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티볼리 Model One(*)은 일종의 KLH Model X시리즈들 모방품이고 마케팅에 KLH社의 설립자 헨리-크로스의 얼굴이 적극 활용되었다. 반 세기 이상을 이어오고 있는 에드가 빌처와 AR의 명성 → 핵심 엔지니어가 설립한 회사, KLH → KLH가 만든 품격 있는 박스 라디오들 → 그 DNA를 이어받은 티볼리 모델-원 → 그래서 충분한 구매 가치가 있다. 그런 흐름의 판촉 시나리오가.
* Tivoli는 이태리의 휴양지 이름으로 단촐하게, 편안하게 음악을 듣자는 컨셉이 아닐까 싶다. 2000년 판매.
* 관련 글 : 미국 브랜드, KLH
(KLH Model 8. 튜너부와 스피커부가 분리된 진공관 모노 라디오(1962년). 출처 :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f/KLH_Model_Eight_Radio_-_8-16-07.jpg)
(KLH Model 8. 출처 : https://antiqueradio.org/art/KLHModelEightChassisCleaned.jpg)
(KLH Model 8. 출처 : https://antiqueradio.org/art/KLHModelEightChassisRear.jpg)
(KLH Model 18. 트랜지스터 스테레오 튜너. KLH 모델들은 Model One보다 훨씬 더 크다. 출처 : https://www.hifiengine.com/files/images/KLH%20Model%2018%20stereo%20tuner.preview.jpg)
2010년 즈음, 지나는 길에 예쁘장한 목제 라디오를 발견하고 현금 19만원을 건넸다. 당시는 오디오에 크게 관심이 없었던 때라 심각하게 듣지도 않았고 미처 뜯어볼 생각도 못했는데 우연히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앞선 작업에서 티볼리 Model CD가 저질에, 거품만 잔뜩인 기기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나름 유명세를 탔던, 일종의 원년 모델인 ‘티볼리 모델-원’의 속내는 어떠할까?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상태에서 관찰을 했다.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시각적으로는)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물론 쓰레기 깡통 ‘Model CD’가 워낙 엉망이었으니 뭘 봐도 더 좋아보일 듯하고. 한편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합리적임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26만 원이나 주고 사도 좋을 기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왜 올랐을까? 더 쌌던 시절이 있었다.
* 관련 글 : TIVOLI Model CD, 쓰레기 깡통 CDP
이하 몇 가지 눈에 들어온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프론트 패널 뒷면에 튜너 회로, 스피커를, 엔클로저 안에는 전원부와 파워앰프회로를 배치하는 구조)
(Bass Reflex. 정말 별다른 것 없다. 도대체 작고한 헨리-크로스가 무엇을, 어떻게 하셨다는 것인지? 개발실 커피 한 잔에 이름을 팔게 되었던 걸까? 그렇고…진동 고려하여 콘넥터 고정에 글루건을 썼겠지만 다분히 野戰스럽다)
(보통은 같은데… 프리앰프쪽 PCB 기판 컬러가 다른 이유는?)
(ST사의 TDA7266 IC. 7+7W Dual Bridge Amplifier)
(인터페이스 보드)
(내용추가 : ST TL084CN Quad OP.AMP로 구성된 2단 능동형 필터. 엔클로저 내부는 두 개의 보드가 음파 전달경로를 막고 있어서 후면덕트의 역할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므로 모델 원의 저음은 원론적인 음향기술이나 베이스-리플렉스 구조 때문이 아니라 이 IC 필터에서 나온다는 판단이다. 자, 여러가지를 생각할 때… 헨리-크로스가 도대체 뭘 하셨다는 것인지? 모델 원은 2000년에 소개되었고 지병을 앓고 있던 헨리 크로스씨는 2002년 작고하셨는데… 혹시라도 큰 의미없는 개입을 핑계 삼아 이름 빌려주고 대가를 받는 계약을 했던 것은 아닐지? 정말로, 정말로 그게 맞다면 모델 원을 지탱했던 토대는 한순간 사라지고 티볼리는 말 그대로 Tom DeVesto가 만든 깡통회사가 될 것이고 모델 원은 깡통기기가 되며 티볼리는 일종의 호도행위를 한 것이 된다. 이상은, 그나마 낫다는 기기의 속내가 워낙 볼품없고 조립공정 편의를 위해서였겠지만 녹아 내릴 것 뻔한 고무줄 쓴 게 너무 기가 막혀서 “왜 그럴까?”에.대한 상상을 스스로 만들어본 것)
(황당하고 생뚱맞게 몇 곳에 포장용 고무줄을 사용했다. 이 고무줄은 오랜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녹아 내린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역시 중국제조의 한계일까? 아니다. 모든 것을 책임지는 Tivoli 양산품질 관리수준이 그렇고 그랬다는 뜻이겠다. 그 뒤를 저가 제조의 神, 중국인들이 따라갔을 뿐)
(사용된 AM/FM 통합 IC는 NXP TEA5711T)
(위쪽에 보이는 선들은 AM용 LOOP 안테나로 피복선을 몇 바퀴 돌돌 말아 놓은 것)
(끈적끈적 조작감을 부여하는 감속기어 커플러)
(별 것 아니지만 자사마크를 붙이고 안붙이고가 그나마 제작자 열의를 대변한다)
(이런 레터링도 Model CD와의 비교에 있어서 유의미한 차이점)
티볼리 ‘모델 원’, 나중에 나온 ‘모델 CD’ 두 가지를 뜯어 살펴본 후의 직관적 판단으로는 아무래도 모델 원(또는 스테레오 TWO)을 제외한 기타 즉, 뒤에 추가된 제품군에는 말 그대로 깡통 기기가 더 있을 법하다.
내친 김에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그런 깡통들은 족보 없는 싸구려 중국제 오디오에 유명인사 ‘헨리-크로스’와 그의 존재감에서 뽑아낸 ‘티볼리’라는 보자기를 덮어 놓은 것일 터. 그런 것에 쉽게 쉽게 100만 원 넘는 돈을 쓰고 “역시! 티볼리” 좋다고 웃으면 진정 바보가 되어 버린다는 말씀?
“사자가 없는 숲, 여우가 왕이다”
요즘 오디오 메이커들, 수입/유통상들은 왜들 그 모양인지… 혹시라도 시장이 작아져서 판매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라면 그것은 억지이고 자승자박의 강변이다. 기술발전의 효익은 어디로 가고? 더불어… 가격과 충실한 제작태도는 별개의 사안이다.
이 기기는 다이얼을 돌릴 때 서걱~서걱~ 큰 잡음이 나는 문제가 있다. 어렵게 쉴드 캔(Front End)를 뜯고 보니 미쓰미 폴리-바리콘의 문제였다. 일감 포기를 하는 게 맞겠지만 원복 전에… 어떻게든 궁리를 좀 해봐야겠다.
(내용 추가) 투명 캡을 분리하고 입으로 강하게 불어내니 효과가 있다. 극판 코팅제 일부가 문제를 일으켰고 그것이 제거되면서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다이얼 눈금과 방송채널이 안맞는 문제는 FM OSC를 살짝 돌려 간단조정하고 끝냈다.
(헨리 크로스가 만들어낸 정체성, 상품가치, 시장 내 파급효과가 대단하고 디자인도 멀쩡하지만 속내는 딴판인 기기. 소리 좋다에 동의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