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듀안 핸슨(Duane Hanson, 1925-1996)의 '슈퍼마켓 레이디', Queenie II'라는 극사실주의 작품입니다.

(마치 사진 한 컷과 같은 정지장면에서 유리섬유 등으로 만들어진 조형물이 말 그대로 '소비'가 아닌 '낭비'에 치중하는, 평범하고 별 볼 일 없는, 어찌보면 멍청하기까지 한 미국인들의 삶을 조롱조로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늘 그렇듯 만화 The Simpson의 심슨이 생각납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유령 같은 존재.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대접을 받습니다)

극사실주의는 속성 상 보이는 것에 치중할 수 밖에 없으니 '찰나'에 집중하고 마치 사진작가의 2D를 듀안 핸슨의 3D로 변환했다는 식 논리로 이해를 해두고... 피사체의 의미해석을 달리하는 문화적 메시지를 함께 던지고 있네요. 미국 사회의 피곤함, 낙오와 좌절, 과욕과 과소비, 너나 할 것 없는 우울한 인생살이 등. 그래서 자칫 기능적이고 기술적일 수 있는 3D 물체에 작품으로서의 가치가 부여되고 있는 것이겠지요.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모든 것들은 오로지 미국이라서 가능했습니다. Rubbermaid의 넓고 진한 Yellow, 카트에 잔뜩 담긴 먹거리들의 무작위 컬러들 조합 때문이기도 하고 더하여... 패권주의 국가에 걸 맞지 않는 역사적, 문화적 결핍 때문에도. 결핍? 시간을 거스를 수 없기에 부족한 것 메꾸려는 작위적, 강제적 행위들. 아마도 앤디워홀, 마를린 먼로는 그 이유와 배경을 정확히 알고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