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모 동호회 사이트에 빈티지 수리에 관한 어떤 질문이 올라왔기에 적당히 답변을 달았다. 얼마 후 보니… 자신의 기기가 불과 몇 만 원짜리인데 그 이하 금액으로 수리 가능하면 하고 아니면 말겠다는 식의 후속 글이 올라와 있다.
모르긴 몰라도 그렇게 수리할 수는 없을 것. 그나저나… 명확한 본인 기준이 있는데 뭣하러 질문을 하셨을까? 그리고 중고 가격이 수리비와 무슨 상관인 것인지?
쉽게 이야기하는 바, “잔존가치 초과라면 곧바로 폐기하고 동종의 다른 것 구하면 된다”는 말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어떤 관점에서는 상당히 비논리적인 말씀이다.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잔존가치 평가의 기준이라는 게 상당히 모호하고, 말처럼 오늘 당장 동종 대체 기기를 구할 수 있는지가 큰 의문이며, 새로운 기기의 현재 상태가 얼마나 건전한 지도 완전 오리무중이다. 대체품을 찾는 과정의 스트레스 비용은? 이젠 됐다 싶지만 곧바로 또는 잠시 후 또 고장이 날 수도 있고. 말하자면 빈티지 세상에서는 신품처럼 리콜하거나 반품 대체하는 것이 절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
모든 게 관성적 사고 그리고 무심결 사고 확장의 오류.
생각을 달리하여 영겁의 시간 속에서 만난 인연을 고려하여 내 기기가 유일하고 (가격불문) 절대적 값어치가 있으며… 그래서 이참에 작정하고 오버-홀한 후 오랜동안 듣겠다는 마인드로 수리비를 지출하는 게 맞다. 그 경우 기기 구입가격과 오버-홀 비용은 각기 다른 국면의 비용지출일 터. 말인 즉, 둘 사이 논리적인 상관관계는 없음이다.
오디오, 자동차 등 물건은 가꾸어 준 만큼, 반드시 보답을 한다.
1만 원짜리 기기에 100만 원쯤 지출하는 게 왜 불합리하다 생각을 하시는지? 수 십 년 된 빈티지 기기 쓰면서 고장 날 때나 손을 대겠다는 사람은, 더 나아가 시장 내 기기 평균가격 이상의 관리 비용은 절대로 지출하지 않겠다는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최선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빈티지 기기가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아마도 이렇게 이야기할 듯. “에고~ 얄팍한 인간들의 완벽한 초짜 심리라니…”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s://www.eevblog.com/forum… stock-electronic-image-fails/?action=dlattach;attach=166542)
* 관련 글 : 빈티지 오디오 수리비와 관리비의 산정 기준에 대한 이야기
간단하게 경제논리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쓰다가 고장나면 ‘합리적’으로 견줘보고 고쳐쓰든지 새로사든지 결정을 한다.
이 단순한 매커니즘이 보편화된 것이 지금입니다.
이 논리를 적극 채택한 국가가 선두에 있는 한, 빠른 소모와 대량 생산은 계속되겠지요.
제게 오디오는 애완동물과 같습니다. 물론 저는 애완동물을 기르는건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제 오디오 고치는데 가격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저의 오디오 관리 기준입니다. 앞으로 그렇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대학1학년 방학에 공사장 알바로 번돈으로 산 인켈 앰프에 대한 생각이 그렇습니다.
씁쓸한건 가격대비 수리비 거론 대상에 제품들이 대부분은 국산이란 점 아닌가 합니다.
안녕하세요?
비슷한 생각하시는 분을 만났네요. 사람이든 동물이든 기계든 뭐든 통상… 들인 정성 만큼 보답을 하죠?!
^^
* 아하! 잔바람님의 댓글 있는 걸 몰랐네요.
또다른 면에서 본다면, 그걸 수리하는 “일”에 대한 대가를 어느 정도로 보느냐는 것도 그런 마인드에 내재되어 있다고 봅니다. 그 일에대한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한다면, 단순히 내 기기가 얼마니, 더 이상은 지출 못한다하는 것 이전에 ..어쩌면 아예 “견적”을 요청할 수 조차 없었겠죠.
저는 일 하는 분야가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자동차나 오디오나 단순히 “기기가 고쳐지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을 하는 사람의 지식과 경험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기기를 10분만에 고칠 수도 있겠지만..그러기 위해서 그 사람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봐야겠죠..
안녕하세요?
^^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글을 보다가 ,
80년대 후반쯤 신문배달을 했었는데, 그 당시 신문사이에 전단지를 넣었습니다.
오디오 전단지(인켈,아남,롯데,태광등등)의 오디오가 얼마나 가지고 싶던지 ㅎㅎ
그냥 소리가 크고 불빛이 움직이는(이콸라이져)게 좋아서 말그대로 공사판에서 20일
일하고 전축을 구매한게 엊그제 같습니다 .
그때 노동의 댓가로 구매한게 그닥인듯 해서 구매후에도 오디오대리점 창밖에서 구경을
한참 했더랬습니다.
그때의 넘사벽이었던 앰프들을 이제는 몇만원에서 몇십만원이면 세트로도 구매를
할수 있으니 , 이 얼마나 기쁜일인가 하고 구매해서 고쳐보고 , 오디오퍼브를
통해서 신기에 가깝게 고쳐보아서 그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언급하듯이 ,
그 향수가 없다면 말그대로 몇만원짜리의 골치아픈 기기일겁니다.
아직도 출시전의 기기의 성능은 아니지만,
그당시 출시전의 부품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은 부품을 이식하고 듣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게 나만의 느끼는 빈티지의 감성인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