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나! 이거 원… 대우전자, 이 양반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만든거지?”
한참 전 일이다. 치워두기 전, 전원을 넣었더니 살짝 타는 냄새가 났고 이후로는 휴즈 교체해도 그대로 나가떨어진다. 확실히 내부단락이 생겼다. 뒷날의 무기력한 소비자에게는 너무 억울한 일. 정*철님 댓글의 말씀대로, 시각적 식별에 따르는 확률론에 의거 Kenwood KA-74 아류작이라 짐작은 되는데… 맞다면 캔우드도 이렇게 만들었을까?
전원공급라인 고장은 DIY 대응이 까다롭다. 기본동작이라도 해야 뭘 만지작거릴 수 있는 것이니… 아무튼 이하, 회로분리전술에 기대는 지난한 탐색과정을 정리해 둔다.
■ “뚜껑 덮으면 그만”이라는 한심함에 착안
어떤 인켈앰프에서, 온도보상 쪽 보드의 한심한 배치 때문에 단락이 생겼고 결국 기기를 폐기했던 경험이 있다. 이 기기도 그렇고… 다짜고짜 쪽 보드 트랜지스터들 분리하고 휴즈 교체 하고 전원투입. 증상은 매 한가지.
■ 주 전원라인과 기타영역 분리에 착안
2A 휴즈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조건이라… 보조전원용 AC선 하나를 끊고 관찰. 증상은 같다. 이제는 파워앰프부 아니면 전원부 문제라는 이야기. 전원부는 너무 간단하니까 넘어가면… 파워앰프부뿐.
■ 드라이버 보드의 분리에 착안
여유도가 있을 출력석이 정상이라는 가정 하에 드라이버 보드 분리하고 테스트. 역시 증상은 동일. (내친 김에 바이어스 조정 가변저항을 허용 전류량이 큰 것으로 교체해 두고…)
■ 조각난 회로도에 착안
조각조각 대충 스캔된 회로도 살펴보는 것도 일이다. 일감은… 제너다이오드 불량. 현물에 정말 D5, D6가 있을까?
없다. 대신 보조전원부에 D6, D7 일반 정류다이오드가 있다. 그 외의 곳에도 없으므로 적어도 이 기기의 전원부는 완벽하게 KA-74와 다르다.
■ 출력석 분리에 착안
회로도 참조는 포기하고 출력트랜지스터들을 기준삼아 채널의 좌/우를 분리하기로. 방법? 임의 채널 파워 트랜지스터들의 다리를 살짝 들어내고 휴즈 교환하고 상태 관망하면 된다. 재수 좋으면 한 번에, 아니면 두 번에 알게 될 일.
R 채널 두 트랜지스터들(R-1, R-2) 분리, 그래도 휴즈가 번쩍! 그 다음으로 L채널용 하나(L-2)를 분리했는데… 오호라! 이번에는 멀쩡하다. 그렇다면… 다음 추론이 가능하겠다.
○ 현재 드라이버보드는 제거된 상태이므로 다알링턴 트랜지스터들과 저항들이 문제이다. 그 이외의 변수는 없다고 봐도 좋다.
○ 검사 대상 트랜지스터들은 총 4개.
○ 저항 불량문제는 종종 발생하는 이슈인데… 당장은 방법이 없으므로 육안 관찰.
그나저나 취급 전류량 넉넉할 출력 트랜지스터 두 개가 동시에 망가질 가능성은 매우 작다. 그렇다면… 그 앞 단 트랜지스터들과 그것들을 통제하는 회로가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아래 노란색 영역에서 고장이 발생하면 Q7, Q3은 무방비로, 마치 제방 무너지는 것처럼 종된 연쇄반응을 할 것이다.
(좌측은 드라이버보드 분리로 배제되는 영역. 우측이 출력석과 파워앰프 내 의심영역. 살펴보니 실물에는 다이오드들, Q12, Q11에 해당하는 소자들 일체 없다. 점점 캔우드에서 멀어져 간다.)
빼낸 출력석 하나는 리드선 조합을 어떻게 해도 0오움. 완벽하게 고장난 트랜지스터가 되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 그 앞에 배치되는 두 트랜지스터들은 정상이다. 자, 오로지 출력석 두 개만 완전 고장이라는 것인데… 말이 안된다. 일단 다알링턴의 앞쪽은 “다행히 살아남았더라”라는 정도로 이해를 해두고.
불량인자는 분명 드라이버보드 종단점과 다알링턴 회로 앞쪽 사이에 있을 것이다. 뭘까? 노란색 영역의 것!
아무려나 그저 잠시 관찰하고 지나간 과거 정리하려던 것이었는데 갑자기 병든 기기가 앞에 놓여 있는 형국이 되었으니… 고쳐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참 고민스럽다.
* 관련 글 : 다시 보고 싶은 국산 모델들, 대우전자 ACS-98A 인티앰프 (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