶음. 중국 공장 입장에서는 딱히 집중할 만한 아이템이 아닐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상의 설계/제조사일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공장(회사)이 해당 제품을 수십만 개쯤 찍어내되 여러 글로벌 유통사의 요구에 따라 로고를 바꿔주는 프로세스에 기대면 된다. 100원 더 주면, 그 공장이 약간의 베레이이션을 해줄 수도 있겠고…

그리하여 인켈 스피커와 똑같은 또는 유사한 모습의 제품이 지구촌 이곳저곳에 깔리는 세상이 된다. (예를 들어, 국내 동종품은 8천3백 원짜리 플레오맥스 S2)

○ 주저리주저리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

특별한 목적은 없음. 그냥 훗날의 복기를 위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두려는 것. 그리고 불길한 예감 추가.

1) 열심히 국산 제품을 만들어 수출했던 과거의 인켈이 이제는 남이 만든 것을 국내에 유통하는 경로로 사용되고 있음이다. 인켈이 주도한 거래이든 아니든 거래 흐름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면 그렇게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시대의 흐름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상황이 더 심화될 것이 뻔하지만 그저… 오디오 입문기에 폄하의 대상이었다가 진실을 알고는 많이 좋아하게 된 전성기 인켈을 생각하면 마음이 착잡하다. 1994년 내수 매출 누계 1조 원을 돌파하던 시절이 있었고 2019년 매출 1천 억대였던 것이… 갑자기 회계를 분리한 것인지? 어쨌든 2021년에 300억대, 그러니까 중국제 전담 유통기업 브리츠 인터내셔널 수준으로 주저앉은 마당이니까 더.

(내용 추가) 아무래도 매출 급락이 갸우뚱하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사업보고서를 듬성듬성 열람해 보니… 인켈의 최대 주주는, 2013년도 기준 (주)풍안방직(75.63%), 2017년은 (주)충북산업개발(95.14%), 2019년 이후 (주)명주파일(94.06%)이다. 명주파일? 명주실과 무관한 콘크리트 파일(Pile) 제조 회사. 그동안 모르고 있었는데… 작금의 상황이 좀 이상하다. 주인이 자주 바뀌는 것은 단순한 부침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 그러다가 휘청하고 사라지면 ‘인켈’을 사랑하는 빈티지 소비자는 어찌해야…

2) 한편으로, 2006년 기준 중국과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약 2,100불(중국) 대 2만 2천 불, 2021년에는 약 1만 2500불(중국) 대 3만 5천 불로서 확실히 중국이 약진하고 있는 형편.

1990년, 1인당 GDP 317불의 중국도 아니고… 21세기 중국 공장에 귀속될 것으로 가정하는 세트당 3천 원, 2천 원의 매출은 그들에게 싸구려 껌일 가능성이 있다. (3천 원 곱하기 국내 판매 1만 세트 조건으로 계산해봐야 꼴랑 3천만 원. 몇 년 안에 1만 대가 팔릴 가능성은 거의 제로)

그럼에도 소량 발주를 수용하였다 함은, 인켈 거래 외 타국 수출량과 내수 소비량이 엄청나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게 좋을 듯하고, 중국이 자체 생산하는 D-클래스 앰프 칩 등에 의해 NET 마진도 그럭저럭.

4) 껌값이라… 거대한 제조 능력과 소비 능력 그리고 무한의 무자비한 국가 통제력을 가진 중국은, 아쉬울 상황에서도 아쉬울 게 없다. 짝퉁 공장이 어쩌고 저쩌고 힐난받아도… 사실, 그 자체로 생태계가 완비되었으니 한때 매한가지의 글로벌 오디오 공장이었던 대한민국과는 완벽하게 입장이 다르다.

그래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라는 피동적 상황이 아닌 조건으로… 미-중-일 등거리 외교를 마다하고 적극적으로 미-일 편향 태도를 보이는 현 정부의 행태가 지속된다면, 공급가 1만 원짜리 인켈 스피커를 영영 못 보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을 듯. 언제쯤? 빠르면 금년 하반기 이후에.

그러면 국내 소비자와 인켈과 홍콩 펜밍산업개발 주식회사는 손해이고 중국의 어떤 공장은… 대체로 무덤덤.

사실, (홧김에라도) 공산당 최고위층 ‘따거’가 전화 한 통 하면 곧바로 시작인데… 정말 그렇게 되었을 때 인켈 표 Made in China 제품, 브리츠 인터내셔널의 Made in China 제품 가격, 다이소의 Made in China 제품 가격은 얼마나 상승하게 될 것인지? 쓸만한 중국 제품은 금년 안에 사두어야 하는 것인가? 혹은 알리익스프레스 등을 이용한 직구가 더 활성화되고 그 때문에 우체국 직원분들의 무상 봉사 강도가 크게 높아진다?

글쎄요… 어쨌든, 이제는 관문인 홍콩이 중국에 완전히 편입되었다고 보고… 국내 일반 제품 시장과 보급형 오디오 시장은 중국에 예속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흘러가는 상황이 그런데 어쩔? 소설가 채만식 선생님 왈, “도도히 흐르는 탁류는 막을 수 없다” (어…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셨나?)

(▲ 수출보다는 수입 급증인 트렌드. 출처 : 관세청/국가별 수출입 통계)

* 300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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