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마란츠 진공관 튜너 10B(1964년)와 쌍벽을 이룬다는 튜너. 그도 그럴 것이 마란츠를 만든 Richard Dick Sequerra가 방송국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다. 실제로 기기 후면에는 ‘The Sequerra Model No. 1 Broadcast Monitor’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다.
1973년 최초 소개에, 1975년~77년 한정 생산되었고 이후 그의 아들 David Day Sequerra에 의해 80~90년대 FM Reference, FM Studio 2 등 후속 모델 몇 종, 2005년 재해석된 DaySequerra 튜너가 소개된 바 있다. (관련 글 : https://hometheaterreview.com/sequerra-model-1-fm-tuner-reviewed/)
(표제부 사진 등 출처 : http://www.hifido.co.jp/KWSEQUERRA/G–/P/A10/j/0-10/S0/M0/C12-34326-42152-00/)
여기까지는 다 좋다. 이쯤에서 개인적인 생각 몇 가지를 적어 보자면…
우선, 흔히 ‘명기’로 불리우는 기기들은 성능을 기준으로 무조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 사실, 초과 스펙 튜너들이 널려 있는 세상이다. 10B고 세퀴라고 뭐고… 다 그렇다.
그 다음으로 리차드 세퀴라가 ‘지시와 조작’에 지나치게 집중한 측면이 있다. 그는 시대를 앞서 나가서 PC와 수신기가 결합된, 그러니까 Computerized Tuner라는 전문장비를 머리 속에 그렸던 것일까? 내부공간 상당부분을 인터페이스 회로와 표현 신호를 가공하는 회로들이 차지하고 있다.
* 이하 이미지 자료 출처 및 기타 참조 : https://sites.google.com/site/mpbarneytuners/sequerrafm1
(Legendre–Papoulis Filter, Travis Smith Detector(Balanced Slope Detector)
방송용이라 하니 일부 이해가 되지만 개발자원 투입의 균형점 추구라는 관점에서는, 최소한 가정용 기기 설계라는 관점에서는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그외로 수신 주파수들의 스펙트럼, 정확한 튜닝 포인트, 기타 정보들을 제시하는 창인 Cathode Tube, 가장 중요한 그 인터페이스부 고장이 빈번하고 다량 생산된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오리지널 대체품을 구할 방법도 없다고 하니, 역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코프 고장난 세퀴라는 설계사상에 반하는 반쪽 짜리 기기.
(출처 : https://www.audioasylum.com/cgi/t.mpl?f=tuner&m=7569)
아무튼 그렇고… 다음은 비교군으로서, “명기 튜너,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 보세요”라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기기들이다.
(SAE MARK IV. 출처 : http://audioklassiks.de/wordpress/?p=1252)
* 관련 글 : SAE Mark 6 스코프 튜너
(Marantz 10B. 출처 : http://www.vintage-tuner.com/files2/marantz.htm)
그들은 이후 시점의 IC 튜너가 따라갈 수 없는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현기술의 발전이라는 변수가 있는 것이니 무조건적인 절대가치 부여는 논리상 무효하다 판단되고 굳이 ‘방송국용’ 꼬리표를 달자고 하면 차라리 로데-슈발츠 릴레이 리서버가 더 실속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 관련 글 : 극강의 고성능을 추구했던 FM Relay Receiver
한편으로 고수준 전문 방송장비를 만들던 엔지니어들, 우주선 발사 또는 원자력 발전소 제어계(*) 등 60~80년대 제 산업분야에서 더 정교한 시스템을 만들던 이들은 폐쇄시장에 속해 있어서 리차드 세퀴라, 마란츠와 같은 제조사들처럼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둬야겠다.
* 익히 경험한 바로 미국 Canberra/Foxboro시스템 설계사상, 슬롯형 모듈보드 등의 유형물의 설계/제작 수준은 가히 환상적이다. 단순하면서도 정밀해야 하고 특히 절대 고장나지 말아야 하는 모순들을 종합한 회로들.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아직도 따라갈 수 없다. 이런 평가는 ‘오디오 명기’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무릇 오디오는 산업기술의 작은 단편일 뿐이니까…
‘명기(名器)’라는 기기들은 기본적으로 특정 시절을 가늠케 하는 시금석으로서의 가치가 있을 뿐이다. 그것에 약간의 정서적 평가가 가미되고 희소성이 결합되면서 인구에 회자되지만 손에는 잡히지 않는, 관념 속 단어가 되어 버린다. 그리고 암기된다. 도대체 몇 명이나 직접 보고 직접 만지고 직접 회로를 뜯어보고 관리하며 장시간 들어봤을 것이며 또한 말로 표현함에 있어서 한계는 없는 것인가?
“몇 년간 전혀 불만없이 썼다면 그게 나에게 맞는 명기” 즉, ‘명기’의 정의 안에는 사람의 감정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레어 아이템과 그것을 소유한 자의 기쁨을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고… 많은 이들이 아무 생각없이 “이것은 명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기에 DIY Over-Haul 튠업한, 꽤 못생긴 2만 원짜리 인켈 TD-140R을 명기 버금가는 기기로 간주하고 마음 편하게(?) 사는 사람이 굳이 이런 글을 썼다.
■ Legendre–Papoulis Filter
■ Travis Smith Detector(Balanced Slope Detector)
(Communication Theory, (공)저: Dr. J.S.Chit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