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기기들 택배박스에 넣었는데 문뜩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어서 다시 뜯었다. “끝을 봐야…” 튜너만 꺼냄.
* 관련 글 : Eroica TT-200DP 튜너와 TA-95A 앰프 (2)
■ S-Curve 재검토
고급 Sweep Function Generator와 오실로스코프의 조합으로 관측되는 검파회로의 Frequency(Deviation) to Voltage Converter 동작은 S자 형태로 표현되기 때문에 흔히 ‘S커브’라고 불리운다.
그리고 그것은 1) 유효구간 폭이 국내 FM 방송규격(중심주파수 기준 Span ±100Khz)을 여유롭게 충족시켜야 하고, 2) 구간이 평탄해야 하며, 3) 경사도가 Ideal 45도에 부합되어야 한다.
우선, 검파코일 문제로 전체적인 선형성이 부족(*)하거나 아예 구간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면 위 F_0으로 표시된 축을 중심으로 매 순간 파형의 밀도가 달라지는 10.7Mhz(=Carrier + 음성신호)에 대해, 변환파형의 상하 전위 등이 엉망이 되고 왜율은 크게 증가할 것이다.
* 예 : 45도 선형이 아니거나, 그런 구간과 아닌 구간이 혼재하거나, 그래프(=변환속성)가 계속 변하거나.
앞선 작업에서 1Khz/Mono에서 1% 미만을 시현하였으므로 별 일 없다고 판단하였다.
(L채널 예시. Mono, THD 0.83%, THD+N 1.02%)
그렇게 특별한 것 없었는데 여전히 저음과 고음의 밸런스는 만족스럽지 않다. 장비 부재로 S-커브를 육안 확인할 수 없었으니… 수동 부품들 중심으로 다시 궁리해보기로 한다.
아래는 셀프 브레인스토밍을 위한 정리.
○ 아래는 JRC IF IC 설명자료. Lq와 Cq는 LC Tank를 구성하고 Rd는 검파코일 Q값을 살짝 낮추고 동조범위를 확장하며, Cp는 커패시터 90도 앞섬동작(=90도 진각*)을 위해 사용되었다. 직교검파(Quadrature Detector) 블럭에 1) IF Signal로 표현된 원(源)신호와 2) Phased Shifted IF Signal 즉, 90도 진각된 신호가 전달되면 검파블록에서 비교, 추출된 Demodulated Signal이 AF Out 핀으로 나오는 흐름이다.
* 기준 전압에 대하여 코일은 전류가 전압에 비해 90도 뒤처지는 위상지연, 커패시터는 전류가 90도 앞선 위상지연.
(관련 문서 : JRC NJM2549 WIDE BAND FM IF DEMODULATOR)
○ TT-200DP 튜너에 사용된 LA-1231N IF IC의 표준 회로구성은 다음과 같다.
JRC 설명과 대동소이. 여기서, Primary 1차측과 튜블라 커패시터 100pF가 LC Tank를 구성하고 L2는 위상이 90도 지각된 신호를 만들어 내며 이후 Quadrature Det.로 표현된 블록에서 원 신호와 90도 위상이 달라진 신호를 가지고 MPX 전달용 검파 후 신호를 추출한다.
* 관련 글 : 튜너 이야기 #4 – 직교검파
생각을 해보면…
1) 단순 구리 선인 L2나 검파코일이 노화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 2) 100pF는 원래 그곳에 있었다고 간주했으니 그렇고… 3) 주변 저항들, 소용량 커패시터들만 남는다. 일단, C17은 만약 IC 내부 레지스터와 결합된다면 적산기를 겸하는 LPF를 구성할 수도 있음을 기억해두고…
살펴보았는데 별 것 없음. 달리 할 말 없음. 귀가 살짝 불만이라 하는데 현실은 점점… “에로이카 튜너의 음색이 원래 그렇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MPX IC나 IC의 주변 회로가 설계된 그대로?
■ MPX 재검토
현재 상태를 한 마디로 묘사하자면 마치 유럽향 기기를 듣는 듯한 느낌. 75uS 대 50uS의 차이 같은 것.
진작 디엠퍼시스 이슈를 떠올렸고, 검토했고, 나중에는 KIA 7343P MPX IC(*) #8, #9 라인에 살짝 덧대기 보정까지 했지만 명확한 기준점이 없어서 고민이었다.
(시간이 흐른 후)
회로, 회로도, 서비스매뉴얼… 작정하고 정보를 찾기 시작. 결과는…
KEC/삼성의 Stereo Decoder IC = NTE1657 = EGC1657 = EW84X15 = IX0086TA = SK7673 = TA7343AP = TA7343P = TA7343PS = VHITA7343P = UTC TA7343AP. (훗날 끙끙대는 누군가를 위해서. 출처는 http://szzrx.2ic.cc/datasheet/pdf/ECG165.html)
왠지 익숙한 형명의 TA7343AP을 가지고 2차 검색. 도시바가 만든 MPX IC의 데이터 시트가 툭 튀어나온다. 빙고! 숨통 트이는 순간.
오픈 라이센스나 다름 없는 제조 사례에, 동일한 핀 배열에… 현물의 동작전압은 도시바 스펙에 맞는 약 9V.
현물 기기에서 C6/C7는, R6/R7은 (L채널) 3.349K오움 & 8.312nF, (R채널) 3.349K오움 & 8.312pF. 급한 마음으로 비율계산을 해보면… 75uS 아니고, 50uS도 아니고… 25uS! 25uS는 제대로 쓰지도 못했던 Dolby FM용 시정수.
* 관련 글 : FM튜너, 디엠퍼시스와 프리엠퍼시스
“이런 미친… 태광 에로이카 설계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했던 건지?”
온갖 핑계들이 있겠으나 결론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음’이다. 이 황당한 디앰퍼시스 설정에… 이쯤하니 적을 수 밖에 없는 IF IC와 검파코일의 아주 멀찍한 이격 배치에, 종단 LPF 성능 불충분에, 커패시터들 말라버리도록 365일 Power Off 안되는 구조에, 전원부 구조가 매한가지였던 TA-705BR 인티앰프까지 생각나면서 속은 부글부글.
특히, 그 한심한 개발자들 때문에 몇십 년간 많은 이들이 이상한 소리를 듣고 살았을 것이고 상당수가 지금도 모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한 마디로 ‘안일하고 태만한 자들의 일방적인 소비자부담 전가 행위’. 그 시절로 가서 당사자들을 실컷 혼내주고 싶다.
어쨌든 원인 찾았으니 마음 가라앉히고… 논거가 없어서 중단했던 작업을 진행. 3.3K오움에 대해 0.022uF 즉, 22nF를 쓰라고 하는 Toshiba의 권고대로 부품 통 열심히 뒤져서 22nF로 대체하였다. (표제부 사진 참고) 소리는 일반 튜너들처럼 한결 부드러워졌고.
이런! 그러므로 최초, 소리가 이상하다는 판단과 그 다음의 ‘슬쩍 덧대어 보기’ 대응은 맞는 것이었다는… 기기는 다시 박스 안으로.
(내용추가) MPX VCO Free Running의 반응이 직전과 살짝 다른 것을 보면 PCB 레이아웃 설계에 모종의 실수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마감에 급하니까 뭘 좀 만지작거리다가 덮었으리라는 상상을.
* 관련 글 : Eroica TA-95A 인티앰프 (1), 흔치 않은 관찰의 기회
아…0.022uf를 사용해야 하는데, 8.312nf를 사용한 거였군요.
음..이건 머. 생산라인에 작업지시서가 잘못 전달된 건지..좀 황당하긴 합니다.
기쁘네요..일단 소리를 되찾아서 좋고, 소니 튜너랑 비교해 가면서 들을 때 “이거 좀 이상한데”라고 느낀 저의 감이 맞아서 기쁘고, 추가로 이 모든 기쁨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네.
이것은 실수가 아닙니다. Quality Assurance 프로세스에 치명적인 흠결이 그리고 엉뚱한 구조를 보건데 설계자들의 태도나 능력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죠.
너무 기본적인 것들이라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태광이 절대 인켈을 능가할 갈 수는 없었다”는 판단을 하게 되네요.
아마도 이후 오류를 발견하고는 덮었겠지요. 80년대에 리콜의 개념은 없었을테니까요.
진중히 들어보지는 못했습니다. 나중에… 음 품질에 대한 간단한 피드백 부탁드립니다.
* 발송했고 추적정보는 따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아…
위의 멘트들은… 마음 불편한 언급일 수도 있는데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묘한 에피소드가 하나 더해진 기기가 된 것이지요.
오랜 시간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아…아닙니다. 불편하기 보다는 새로운 사실을 안 기분입니다. 좋은데요.
잘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생각할 수록 박스 다시 뜯기를 잘 한 것 같습니다. 성질머리에… 속이 후련하네요. ^^
그리고 너무 황당합니다.
강원, 대구, 서울, 부산, 제주… 수량이 아주 많지는 않았겠지만 특정 Lot 제품들은 아직도 사용되고 있을 것인데 태광은 그렇고 그런 지경이 되었고… 쓰시는 분들은 어떻게 해도 설계/제조 오류를 알 방법이 없으니… 그게…. 참, 참, 참… 입니다.
아무튼 저는 재미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좀 전에 앰프랑 튜너 받아서 얼른 세팅하고 라디오 듣는 중입니다.
아, 이게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달라진 점은
1. 앰프 음량이 많이 올라갔습니다. 4칸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이전에는 뭔가 답답해서 6칸으로 많이 들었습니다
2. 튜너 음색이 박력도 살아나고 음량도 풍부해졌습니다. 소니튜너랑 비교해서 듣는데, 순차적으로 들어도 소리 차이를 못 느끼겠습니다. 그 동안 답답하게 들은 걸 생각하면..ㅜㅜ
3. 입출력 단자가 부식이 많이 되어있었는데, 너무 깔끔합니다. 이건 WD-40으로 처리하는 건지요? 새것 같지는 않지만..그냥 세월을 삼켜 윤이 나는 느낌입니다.
4. 구석구석 먼지가 있었는데, 목욕을 시켜주셔서 그런지. 외관도 깔끔해져서 돌아왔네요.
너무 감사합니다. 세상에 좋은 기기도 많지만, 저 한테는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기기라 오래오래 간직하며 음악을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명준님에게, 아버님에게… 그리고 소중한 국산 기기에게…
좋은 일이네요.
물론 작업 후 청음의 결과가 좋다고 하니까 저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세 명의 사람들, 1대의 국산 기기에게, 동시에 좋은 일이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을 듯하네요?
^^
p.s.
1) WD-40 약간 휴지에 묻혀서 몇 번 닦아주고 특히 안쪽에 아주 조금 발라주고… 그 부분의 접촉불량은 음에 심각한 영향을 주니까 꼭 해주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런 게 정말 부담 없지만 효과는 좋은 DIY 관리작업이지요.
2) 도장면, 앞 패널 흠집들은 문방구 2500원 짜리 아크릴 물감으로 처리… 그것은 물 휴지로 쓱~ 닦아도 지워지지는 않습니다. 세게, 계속 문지르면 지워지죠. 어느 날 생각해보고 시도해 보았는데 좋더군요. 관련 글은 오디오퍼브… 어딘가에 있을꺼예요.
정말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비록 아쉽게도 제가 관련 지식이 전무하다시피한 비전문인인지라 대부분의 전문용어가 나오는 파트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지만요.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글쓴이분의 노고와 열정으로 하여금 여러모로 정말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필히 후에 지식을 쌓은 뒤에 재차 정독해보면 그 감탄의 정도가 얼마나 배로 커지리라 싶어 후에 꼭 다시 정독코자 하고 있습니다.
실은 저도 동일한 TA-95A 앰프를 갖고 있습니다. 예전에 우연히 KOSS 사의 PRO4AA 라는 고임피던스 헤드폰을 선물로 받아.. 으레 그래왔듯 그냥 아이팟에 직결하여 들었더니 도저히 볼륨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길래, 홧김에 전문 업자분을 만나뵈어 4만원 하는 돈을 주고 데려왔더랬죠.
다른 인켈 아남 등의 제품들도 많긴 많았는데 아무래도 제가 당시나 지금이나 학생신분인지라 당연 그때도 수중에 돈이 없었기도 했고, 다른 기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에 비해 묘하게 눈길이 가는 수려한 외관으로 하여금 곧바로 집에 데려왔다가 해도 이런 물건을 사왔느냐며 부모님께 타박을 듣기도 했었네요.
다만 당시도 상태가 좋지 못하고 간당간당 작동만 잘 되는 수준이었다가… 근래에 다시 작동시켜보니 상태가 도저히 실사용을 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되더라고요. 볼륨을 최대로 올려도 볼륨 확보가 도저히 되질 않고 그마저도 최대로 하면 저음부가 깨지기까지 합니다.
비록 멀쩡했을 적에도 헤드파이용으로 성능이 완벽한 수준은 아녔더라지만 그래도 참 유용히 쓰기도 했고, 야심한 밤에 잠이 안올 적에 헤드폰을 집어 비대한 6.3 플러그를 헤드폰단에 꽂아 전원을 넣으면 우웅 하는 구동음과 함께 전원이 들어오고, 아이팟과 연결해 노래를 틀어보면 나름 꽤 괜찮은 소리를 들려줌과 동시에 인터페이스 창에 들어오는 휘황찬란한 불빛이 참 그리도 감명깊었었는데… 지금은 일개 쇳덩어리로 방치할 수 밖에 없단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당연히 당시 앰프과 함께했던 고임피던스 헤드폰도 준방치 상태에 놓여있네요. 팔아볼까 싶기도 했지만 아무렴 10대의 마지막 생일을 기념하는 선물로 받은 물건인지라 도저히 그러고프지도 않고요 ㅎㅎ…
결국 후에 꼭 관련 지식을 공부해 오버홀에 도전키로 결심이나마 하고는 있지만… 자꾸 방 구석에 초라히 놓인 TA-95A 를 볼 적마다 참 마음이 복잡해집니다. 안그래도 수능 준비한답시고 공부해야하건만 그리로 눈길이 새서 성미도 급해지고 결심도 흐려집니다. 그냥 전파사에 달려가서 싸그리 갈아주세요!! 를 부탁드려볼까 했다가도 남루한 학생신분 경제적 사정으론 감당이 어려울테니 이도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해서 깊은 새벽에 우연히 구글링을 해보다 이 글을 찾아보게되었네요. 이런 식으로나마 기록을 남겨주셔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필히 제 지식 증진과 TA-95A 의 원복에 언젠간 도움이 되리라싶어요.
혹은 만일 후에 제 경제적 사정이 괜찮아진다면 꼭 간단한 수리를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제 미천한 손으로 함부로 만졌다가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강을 건너는게 아닌가 싶은 걱정도 좀 많이 혼재한 탓에…
무튼 정말 소중한 기록 남겨주셔서 매우매우 감사드립니다. 꼭 근래 추운 날씨에도 무탈하시고 늘 행복이 곁에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어찌 쓰는 중에는 중간중간 문단을 나누었건만 제 화면상으로는 그런 줄나눔이 다 사라져있군요. 의도치않게 장문 테러를 선사해드려 정말 매우 죄송합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며칠 후…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