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70~80년대 편집인 김병진의 007제작집, 라디오와 모형 등을 접했던 이들 중에는 엔지니어로서의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작심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든 혹은 잠시 동안의 좋은 기억으로 남는 정도였든… 적어도 훗날, ‘광석 라디오’라는 단어를 쉽게 기억해낼 만큼은 그의 발행물들이 그의 책들을 읽었던 많은 학생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쳤던 것이 사실이다. (문과생 출신으로 여전히 땜질을 좋아하는 본인 또한 그렇다)
70년대 장사동 광도상가의 학생과학기술사, 007 매장에서 흘깃 보았을 그 분이 그 분이었을까? 갑자기 보고 싶어진 사람. 그런데 인터넷 그 어디에서도 편집인 김병진의 사진 또는 경력정보를 구할 수가 없다. 왜?
모든 사업들의 모태인 ‘과학기술사’를 물려받은 아들(*)이 2008년,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고 폐업을 결정하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그의 삶은 인터넷 세상과 중복되지 않았던 듯하다. 더하여 아무리 봐도 골수 엔지니어 스타일 은둔형 인사였던 모양이니… 흐릿한 흑백 사진 한 장이 노출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 아주 먼 기억으로는 당사자가 그리 답했던 것 같다.
일단은 포기하고… ‘과학기술사’가 ‘도서출판 과학도서'(최초 등록일자는 1968년 12월)를 통해 발간했던 주요 서적들을 정리해보자면…
■ 007 제작집
1970년 초판 발행, 시리즈 단행본들.
(이하 자료 사진들의 출처는 e****.pld****.com. 아무래도 비정상 사이트로 판단하고 ‘*’로 마킹처리해둔다)
(“자주 자립정신으로 조국통일 이룩하자”는 강제된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책도, 영화도… 뭐든 그랬던 시절)
■ 각종 회로집
419개 회로가 담긴 419 회로집, 516 회로집, 815 회로집 단행본들.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숫자들… 문뜩 4.19 혁명, 5.16 쿠데타, 8.15 광복절이 연상된다. +1, -1의 차이일 뿐인데? 만일 의도된 것이라면 상당히 보수적 성향을 가진 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것이 그 활발한 활동들에도 불구하고 ‘사진 한 장 없음’의 사유일 수도 있고.
419회로집(1969년, 176페이지), 516회로집(1972년, 304페이지), 815회로집(1979년, 433페이지)
■ 라디오제작 입문
1973년 발행, 총 214 페이지 단행본. 이 책은 아는 곳, 어딘가에 보관 중. 언젠가 다시 찾아와서 까까머리 중학생, 그 시절로 돌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어떤 것은 이해할 수 있고 어떤 것은 이해할 수 없으며 어떤 것은 만들 수 있었고 어떤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던…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으니 혼자 읽고 읽고 또 읽어 어느 순간 많이 낡어버렸더라는 기억 속 바이블.
■ 라디오와 모형
1976년 4월, 최초 발행. 월간지.
(오래 전, 신기하고 멋지다 생각했던 외곽선 조립도. 사진을 찍고 누군가 손으로 하나 하나 작업을 했다 하면… 사업적으로는 답이 안나오는 일이다. 일본 잡지의 그림을 수정하는 정도라면 그럴 듯한 이야기)
■ 디지틀 게임기 제작법
1982년 발행, 총 683페이지 시리즈 단행본들.
■ 오오디오 용어해설
1983년 발행, 총 174페이지 단행본. “카아~트리지”, “오~오디오” 이런 것들은 당시에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대한뉘~우스” 스타일 표기법.
■ 엘렉트로닉스 입문
1989년 발행, 총 159페이지 단행본.
■ 기타 서적들
잡다한 기술서적을 발간하는 요즘의 골든벨처럼, 70~80년대 전성기의 과학기술사(도서출판 과학도서)는 전자회로, 오디오, 무선, 마이컴, TTL, 자작 모형 등 망라적인 소재들을 다루고 있다. 일련의 서적들은 국립중앙도서관, 일부 대학들의 서고들에서 열람 가능하다. 간혹 인터넷에서 개인 소장본의 복사판 제본 책자를 파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것 만나기는 길 가다가 돌 뿌리에 걸려 넘어질 정도의 확률?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도서 검색 : www.riss.kr
“누군가 원본의 느낌을 그대로…. 재발간하다면 당장이라도 몽땅 사겠는데?”
마음은 그렇다. 이제 편집인 김병진의 서적들은 쉽게 접할 수 없는, 빈티지 세상의 아련한 서적들이 되어 버렸다. 종이들은 점점 낡아 부스러질 것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책도, 기억도 그리고 사람도 그렇게 스러져간다.
[ 기타 참고자료와 정보 ]
■ 아카이빙 프로젝트, ‘더 멋진 신세계’ : bravernewworld.org
‘더 멋진 신세계’ 는 서울SF아카이브가 소장하고 있는 자료를 기반으로 서울SF아카이브와 언메이크랩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더 멋진 신세계’ 는 1900년대 부터 1980년대까지 발간된 과학기술 관련 문헌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과학기술 문화를 분석하고 아카이빙 할 예정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2017년,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과학문화유산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100년간 발행된 기술단행본 8천 권을 전시하겠다는 어느 일본 회사의 포부 : www.gijyutu-shounen.co.jp/Library/about/index.html
극렬 오타쿠들 많고 문화적 저변이 확고한 나라. 그리고 정리하기를 좋아하는 민족.
옛날고등학생시절에 참고했던5.16회로집!이생각나서 검색하다보니 여기까지왔네요.어떻게 확인할수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어떻게 확인…”은 무슨 말씀이신지요? 입력 중 단어나 문장이 실수로 빠진 것 같습니다
편집인이 김병진… 거의 전부가 일본 서적의 복제판이기 때문이겠지요.
삽화나 사진 보면 건전지가 일본제, 간혹 일본제 건전지에 그림으로 국산 로케트 건전지를 덧질한 것도 있었습니다. (당시에 팔렸던 유일한 국산 건전지)
그러니 용어도 카타가나 번역체이고요.
그 시절, 1980년 초보라디오제작 부터 시작해서 많이 사 봤습니다.
지금은 뭐, 소멸되었지만.
웃기는 것은, 우리나라에는 저 책들 아카이브도 볼 수 없는데
일본에서는 정말 100년 전의 책부터 해서 최소 50년 전 전자관련 기술서적들은
PDF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곳도 있더라고요.
안녕하세요?
과거를 잘 기록하는 것은 콘텐츠를 잘 생성하는 것과 같고, 콘텐츠가 많고 다양하고 좋으면 뻔히 문화강국이라고 부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K-팝 등 ‘K’에 전도된 대한민국은, 시선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네… 현실은…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