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1985년 소개된 필립스 CD-10 CDP는 각과 선 살아 있고 제법 그럴 법한 절제감에, 묘한 유럽풍 스타일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필립스에게 이런 작은 CDP를 만들 필요나 동기가 있었던 것일까? 단정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있음이니…
실 제작사는 CDP 세상을 함께 열었던 협업자 SONY. 자료를 찾아보니 일본에서 생산했다는 기록과 소니 Discman D-50(1984년)의 아류작이라는 언급이 있다. 실제로 D-50과 CD-10은 시각적, 기능적으로 동일하다.
(Sony Discman D-50)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과거의 많은 메이커들은 충분히 만들 수 있지만 수지타산 안맞을 때 흔히 이런 식으로 협업을 했다. 메커니즘 포함 CDP 솔루션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필립스 입장에서는 매우 합리적인 결정이다. 포켓 AM 라디오 시절 이후로 작게 잘 만드는 것은 아무래도 SONY가 한 수 위였으니까. 참고로 이 모델은 Magnavox CD-9510으로도 판매되었다고 한다.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s://www.yoycart.com/Product/544740001233/)
(포터블로 사용하다가 Rack형 장치에 삽입, 거치형으로 쓸 수 있는 아이디어. 출처 : https://vintage-cd.ru/wiki/Philips_CD10)
그런데 여기서…. Sanyo 로고를 달고 나온 유사 명칭 CP-10은 누가 만들었을까?
(출처 : https://c.allegroimg.com/original/0c2ba3/34c471d7427caf4bc66d5e2a447c)
숫자 ’10’에 착안하여 생각해보기를, 80년대 CDP의 창안자 소니-필립스 그리고 후반부 열심히 CDP 솔루션을 보급했던 도시바를 제외하고는 다른 회사들에게 당장의 유효한 대안은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도시바 솔루션을 차용한 사례일 수도 있겠다. 80년대, 돈벌이 탄탄대로 길이 열린 마당이니 급하면 뭐든 빌려써야 했을 것.
그리고 하나 더. 초창기 CDP들이 1과 0이 조합되는 이름 붙이기를 한 것은 이 세상 첫 CDP를 암시하려 했던 1982년의 소니 ‘CD-101(101은 이진수표기)’에서 비롯된 듯하다. 맞다면… 잠시지만 그들 모두는 따라쟁이들.
* 관련 글 : SONY CDP-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