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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antz ST-54 튜너 수리 (3), 검파코일 동조 커패시터

글쓴이 : SOONDORI

“눈 앞 약 5cm x 5cm 공간 안에 모든 문제의 원인이 꼭꼭 숨어 있다”

Q210, Q211과 몇 개 저항들 그리고 예의 검파코일로 구성된 회로가 -5V를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IF IC 출력신호를 전달하는 두 트랜지스터들은 공통 에미터 구조를 취하고… 회로도만으로는 앞뒤 다 따져봐도 그냥 그렇고… 오리무중에 반복되는 갸우뚱이다.

■ 전류흐름의 타당성 검토

도대체 얼마나 흐르고 있는 것일까? 잠시 Q211을 제거하고 Q210만으로 회로를 구성하였을 때 포인트별 전압은 다음과 같다.

1.5K오움 R253 즉, 베이스 전류는 0.17V ÷ 1500Ω = 0.11mA, 에미터 전류는 2.37V ÷ 120Ω = 19.8mA(116.1배)이다. 너무 뻔한 회로라서 별로 적을 것이 없다. 그래도… 여기서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한 가지는 Q210 하나 만으로도 근 20mA 전류가 소모되고 있다는 사실. 이 전류를 가지고 예의 R248 220 오움에 적용하면 무려 +4.34V나 된다.

이 실험에 근거하여 서비스매뉴얼의 라인전압 11.2V 표기는 단순한 기표 오류이거나 눈 앞의 기기와는 별 관계 없는 값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즉, -5V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라는 결론.

코일이 코어 조정에 둔감하게 반응했던 것, 코일 출력부에 무의미한 파형만 잡히는 것을 보면 전압문제가 아니라 코일 자체,  예를 들어 동조 커패시터 불량일 수도 있겠다.

■ 동조 커패시터 그리고 Padding Capacitor

상상하기로… 만일 1차측(또는 2차측) 동조 커패시터 용량이 설계치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면? 10.7Mhz 센터주파수를 기준으로 공진이 제대로 안될 것이고 편중된 신호 혹은 미약한 신호가 2차측으로 전달되면서 비율검파의 정의에 맞지 않는 Un-Balanced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 법하다. 실제로 Primary, Secondary 코어들을 어떻게 돌리든 J200 단자전압(*)은 절대 -0.5 ~ -0.7V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는다.

* 전류계를 사용하라고 했으나 전압으로 환산. 그 목표치는 0.0V이다.

진지한 확인을 위해 1) 프론트-엔드 최적화, 2) 직교검파부 최적화를 진행한 후 3) 비율검파용 검파코일 2차측에 물린 D206 캐소드에 스코프를 물리고 Primary Coil의 Core를 최대한으로 돌려가며 파형변화를 살펴 보았다.

(Core 위치는 PCB면 기준 최대한 위쪽. 일그러짐 발생)

(Core 위치는 PCB면 기준 중간쯤. 역시 일그러짐 발생)

(Core 위치는 PCB면 기준 최하단. 비교적 양호한 파형)

뭔가… 편심? 이탈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페라이트 코어가 밑바닥에 닿은 것을 L값이 최대로 커진 것과 같다고 보면 목표 주파수 10.7Mhz에 대해 C값은 상대적으로 작아져야 한다. 통상의 코어 위치는 중간쯤이 적당할 것이니까… 아무래도 동조 커패시터 용량이 이상감퇴/이상증가(*)된 것처럼 보인다.

* 가끔은 계측기 관측용량이 더 커지기도 한다. 내부의 뭔가가 잘못되어서.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코일의 검파다이오드쪽 핀에 15pF 패딩-커패시터를 붙여 보았다. 파형은? 찌그러짐 사라졌고 코어 Min/Max가 아닌, 적당한 높이에서, 적당한 모양의 파형이 관측된다. 역시나… 동조 커패시터의 용량감퇴(또는 증가)가 있었다는 뜻. 그리고… C2 변화가 확실하다면 같은 날 나온 C1이 변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D206의 화살표 앞방향(Cathode)에서 관측)

■ BALANCED

다시 코일 배선도로 돌아가서 보면… 비율검파는 사용되는 모든 부품들(R, C, Double-Tuned Transformer)의 상하 규격은 원칙적으로 같아야 한다.

그런데 Q206, Q205에 물리는 Primary 코일의 실측 저항값 즉, 코일의 권선비에 상당하는 수치가 약간 다르다. 물론, 작은 권선오차 정도는 코어를 돌리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고 또는 설계자가 일부러 그렇게 만들어 놓았을 수 있겠으나…

혹시 측정오류가 있었던 것일까? 찜찜해서 다시 분리했다. 그리고 재측정. 0.1오움 단위로 수치가 약간 달라지는 것 이외로는 특기사항 없다.

자, 이런 상황이라면… 이제는 판단을 해야 한다.

■ 모두 들어내기

남의 물건 함부로 할 수가 없어서 고민고민하다가… 막다른 골목이라는 생각에 동조커패시터 제거하는 다음 국면으로 가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용량은 얼마쯤일까? ’15pF 덧대기와 그 효과 관측실험’ 말고는 일체 정보가 없어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코일의 체적을 고려할 때 ‘무한정’이란 없을 것이니 대략 수 십~수 백pF 수준?

좀 더 알아보고자 ‘FM Double Tuned Detection Coil’로 검색해보니 LA1265 데이터 시트가 나왔고 끝 부분에 다음과 같은 (비율검파용이 아닌!) 직교검파용 코일들의 스펙이 제시되어 있다.

얼렁뚱땅 100pF 즉, ‘101’로 적힌 흔한 세라믹 커패시터에서 시작하면 되겠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빼고 아니면 더하고. 참고로 동조커패시터는 온도보상 등 특성이 세라믹커패시터와 다르다. DIY 부품통에 뭐가 없으니까 그냥 이렇게 처리하는 것일뿐. 들어내는 방법은… 코일 밑에서 작은 와이어들(=커패시터 리드선들)을 끊어버리면 그만이다.

여기서… 저주파와 달리 고주파 RF는 마치 자유롭게 날아 다니는 새처럼 통제가 안되서 불과 몇 mm라도 도체가 붙어 있거나 불용 와이어, 불용 리드선 등이 연결되어 있거나 또는 적절히 근접하거나 적절히 떨어져 있지 않다면 마치 Stub Antenna의 작용처럼 작용하고 회로의 동작에 영향을 주게 된다는 점 참고한다.

요약하자면 리드선 마무리는 최대한 깔끔한 게 좋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동조커패시터 깊숙히 숨어 있고 얇은 리드선 접근도 어려워서 “에라 모르겠다” 아예 파괴하는 것이 편하다.

■ 왼쪽? 오른쪽? 나침판처럼

아무튼 그리하여 100pF를 1차측, 2차측에 붙여 놓고 코어를 돌려가며 기기 동작상태를 관찰하였다.

Primary Core 위치를 밑바닥, 최상위 두 가지로 구분할 때 확인 단자기준 전자는 0.46V, 후자는 0.50V로 미미한 변화가 있을 뿐이다. 두 조건의 파형들(D205는 작고 D206은 크다)도 매우 유사하다. 요약하자면 코어를 돌리는 효과가 없다. 심지어 코어를 돌려 빼내도 마찬가지. 커패시터 용량이 맞지 않아서, 그러니까 아무래도 너무 커서, 예견된 대로 Out of Range 상태가 된 것이니… 이제부터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

(D206)

(D205)

어디부터 조정할까? 현상을 보면 Primary의 L이 최대한 커진 상태에서 최소전압 0.46V가 나왔다. 앞에 갈 길이 더 있다는 뜻이니까 이번엔 C값을 1/2, 1/4 수준으로 만든다면? 반대로 2배 이상으로 만들면? 2배 이상은 아무래도 비현실적이니 1/2쪽으로.

1) 그래서 Secondary에 ‘101’표기 커패시터를 직렬 삽입했다. 이 두 번째 실험의 논리적 용량은 1) Primary Coil 100pF, 2) Secondary Coil 50pF. → 무의미.

2) 세 번째는 Primary Coil 50pF, 2) Secondary Coil 50pF. → D205에서는 다음과 같이 코어 최저점, 최고점 사이에 변화가 있다. 불평형 전압(일종의 DC Balance)은 최저점 방향 어떤 중간지점에서 0.774V ~ 최고점 0.854V. 한편으로 D206쪽은 어떻게 해도 시원시원(?)하다.

(D205, 코어 최저점)

(D205. 코어 최고점)

3) 네 번째는 Primary Coil 50pF, 2) Secondary Coil 각각 직렬 3개로서 33.3pF. → D205기준 정상 가변에, 코어 중간쯤 위치에서 DC Balance는 0.0015V까지 낮출 수 있다. D206은 여전히 시원시원한 상태. 대략 길 끝으로 나아가가고 있다는 직감.

4) 다섯 번째는 Primary Coil 33pF, 2) Secondary Coil 우연히 손에 잡힌 49pF. → 화살이 10점 짜리를 못맞춘다고 해도 과녁에는 도달하는 형국이었더라. “이게 맞나?” 무심코 Mono 버튼 눌러보았더니… 소리가 잘 나고 있었다. D205/D206 진폭균등 집착은 착각에, 성질 더러운 이의 강박이었는가 보다.

(정말 지저분하다. 세척제를 좀 사둬야? 이게… 1리터에 1만 원쯤인데 1년에 몇 번 안쓰게 되니까 나머지는 슬금슬금 허공으로)

기술적 진위는 나중에 따져 보기로 하고… MPX 문전 앞까지는 왔다 생각하고 프론트엔드 재조정, 직교검파 재조정(±1mV 미만), 비율검파 재조정(±1mV 미만)하고, 이제 검파 이전까지의 만지작거림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여 그리고 훗날의 기억을 위해 사진들 몇 장을 찰칵!

(D206, 그럴듯한 싸인파)

(D205)

(검파 후 출력)

(MONO MODE. 눈에 들어온 것을 보며 잠깐 스쳐지나간 생각은… Stereo & Mute가 문제일 수도?)

당장은 “최근에 접하고 꽤 좋은 코너라는 생각을 한, 91.9Mhz ‘정은채의 FM 영화음악’을 듣고 있다. 당장은 MONO라지만 언젠가는 스테레오…

그렇다. 까짓 MPX와 나머지는 또 시간이 날 때, 그 다음에 고민하면 된다. 오늘 당장 좋은 음악 듣는 게 더 중요하다. 아무려나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안나왔지만 이제는 모노 음악을 들을 정도까지는 진도가 나갔다.

휴~ 역시 처음해보는 일은 늘 갈팡질팡. 그러나 그 만큼 학습을 하게 되니 유익하고 딴엔 재미도 있으니 좋다. 늘 컴퓨터 게임과 같더라는.

*  관련 글 : Marantz ST-54 튜너 수리 (4), MPX와 스테레오


(참고로 서비스매뉴얼의 어떤 버전에서는 TOKO KB4437 MPX가 사용되었다. 이 말은 PCB 회로가 약간씩 다르다는 의미이다. 이런 것들이… 몇 가지 드로잉 오류들과 함께  통 이해할 수 없었던 +11.2V 표기의 배경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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