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빈티지기기들 중에는 (너무 고가가 아니라는 조건에서) 반드시 경험해봐야 할 기기들이 있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Fisher 오디오들이다.
1937년 Avery Fisher가 설립한 이 미국 회사는 시대를 주름잡는, 독특한 아이덴터티의 진공관 및 트랜지스터 튜너, 리시버, 앰프 등을 소개하였다. 이후 1969년 미국 Emerson에 인수되었다가 1975년 Sanyo에 매각되었는데 훗날 Sanyo마저 종업하였으니 더 이상 피셔의 혈족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추어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했던 Avery Robert Fisher(1906~1994) 그 때문인지 로고에 음표를 물고 나는 새(제비)가 있다)
* 관련 글 : 1980년대의 Fisher를 Sanyo라고 읽는다
피셔 제품군에는 유니크했던 전통적 모델들 이외로 사업 후반부, 일본인들의 터치가 가미된 모델들도 있다. 아무튼 그런 피셔 오디오들 중 간판주자가 Fisher 250 리시버.
250T/250TX라는 서브 모델명 그리고 전기, 중기, 후기형으로 구분되는 이 리시버의 특징은… 경험한 바, 1) 단단하다, 2) 우아하다, 3) 史的적 값어치 충분하다, 4) 진공관과 TR의 중간쯤? 아무튼 묘하고 아름다운 음을 들을 수 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1969년에 처음 소개된 초기형 Fisher 250T. 중기 이후는 가로방향 상단면을 우드로 마감. TX도 역시 은색과 우드 마감 두 형태로 구분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깔끔한 스타일이 좋다. 출처 : https://www.soriaudio.com)
(중기 혹은 후기형 250TX. 출처 : https://www.soriaudio.com/files/org_files/audio/250tx_1_1004150842.jpg)
(방열판 후면 방향에 CAN TR.이 사용된 후기형 250TX. 출처 : https://farm5.staticflickr.com/4375/36806452462_028d581640_b.jpg)
(250TX 바닥면 예시. 출처 : http://www.rubin.vn)
(일본 냄새가 나는 피셔 RS-3050. 당연히 Sanyo가 만들었을 것. 그렇다면 피셔는 일본제품의 미국시장 판매브랜드로 사용된 셈이다. 출처 : https://i.pinimg.com/736x/91/e6/f4/91e6f4d1833d1fd93e8be6b8e6c47b0c–fisher-vinyl-records.jpg)
많은 이들이 종종 “피셔 250과 AR 스피커는 궁합이 좋다” 한다. 왜 그럴까?
특히 AR4X와의 궁합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왜 궁합이 좋은 지에 대해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지는 못한다.그런데 그게 너무 당연한 일이다. 전자회로의 해석이 감성적 판단의 영역을 가타부타 결정할 수는 없기 노릇이기 때문. 또한 AR도 스피커 등급들이 제 각각이니까 모든 AR이 모든 Fisher와 어울린다고 단정한다면 그것을 보편화의 오류에 기인한 완전한 착각이다.
개인적으로는 1) 사용된 구형 소자들의 특성, 2) 대단히 심플한 회로구성이 조합되어 모종의 독특함을 만들어냈을 가능성과 마침 그 독특한 구동특성(예를 들어 저역 Current 제어 특성)이 우연히 AR 스피커의 운동특성과 잘 맞아떨어졌을 가능성을 상상해 본 적이 있고 아무래도 음압이 높은 스피커가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고 두 기기와 그것을 평가한 사람들이 같은 시대에 존재했으니 어떤 평가가 관성적으로 대물림되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리하여… 만일 시대가 서로 달랐다면? 좋은 평가는 물론 인구에 회자되지도 않았을 것.
한 가지 분명한 것은 Fisher 250 리시버는 (대중이 사용할 오디오 기기이면서도) 명품소리를 들을 만큼 대단히 잘 설계되고 잘 만들어진 기기라는 사실.
(방열판에 붙어 있는 205-T의 ‘오징어 TR들’. 출처 : http://suutap.pmbvn.com/userimg_bd/15/12/29/gal_141437_56825009693b3.jpg)
250T와 250TX의 차이는? 기기를 바라볼 때 양자의 시각적인 차이점을 알아내기는 매우 힘들다. 그리고 회로가 확연하게 다른 것도 아니다. 둘 다 250인데 프리셋(Tune-O-Matic) 기능이 들어가서 ‘T’를 붙이고 그 다음에 IC와 소자 일부 등 뭔가가 바뀌었고 Extended로 해석되어서 ‘X’를 덧붙였으려니 하는 상상이 있다. (250TX는 몇 년 후인 1970년대 초에 소개됨)
(초기 또는 중기형 프리앰프 회로. 소자와 구성에 있어서 특별히 다를 게 없다. : ▲ 250-T ▼ 250-TX)
(초기 또는 중기형 파워앰프 회로. 회로구성은 유사하나 사용된 TR들이 다르다. 예를 들어 ▲ 250-T는 초단 차동 TR1035, 종단 TR1037(NPN) & TR1036(PNP), ▼ 250-TX는 초단 차동 TR01051, 종단 TR01058(NPN) & TR02058(PNP))
모호하고 쓸모없는 기기외양 식별은 잠시 미뤄두고 사용소자에 있어서 ‘오징어 TR(종단 출력석을 별도 와이어로 기판에 연결하였는데 그 모양이 오징어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용어)’을 사용하는 초기형 내지 중기형(프론트 위쪽 우드마감) 그리고 캔-TR을 사용하는 후기형이 구분된다는 정도만 알아두어도 충분하겠다. 시장에서는 캔-TR보다는 오징어 TR을 더 선호한다.
꼭 들어봐야하는 기기지만 워낙 오래된 기기인지라 관리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아 구매시 신경을 써야 하는데 특히, Tune-O-Matic 기능 즉, 우측편에 배치된 Preset 기능의 고장이 많은 편이라고 한다.
이 ‘튠오매틱’은 어떤 레퍼런스 전압에 대하여 가변저항으로 Varactor 공급전압(=정전용량)을 달리하는 모듈이다. 미리 가변저항의 위치를 설정해 놓고 버튼을 눌러 회로를 절체하면 곧바로 지정된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버튼들 안쪽에는 선형 저항판들이 배치되어 있다. 만일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면 레귤레이션 회로 오류이거나 저항편 마모 또는 접촉불량일 가능성 있다. 전자라면 사실상 수리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구매시 유의할 점들을 나열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 그저 “Fisher를 한 대 갖고 있다”에 만족할 것. (가끔은 잘 모르는 이들 앞에서 으쓱~ 자랑해도 된다)
○ 탁월한 FM/AM 수신성능, 스피커를 가리지않는 Clear Sound를 기대하면 안된다. 오히려 정반대. 한 밤 중의 ‘고즈넉한 감상’을 염두에 두고 구매한다.
○ 우드-케이스 유무에 따라 느낌이 확연하게 다르다. 우드-케이스가 없다면 최대한 회피.
○ Overhaul 또는 점검 여부 확인 필수.(특히, 볼륨, 튠오매틱 등 가변저항을 쓰는 부분을 집중해서 확인)
○ 출력석 등 사용소자의 변경/대체 여부 확인 필수. 내부를 보고 구매하는 것도 좋다.
○ 오징어 TR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개인적 의견.
○ 다이얼 레터링이 안쪽에서 떨어지는 고질병이 있다.
○ 알루미늄 패널은 몰라도 볼륨 Knob 등 구성품이 완벽하게 깨끗할 수가 없다는 점 참고. 대략… 음 특성과 무관한 소소한 흠결은 무시하고 넘어가는 넉넉한 마인드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