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고전적인 AM 포켓 라디오에 늘 관심 있던 참에 마침 빨간색에, 어떤 사진 한 컷이 눈에 들어오기에 제시된 문구는 신경쓰지도 않고 곧바로 연락을 했다.
“내쇼날 미니어처 입니다. 보는 재미가 더 큰 라디오입니다.외관은 깨끗합니다. DP용으로 판매합니다.”
어허라? 전원을 넣었는데 기기가 묵묵부답이다. 생각해보니 ‘DP’에 관한 각자의 해석이 달랐다. 요즘엔 ‘Display’, ‘전시용’ 문구가 적히면 고장 언급이 없더라도 당연히 고장품인 것일까?
세상 일 다 그렇고 그런 것. 기껏해야 AM라디오일뿐인데, 취미생활일 뿐인데… 마음 편하게 살기! 난다 긴다하는 튜너들, 이런 저런 등급 라디오 세상에서 이른 바 ‘정석’이나 다름없는 회로를 가진 기기일 것이니 적당히 고쳐쓰면 그만이다.
(노후 콘덴서 4개는 뚝딱 교환해 놓은 상태)
오래된 이어폰 잭에 접점불량 문제가 있다. WD-40 몇 방울 떨어뜨린 후 적당히 청소작업을 진행. 쓰~ 쓰~ 잡음이 나는 것으로 보아 앰프부는 정상이다.
이 조건이라면 볼륨 기준, 검파부를 포함하는 RF영역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인데…다이얼을 돌려도 선국이 안됨을 생각할 때, 바-안테나에 손을 갖대 댈 때 잡음 크기의 변화가 있음을 생각할 때 초단~국부발진 영역이 의심스럽다.
■ 사전학습과 준비
80년대 007 키트나 ‘라디오와 모형’ 등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당시에는 꽤 고급형이었을 AM 라디오 회로도를 구해 살펴보았다.
(Q1을 중심으로 동조회로, RF증폭회로, 국부발진회로가 구성되고 음성신호가 담긴 455Khz 중간주파수 신호가 첫 번째 IFT를 통해 Q2에 전달된다. 이후 Q2, Q3는 열심히 중간주파수를 증폭. R6는 AGC(Automatic Gain Control)용 피드백 저항)
(강화된 신호를 가지고 D1이 반파 검파하고 C8이 불요신호를 제거한다. 이후 Q4, Q5,Q6로 구성된 앰프부가 가변저항을 거친 소리를 크게 만들면 끝이다. D2는 온도보상용 바이어스. 출처 : http://fourier.eng.hmc.edu/e84/labs/lab2/node1.html)
아래 실물을 기준으로 Bar Antenna 1차 코일은 (b)와 GND(c+d), 2차 코일은 (b)와 GND이다. 각각은 9.77오움, 1.38오움으로 정상 추정. 1차 코일과 바리콘에 의해 동조된 수신 신호는 2차 코일에 연결된 Coupling Capacitor(회로도 C1 상당)를 거쳐 2SC930 초단 트랜지스터의 Base로 전달되고 적당히 증폭된다.
그 증폭 RF신호와 국부발진 신호가 혼합되어 일종의 필터인 첫 번째 IFT 1차측(아래 노란색 화살표)으로 간다. 여기서 455Khz만 추출될 것이고… 이후 다단 IF 증폭, 검파, 음성신호 증폭 등 슈퍼헤테로다인 AM 라디오의 정석에 따라 처리될 것이다.
■ 파형의 확인
FM/AM Stereo Signal Generator(줄임말 SSG)로 800Khz 신호를 주입하고 Check Point의 파형 즉, 동조, 증폭, 국부발진, 혼합이 모두 종합되는 지점을 확인해 보았다. 45*.Khz 주파수 파형에, 적당한 움직임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정도라면 초단회로는 별 문제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SSG의 신호강도가 강할 때만 이렇고 출력을 줄이면 즉시 답답한 상황이 된다. 스쳐지나간 생각은 대뜸 “RF 증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였다. 그리하여 트랜지스터 단품검사를 진행하였는데… 손가락 바이어스 테스트시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일단 2SC1815로 교환. 유의미한 변화는 없다.
■ 다른 세상 바라보기
더 궁리해보고자 바리콘 CAP을 분리한 후 내부를 살펴보려 하는데… 뭐가 툭툭 떨어진다?! 아하! 이 라디오는 유전체 파손으로 인한 바리콘 불량에 시달리고 있었다.
오래된 폴리 바리콘에 있어서 유전체(*) 마모 내지 파손은 종종 나타나는 문제현상인데 유전체가 부서지면 가변용량 범위가 달라지고 그러면 AM 수신범위가 달라진다. 간단하게는 회로는 정상이나 정해진 AM대역이 아닌 미지의 밴드, 미지의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는 뜻.
* 폴리에틸렌, 폴리스틸렌 필름에 특수코팅을 한 것. 코팅품질이 좋으면 내마모성은 당연히 좋아질 것이고 수명이 길어진다.
폴리바리콘의 제작사는 공장 소재지가 모호한 일본 TWD社. 역시나 Mitsumi社 제품이 아니면 다들 이렇게 되는 것일까? 대체 바리콘을 입수할 수는 있을까? 고민스럽다.
성격상 그냥 덮고 갈 수는 없는 일. 오래 전, 광석 라디오를 만들어 볼 요량으로 구매해 놓았던 정체불명 폴리바리콘(*)이 기억났다. 이것이… 무슨 국제 규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딱 들어 맞는다. 물리규격이 맞았다고 가변 용량, 선형성 등 속성이 같을 수는 없는 노릇.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 DM 마크 각인, 중국제로 보임. 구입처 : 샘플전자(http://www.robot.co.kr/front/php/product.php?product_no=2374&main_cate_no=44&display_group=1)
(A~B는 OSC용으로 최대 59nF(59pF), B~C는 Bar 안테나 1차 동조용으로 최대 0.141nF(141pF). 참고로 미쓰미 2LHT16, LXT16 제품들은 OSC 80pF 정도, 동조 140/160pF 정도이다)
별 일 없다. 대충 코어들을 돌렸더니 자유코리아 방송(1134Khz)과 KBS 제2라디오(711Khz)가 들린다. 꼼찌락 꼼지락… 이 보급형 포켓 라디오는 성능이 그렇고 그런가 보다. 잔잔한 즐거움이 있지만 늦은 밤 작업은 정말 피곤하다. 다음에 차분하게 정밀 조정을 시도해보기로 하고…
끝으로, 이 빨간 라디오 입수 동기는 오로지 매물사진에 나온 스피커 상면 ‘BOGO KOREA’ 때문이었다. 한때 어떤 국내 기업(금성사?)이 일본 내셔널社의 라디오를 OEM해준 적이 있는데 그런 식의 과거를 확인해보려 했던 것. 제작 품질을 보건데 아무래도 이 라디오는 한때 일본 포켓 라디오들을 마구 찍어내던 홍콩에서 온 듯하다.
* 관련 글 : National R-1016 AM 포켓 라디오 (2), 튠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