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굳이 A급 앰프로서 350W가 필요했던 이유는? 실제 대전력 A급 구현 가능한 소자가 있었다는 것인가? 진위, 사정 불문하고 테크닉스는 현 싯가 환산 수 천 만 원짜리 앰프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극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출처 : http://amp8.com/tr-amp/technics/se-a1.htm)
기함(Flagship)급 앰프… 총 700W 출력에 필요한 대전류 핸들링을 위한 대형 트로이덜 트랜스포머에, 파워회로만 한 채널 당 4개, 총 8개가 배치되어 기기 무게는 50kg가 넘어간다.
열심히 ‘A급 앰프’를 강조하고 있는데…
‘A+’라는 단어와 ‘a full-fledged DC amp’라는 표현, 가변 그라운드(Floating Ground Potential)를 통해 상시 A급처럼 작동될 수 있다는 공식 사이트의 단서를 보면 변형된 AB급 앰프로 추정되고 사실, 그럴 수 밖엔 없다. 적용 기술들은 Technics New Class A에 연결되었을 듯.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vintageaudio.shop-pro.jp/?pid=43218897)
아무튼 이 거대하고 묵중하고 딴엔 꽤 세련된 기기를 제작한 시점이 1977년이라 하니 충분히 자랑할 만큼이다. (Technics 공식 사이트 : http://www.technics.com/global/chronicle/se-a1/)
(출처 : http://www.freewebs.com/mondaca/AMP-TUNER1978_07.jpg)
(파워앰프치고는 대단히 복잡한 회로. 단순하게 최선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의 취향에 반하는 비주얼이다)
(출처 : http://amp8.com/tr-amp/technics/se-a1.htm)
출력 350W + 350W (4Ω, 20Hz ~ 20kHz), 350W + 350W (8Ω, 20Hz ~ 20kHz), THD 0.003 % (정격 출력시 20Hz ~ 20kHz), 출력대역 DC ~ 200kHz +0 -1dB, SN 비 (IHF-A) 120dB, 댐핑 팩터 100@8Ω, Slew Rate 70V/μsec 이상, 가격 1,000,000엔(주문생산)
아래는 유사설계, 약화버전으로 판단되는 SE-A100의 블럭도 중 일부.
일반 앰프회로의 일반적인 모습인 전압 드라이빙에 더하여 정교한 전류 드라이빙 회로가 부가되고 그것이 Class AA Bridge Network 영역(종단부)에서 종합되는 Class AA회로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 이중 드라이빙 방식에서는 노멀 앰프회로보다 더 많은 소자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SE-A1 내부 구동회로가 복잡하게 보였던 것)
전용 하이브리드 IC까지 만들 만큼 집중하고 늘상 읊조리던 테크닉스의 Class A+, Class AA, New Class A…
극단의 저왜율을 담보하는 회로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널리 광고하는 것은 상행위에 도움이 될 것이고 싫어도 Pioneer, Sansui 등 다른 경쟁자들이 유사 A급 앰프에 매진한다면 어쩔 수 없이 경쟁추세를 따라가야 하는 것이었겠으나…
혹시나 그들의 연작형 A-클래스들이 자칫 ‘옥상옥’으로 변질되기 쉬운 설계방법론 내지 개발전략은 아니었을까?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매우 단순한 회로에서 충분한 출력을 뽑아내고 그러면서도 오랜 동안 많은 이들을 열광시키는 파워앰프들이 널려 있던 세상이었으니…
일본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된 앰프같습니다. 일본 앰프 제작자들이 1990출시되어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리에 판매된 영국의 뮤지컬 피델리티 A1 앰프를 뜯어보고 우리는 왜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만들수 없었을까 고민한적이 있다는 글을 예전에 읽은적이 있습니다. 일본인들이 어떠한 것에 가치를 평가할때 얼마나 정성과 공을 들였는가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경향이 예로부터 이러다 보니 여유나 틈을 주지않고 여러 부품과 회로들로 꽉꽉 채워넣은것이라야 인정을 받는 문화가 오디오 업계에도 있었지 싶습니다.
“꽉꽉 채워넣은 것이라야 인정을 받는 문화”에 동의합니다. “무거운 앰프가 좋다”라는 ~카더라 말이 생각나네요. 저는 The simplest is the best 주의자이기에 그리고 복잡하면 고장 빈도가 높고 관리가 어렵다는 점을 우선하여… 그냥 그런가 보다 합니다. 그래서 내부가 단순하고 투박한 영국제 앰프, 미제 앰프가 제 취향에는 맞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영국은 참 희한한 나라이죠?
오랜 동안 배 타고 전 세계를 지배하고 (예) BBC가 방송과 빈티지 오디오 세상을 지배하고, 헛간에서 철봉 대충 용접하고 바퀴를 달면 번호판을 내주고 그러면서 딱히 맛있는 음식은 없고… 그렇게 보면 치장보다는 “작동해?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 스타일의 민족성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목적을 이루는 준비 활동에 있어서는 매우 효율적인 태도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예전에요.
그에 대비되는 일본은, (본질은 잠시 차치하고) 일단 아기자기하게 꾸미거나 같은 결과를 보여주는 과정에 더 집착하는 성향이… 농후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도나 붓, 먹 등 그런 게 그리 튼튼하고 좋은 것이 아닌데 뭘 그리 열심히… 3년간 모기 눈알을 죄다 뺴서 한 끼 꼬봉밥을 만들어먹겠다는 심산인가? 그렇게 100년 장인이 되기? 순한 국민이 봉건제 하에서 삶을 통제받으니 하던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자청이 아니라 타청인 상황? 그런 상상도 했습니다.
털털한 민족과 세밀한 민족의 차이는… 어쨌든, 두 나라가 세계를 지배했거나 시도했거나인 게 분명하니까 두 나라 국민 모두는 그런 상태를 만들 만큼의 자력과 근성이 있었던 셈이지요. 아닐까요?
조금 더 나아가… 간혹, 브리티시 사운드는 구 체제 헤게머니의 잔유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고… ‘가라오케 스피커’는 있어도 ‘재패니스 사운드’가 없다 함은 일본이 영국 대비 문화적 패권을 갖지 못했던 탓으로… 혹자는 능력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시던데요. 두 민족의 청력이 다를 게 없으니까 그냥 선취한 자가 가진 방어막 때문이려니… 그리 생각할 떄도 있습니다.
세계 지배의 가장 효과적인 요소는 ‘문화적 패권 + 문화적 방어’가 아닐까 합니다. 총과 칼이 아니라. 그래서 문화적 깡통 국가 미국이 별로 가진 것 없는 문화 소재에 목을 매고 있고 총과 칼은 있었으되 문화적 패권을 제대로 잡지 못한 일본의 스피카가 영국 스피커에 밀리고 있고… K-Pop만으로는 안 될 것인데 대한민국은 앞으로 뭘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가끔 글에 적습니다만, ‘IT 강국’은 허구에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요. 저는.
“통일 후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세계 재패의 꿈을 꾸어야 하는가” 요것은 제 아이들 세대를 생각하는 아빠의 화두입니다.
또 제가 주저리주저리 옆길로 새서…
맨 마지막으로는 “코리안 사운드”는 없나? 자문하고…”그래. 그런 것 없지!”라고 셀프 답변하고… 1970년~2000년까지의 대한민국 오디오 세상을 정의하는 한 줄이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가끔 “오늘날의 중국 공장과 같은 대한민국 공장” 정도로 밖에는… 스스로에게 섭섭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