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Audio-Heritage의 글에 따르면 1975년 경 발매된 튜너라고 한다. 이 기기의 특징은 Pin-Board라는 것을 설정하고 슬롯안에 밀어 넣으면 설정된 바에 따라 특정 방송(메모리)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디지털기기에 무슨 핀-보드? 뭣하러 그리 번거로운 방법을 고안해냈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 사실, CMOS Static RAM, Flash ROM 등 다양한 방법들로 쉽게 선국내용을 저장할 수 있는 기기들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바보짓처럼 보인다. 더욱이 성능지표를 보면 요즘의 보급형 튜너에 비해 그리 뛰어난 것 같지도 않다. 바보나 구입하는 튜너란 말인가?
실용 감도 : 1.8μV (IHF), 왜율 : 1kHz, Stereo : 0.15 %, S/N : Stereo 68dB, 주파수특성 : 20Hz ~ 15kHz ± 1dB, 이미지 방해비 : 100dB, 캡처 비율 : 1.0dB (IHF), 스테레오 분리 : 48dB@1kHz.
그런데 이 튜너가 나온 시점을 생각해보면 모두 이해가 된다.
예를 들어 디지털튜너에 흔히 사용된 방송국 기업방법은 메모리 유지전력이 작게 소모되는 CMOS(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 Complementary-Symmetry Metal–Oxide–Semiconductor, 1963년 미국 페어차일드사의 Frank Marion Wanlass 발명)를 쓰는 것이었다. 일반 RAM과 다르게 주기적인 Refresh를 해줄 필요가 없고 그 만큼 작은 전력으로 기억을 오랜 동안 유지시킬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같은 저렴한 Flash ROM이 없던 시절… 이것이 비쌌거나 혹은 공급량이 딸리거나 그리고 Flash ROM/RAM 처럼 영구에 가까울 만큼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메모리를 유지를 시키는 방법도 없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720의 설계자는 재미난 발상을 했던 것이다. (사실, 이런 ‘재미난 발상’은 다른 메이커, 다른 튜너모델에 있어서도 가끔 목격되는 것이기도 하다.)
톡~톡~ PIN을 부러뜨려 원하는 주파수를 설정한 후 그 모듈을 슬롯에 끼우면 안쪽에 가공된 접점이 붙고 떨어지면서 설정내용을, 말 그대로 디지털적으로 읽는다. 부러뜨린 것은 0로, 남아 있는 것은 1. 아래 사진을 보면 사용자 편의를 위해 0~9까지의 조합을 그림으로 그려 표시하고 있다. 이런 물리적인 방법으로 메모리하면 1) 수명이 있는 백업배터리 등 불안정한 유지방법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고 2) 마치 Sega, Nintendo 게임기의 Pack을 교환하는 듯한 재미도 있었을 것이다.
(왼쪽은 실제 사용되는 핀-보드, 오른쪽은 예비용 – 위치가 바뀐 듯)
이 튜너는 일본내수용으로서 76.0~89.9Mhz 주파수 범위를 갖고 있는데 설계자는 수동선국에서도 위 원리를 이용했다.
버튼을 자세히 보면… 1) 70(Mhz), 80(Mhz)을 선택하고 2) 나머지는 우측에 있는 1의 자리와 소숫점 첫째 자리 버튼의 조합으로 주파수를 설정하도록 되어 있다. 기계적인 조합 그리고 TTL 회로구성(추정내용!)에 의해 디지털기록된 방송국 주파수를 읽어내는 것이므로 예외사항 발생을 고려한 Tuning Error Lamp까지 배치. (핀 잘못 부러뜨리면 이럴 수 있다) CH1~4는 메모리선국, CH-5는 수동선국(이것은 기억이 될까?). 모듈 앞쪽에는 공간을 두어 사용자가 방송국명을 적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이상 출처 : http://amp8.com)
발매당시 가격이 10만 엔이었다면 비싼 부품 충분히 집어넣고 요즘과 같은 전전자식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고 6련 바리-캡까지 채택했다면 더 더욱 그러한데… 왜 굳이 이런 방법을? 약간 이해가 안되는 면이 있기는 하다. 2013년 일본 야후경매에 1만 엔으로 제시되어 현재 약 1만 8천엔까지. 아무래도 성능보다는 희소성과 독창성이 중시되는 튜너모델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