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황실의 문양’
한때 자주 보지 못했던 빨간색 플라스틱 덩어리가 영롱하게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으니… 싸구려지만 그렇게는 인식되지 않을, 뭔가 고급스러운, 그것에 무엇인지 모를 ‘비엔나 풍 느낌’까지 듬뿍 묻혀서 최상의 품격 있는 이미지를 창출하려고 했다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도시바의 가구형 오디오. 1970년대 제조라고 함.
(▲ 디자이너의 의도는 스테레오 작동 시 또는 동조 시… “반드시 빨간 루비처럼 진한 적색으로 발광을 부탁함!”이었을 것임. Power On 표시는 표제부 사진의 램프(=기기 외부 배치)가 담당할 듯)
공학적 관점에서 대단히 우수한 재료인 셀룰로오즈 덩어리, 나무.
나무가 늘 인간의 곁에 있었기에 가구가 나왔고 마침 가구가 옆에 있으니 안에 회로 집어넣고 제어부만 꺼낸 콘솔(Console) 형 오디오를 만들 생각을 했을 것이며… 문 열고 닫는 스타일이 익숙했던 시절을 지나 어느 순간부터 목재가 뒤로 물러나더니 “언감생심이라…” 나무 사이드 패널이나 우드 케이스로 간단 치장만 해주어도 넉넉히 좋을 세상이 되었다.
(▲ 첨단기술이자 유행과 같았던 LP 체인저. 그리고 빛바랜 황금색 황실의 문양을 하나 더)
(▲ 사진의 구도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판매자 분이 필요한 것들 열심히 찍어주셨다)
(▲ 멋진 모습. 60억 분의 1 확률로,.. 누군가에게 수북이 쌓인 먼지조차 가치가 있을 수도?)
아래 정보로는 “도시바가 말레이시아 공장에 제조를 위탁한 다음, 태평양 지역 국가들에 선박으로 수출했다”는 상상이… 그럴듯하다.
(▲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페낭 그리고 현재까지 존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키-후아트 라디오 주식회사’)
(표제부 사진 포함 출처 : https://www.trademe.co.nz/electronics-photography/home-audio/vintage/listing-2643556903.htm?rsqid=a0792a3677ab4850baf25dac20b65b8c-005)
1942년, 우위에 있던 일본 해군이 지도 오른쪽 보루네오 섬의 먼 오른쪽에서 벌어진, 치열했던 과달카날(Guadalcanal) 해전에서 대단히 쓴맛을 보게 되는데… 패전 후 또 다른 국면의 강성 산업국가로 탄생한 일본이 자신들의 기지에서 태평양의 나머지를 점령하려고 (제품 잔뜩 실은) 함대를 출정시키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게 그러니까… 불과 30년쯤 후의 일.
그리고 +50년 후 ‘아베의 일본’은 다시 그 패망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깨달음 없는 반복. 자꾸 그러면 선한 일본 국민은 뭐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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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은 Paul Lee님의 댓글 정보 따라가기 정리.
거대 함포, 제로 전투기, 편대비행, 대공포, 어뢰와 급강하 폭격… 그리고 승자의 전설이 된 항모 엔터프라이즈. 널리 알려진 ‘1942 슈팅 게임’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연작으로 소개됨. 단, 미국에서 제작된 것이고 전쟁은 늘 승자의 관점에서 기술된다. 출처 및 글 : https://owlcation.com/humanities/Turning-Point-in-the-Pacific-1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