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좁은 통로 하나 만들어 두고 온갖 신호들 들어가라고 하면 통로 끝에 유효한 신호만 나온다. 그런 기능을 하는, 값싼 세라믹 소자에 일본 무라타(Murata)는 ‘세라필(CERAFIL, Ceramic+FIlter)’이라는 그럴듯한 브랜드 명을 붙였다.
“빈티지 튜너는 세라필 이전과 이후 시점으로 나뉜다”
세라필 없던 시절(*)에는 L, R, C를 가지고 열심히 좁은 통로(10.7Mhz IF 중심 주파수 ± 수백 Khz)를 만들어야 했는데… 그게 꽤 어렵다. 수십 년 후의 노화를 막기도 어려움. 이후 시점은, 세라필 덕분에 적당히 만들어도, 싸게 만들어도 과거보다 성능 더 좋은 튜너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고… 그런 게 다 일종의 부품기술 혁명이 아닐지? 그리하여 오디오 극상기 튜너 중 세라필 없는 튜너를 보기 어렵게 되었다.
* Cerafil 최초 소개 시점은 1961년. 보급되기 전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 그러므로 1970년 이전 시점으로 봄이 합당하다.
* 관련 글 : 우수한 특성의 Murata Filter
다음은 참고용으로 발췌해 두는 1992년판 세라필 카탈로그 자료.
(▲ 인켈 TK-600의 부품 리스트 정보)
(▲ 흔히 보이는, 적색 띠가 있는 것은 모두 A타입이다. 모델명은 SFE로 시작. 인켈 부품 리스트 ‘MA8’에 대한 특기 정보는 없음. Customers Specifications 기표된 것처럼 인켈용 특별 주문품인 듯)
(▲ #1핀이 입력, #3핀이 출력. 기계 소자이므로 반대로 연결해도 어떻게든 동작은 할 것임)
(▲ MA*형을 먼저 쓰고 그다음에 MS*형을 쓰면 좁은 통로의 폭이 점점 좁아지는 구조가 된다. 참고로 국내 튜너의 ‘선국 주파수 ±100Khz’ 즉, 방송국 간 이격 절대치가 200Khz인 점 고려하면 ±180Khz MS3도 사용 가능)
다음은 LRC 필터를 쓰는 맥킨토시 MR-71(1960년대 후반)과 세라필을 쓰는 인켈 TK-600의 IF 처리 비교. 인켈의 경우 세라필 2개 + 트랜지스터 1개로 끝내고 있으니… 한 발짝 떨어져 생각해보면 대단한 기술혁신 아닐지?
(▲ Mcintosh MR-71. Mixer 이후 증폭/필터링, 증폭/필터링, 증폭/필터링…)
(▲ 보라색 영역은 물리적으로 격리된 프론트-엔드. 10.7Mhz IF 신호는 그 안에 있는 T101(=Mixer 종단)에서 시작한다. CF201로 1차 정리 → TR201로 감쇄(=삽입손실 등)된 것 이상을 충분히 증폭 → CF202로 2차 정리 → IF IC 입력 핀. 여기서, 필터링된 신호의 높낮이 즉, 우연히 10.7Mhz 규칙을 준수했지만 순간적으로 튀는 노이즈성 신호들은 IC 내부 다단계 Limitter Amplifier가 알아서 정리한다. 그리하여 강도를 기준으로 신호를 처리하는 AM 상당 정보는 완전히 배제됨. 그 작용은 곧 번개, 펄스성 노이즈 등 잡음에 대한 내성으로 FM의 강점이기도 하다)
그렇고… CeraFil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우선, 아래는 MR-71, Fisher FM-80 등에서.사용된 것과 같은 LRC 밴드패스 필터(Band Pass Filter)의 예. 적어도 3종 부품들이 결합되고… 각각은 온도에 반응할 것이고 상태 나빠질 가능성은 논리상 부품 개수만큼이다. 그에 더하여 정확한 중심 주파수 조정을 위해 트리머든 페라이트 코어든 뭔가 부가하면 총체적은 물론 단 1g이라도 중량이 커진다. 크기 확 줄인 튜너를 설계하려면 정말 마뜩잖은 대안.
그에 반해 크기 아주 작고 동작도 너무 간단명료하여 전통적인 LRC 필터를 한 방에 날려버린 무라타 소자는… 아래와 같이 공진 주파수가 정해진 피에조 소자 즉, 피에조 공진기를 2열 조합한 형태. 입구 진동자가 입력 신호의 전압 변화에 반응하고 어떤 기계적 공진을 만들어내면 그 에너지를 전달받은 반대편 진동자가 (입력과 반대로) 진동 에너지에 맞는 2차 전압을 생성한다.
입력 진동과 출력 진동에 대한 피에조 반응 속성을 정교하게 정의하면 10.7Mhz (또는 기타 주파수) 이외의 신호들을 가차 없이 제거하는 필터를 만들 수 있다. 6dB 정도의 삽입손실은 트랜지스터 증폭으로 보상하고…
이 아이디어는 표면탄성파 필터(SAW, Surface Acoustic Wave) 등 다른 기계적 필터와 크게 다를 것 없음이다. 다만, 얼마나 싸게 만들고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 유통할 수 있었느냐가 사업화의 관건이었을 것인데 1970년 이후 시절은 일본이 하드웨어 기술 패권을 쥐고 있었기에, 경제적 효익을 추구하는 제작사들의 동조가 있었기에 ‘튜너 세상의 세라필 점령’이 가능했다는 의견이다.
[ 관련 글 ]
FM 튜너의 IF Filter (2)
Collins Mechanical Filter
세라필, 각종 IC, 특수 코일 등 우수한 부품들을 일괄 조달하고 기술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루트가 있는데 인켈 설계자나 해외 설계자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NO.
* 관련 글 : Luxman T-110U 아날로그 튜너 (1), 관찰하기
(▲ 인켈 TK-600. 세라믹 필터 → TR. → 세라믹 필터 + 세라믹필터 직렬 → IF IC 순. 그런데… 직렬 In 핀의 위치가 각기 다르다. 표준 In/Out 핀 정의에도 불구하고 Symetrical로 표현된 바, 상관없다는 뜻. 그러나 양쪽 임피던스가 다를 경우를 상정하는 Murata 핀 할당 지침에 맞추는 게 좋을 것인데… 과거 조립 공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삽입손실 무릅쓰고 굳이 직렬 필터링을 한 이유는? Thinking…)
아무튼… 더 빨리 돌아가는 디지털 장치에서조차 세라필과 같은 아날로그 필터가 중요하다. 그래서 무라타는 여전히 건재함. 그에 반해 과거 승승장구했던 일본이 급격히 몰락하는 모습을 보면… 참! 극명하게 명암이 갈림.
패키지 IC 솔루션에 관한 국산화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님. 다음은 꿩 대신 닭으로 찾은 1990년 12월, 한국경제 기사. (출처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1990122000831)
대우통신이 스탠더스셀을 이용한 ETS(Electronic Tuning System)IC를 개발했다.
20일 대우는 금성일렉트론과 공동개발한 ETS IC가 디지털방식으로 작동되는 전자식튜너에 활용되는 반도체칩으로 내충격성및 내마모성이 강하고 고속성및 저소비전력의 특징을 갖고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아날로그를 이용한 기계식튜너만 생산돼 왔으며 ETS IC는 일본NEC사및 산요사등에서 전량 수입해왔다.
ETS IC는 오디오와 컬러TV및 VTR에 활용되는 핵심부품으로 이것이 국산화되면 수입대체효과를 높일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대우는 앞으로 ETS IC의 적용범위를 교통정보제공시스템 도난방지 시스템 DC(콤팩트디스크)제어시스템등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도록 연구 개발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우와 금성은 정부의 산업기술향상자금 14억6천만원과 자체개발비를 투입, 2년만에 ETS IC를 국산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