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80년대 일본인들이 만든 기기들에서 그들의 정서는 그대로 묻어난다. 키워드는 상하좌우 Grid를 준수하는 정렬감과 방점을 찍는 어떤 작은 색상 그런 것들이고 우연히 만난 테크닉스 SA-150 인티앰프를 보니 몇 가지 생각을 더 하게 된다.
(출처 : http://www.hifi-forum.de/bild/technics-sa-150_52360.html)
■ 컬러 방점에 대한 생각.
인티앰프 디자이너는 1) 지시부와 조작부를 분리하되 2) 지시부를 검은색 영역으로 포커싱되는 사각 틀 안에 가둬 놓았고 그곳에 Sound Processing Flow를 묘사하는 아이콘들을 배치하여 치장하였다. 그리고는 우측 선국버튼들 근처에, (역시나 잊지않고) 방점역할을 하는 적색버튼을 살짝~ 남겨 놓았다.
생각해보면 이 리시버에서 메모리 버튼이 굳이 적색으로 강조되어야할 이유는 없음이다. 그는 그냥… 기능적 중요도에 무관하게 패널중앙에 시선을 끄는 컬러를 배치하고 싶었던 것이지. 그리고 그게 적색 동그라미를 국기의 심볼로 쓰는 일본인 특유의 취향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붉은 점은 검정톤 프론트패널에서 퇴색되었다.
적색 외곽선으로 처리가 되었다지만 강조의 강도는 아무래도 은색패널의 경우만 못하고 오히려 다른 형태나 색상들이 강조되고 있다. (메모리버튼이 있기나 한건가?) 이것은 검정바탕과 은색바탕은 느낌이 다르므로 각각에 대한 디자인 틀이 많이 달라져야 하는데 아무래도 겸사겸사 제작을 하려니 약간의 엇박자가 눈에 띄게 된 것으로 이해.
■ 이상과 현실 속 인터페이스 기술에 대한 생각.
전면부의 절반, 그러니까 지시영역 또는 메모리버튼 영역을 포함한 영역들을 요즘의 터치 LCD 기술로 대체하면 어찌될까? 당연히 주파수, FLOW 묘사, 선국버튼, 메모리버튼 등 일체는 터치 LCD 안에 고스란히 들어갈 수 있고 기능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니까…
1980년대에는 터치 LCD가 불가지의 솔루션이었을 것이나 당시 설계자는 지금의 LCD와 다름없는 그러니까 지시와 조작이 혼합된 영역을 상정하고 설계했었다는 상상을 해보게 되는 것이지. 제한된 조건에서 뭔가를 응용하여 조금 앞선 통합 인터페이스 영역을 생각했던 그 사람 또는 사람들… 수 십 년이 흘러 이제는 터치-LCD가 널려 있고 검정패널이든 은색패널이든 SKIN 뚝딱 갈아치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되 그런 설계자가 활동할 무대는 사라져버렸다.
한편으로 이런 고답적인 설계물들을 여전히 접할 수 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만지고 느끼고 보는 입체적 느낌들을 심심한 터치 LCD가 절대로 대체제공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 그 둘의 관계 그리고 평가는 마치, 종이책과 타블릿 책의 비교와 같은 것이다.
당연히, 나는 종이책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