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전자 LT-8300 타이머 튜너 (8), 진공 형광 디스플레이 오류 확인

글쓴이 : SOONDORI

프론트엔드 오류를 처리하고 적당히 튠업 한 후 예정된 ‘진공 형광 디스플레이(VFD, Vacuum Fluorescent Display)’ 오류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 관련 글 : 롯데전자 LT-8300 타이머 튜너 (7), 최종 FM 튠업

오류 정의는… “문자 발광도가 균일하지 않다”

■ 시각적 단서 수집

프론트 패널 뒤쪽에서 나사 몇 개 풀고 플라스틱 클립을 젖히면 PCB가 분리된다.

PCB 고정용 플라스틱 브라켓에서 VFD를 살짝 분리하고 좁은 틈새를 통해 LSI와 VFD 모델명을 확인하였고…

(▲ 문자열은 Lotte LE-016, TMP47C127ON-V203. 도시바 제품으로 추정되고 ‘Lotte’는 롯데전자가 원하는 프로그램이 이식되어 있다는 뜻. 레이저 마킹까지 했으니 상당 수량을 주문한 것이겠고 롯데가 이 디스플레이 패키지가 탑재된 기기를 꽤 많이 생산했다는 뜻)

(▲ 문자열은 Futaba 8-LT-06GK, 후타바는 VFD 디스플레이 분야 그리고 RC 무선 조정기 세상에서 꽤 유명한 일본 회사)

* 관련 글 : Pioneer TX-1060 튜너 (2), PD2011B IC와 VFD

본래 트랜지스터가 삽입되어야 할 곳에 살짝 거뭇한 느낌의 다이오드가 하나 박혀 있다. 얼핏 보기에는 제너다이오드 같은데… 고장? 단품 검사해보니 정상. 그 외 모든 다이오드도 정상.

개별 문자의 밝기에 차이가 있다 함은 필라멘트가 생성한 열전자의 흡수(=황화물 발광)가 불균등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전자적인 것이거나 물리적인 것이거나…

VFD 첫째 핀에서 마지막 핀까지, 아무 생각 없이 Trio 오실로스코프로 관측해보았다. 파형 움직이는 핀의 전압은 -20~0V가 아닌, -20V~+5V 사이에서 맥동한다.

■ 동작 원리

먼저, 특정 문자를 제어하고 밝기를 결정하는 기재가 무엇인지를 정리해보면,

○ 물리적인 발광 현상 : 1) (흔히 AC로) 가열된 캐소드(Cathode) 즉, Filament가 진공 공간에 열전자(熱電子, -극성)를 방출한다, 2) 그것이 3극 진공관 그리드와 같은, 말 그대로 미세 철망인 그리드(Grid)를 지나서 발광 물질 도포된 애노드(Anode, +극성) 판에 충돌하는 순간, 해당 판이 발광한다, 3) 음극 전자는 양극 애노드에서 소멸된다, 4) 국부적인 세그먼트 판의 모양을 달리하면 아무렇게나 문자를 만들 수 있다, 5) 컬러는? 형광물질의 성분을 달리하여 적당히…

(출처 : http://www.vintagecalculators.com/assets/images/ElDisp_5.GIF)

○ 점등 제어 : LSI 최소 개수 핀으로 최대한 많은 문자를 표시하기 위해 1) X축 제어 라인과 Y축 제어 라인을 분리하고 교차점만 발광하게 만든다, 2) X축은 대상 문자를 선정하는 제어 라인 즉, 그리드 제어 라인으로 할당하고, 3) Y축은 특정 문자를 구성하는 개별 세그먼트(Segment) 즉, 문자를 구성하는 조각의 제어 라인으로 할당한다, 4) 0.**초 마다 한 번씩 2항과 3항의 선택적 조합을 만들며 전체 문자열을 순차적으로 갱신(Refresh) 하면 사람의 착시에 의해 모든 문자가 점등된 것처럼 보인다. (빠른 프레임의 카메라는 모든 것을 다 잡아냄)

‘선택적 조합’이라 함은 아래와 같고 FND, LCD 등 표시 장치를 쓰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세상에서 널리 사용되는 방법론(=Dynamic Drive 방식)이다.

(▲ 열전자가 방출되고 있다 → #2를 선택 = 열전자가 그리드를 통과한다 → 열전자가 세그먼트(a, b… dp) 쪽으로 가려고 한다 → 마침 #2에 의해 ‘b’만 선택되어 있고 그곳에 + 전압이 인가되고 있다 → +에 끌린 열전자가 세그먼트 b 면에 충돌하면 b가 발광한다. 모든 것은 0.***초, 아주 잠깐 사이에 벌어지는 일. 다른 문자들은 선택되지 않았기 때문에 즉, 그리드 제어에 의해 아무 일도 없음)

■ Datasheet 단서 수집

○ TMP47C127 LSI는 도시바가 만든 것이 맞다. 4비트 컨트롤러. 세그먼트는 a, b, c, d, e, f, g 그리고 dp 총 8개. 그러므로 S0~S7이 세그먼트 제어라인이겠고… 나머지는 그리드 즉, 문자의 위치를 정의하는 제어라인 + 기타 용도의 제어라인이다.

○ 후타바 VFD 정보는… 특주품이니까 당연히 자료를 구할 수 없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 식으로 열심히 더듬을 수밖에 없음. 참고로 LT 앞 숫자는 표시 문자의 개수로 8-LT는 8개.

■ 오류 가설

자, 이상의 조건에서 몇 가지 시나리오를 궁리해보면

1) 필라멘트 이상? 모든 문자에 열전자를 공급하는, 자세히 보면 빨갛게 빛나는, 아주 가는 선 몇 개가 VFD 안쪽에, 수평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일종의 공용 구성 요소로서 밝기 문제를 제외하고는 모든 글자가 잘 표시되고 있으니까 오류 원인은 아님.

2) 그리드 제어 이상? 그리드 제어 전위에 따라 열전자 이동이 제한되므로 오류의 원인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리드가 -극성이면 – 극성 열전자는 반발할 것이고 애노드는 손님을 못 받는다. 그리드가 +극성이면 열전자는 애노드로 가는 대신 중간에 있는 그리드로 빠져버릴 테니까 애노드가 손님을 빼앗기는 상황이 된다.

이 속성을 이용하면, 그러니까 그리드 단속에 의해 n개 문자 중 어떤 것을 점등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다. 더불어 열전자의 통과량을 조절하면 형광물질 반응이 달라질 것이므로 결국 VFD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밝기라… 그래서 그리드 전위 오류를 의심한 것. 문제는… LSI~VFD 사이에 PCB 패턴들, 몇 개 다이오드, 몇 개 저항 외 딱히 열화를 의심할 만한 것이 없어서 고민.

3) Segment Anode 전위 문제? 열전자를 향해서 “저는 +입니다. 어서 이쪽으로 오세요~!” 하는 것이 Anode 전위라고 보면 상태에 따라 밝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LSI가 각 세그먼트의 a, b… dp를 공용으로 묶어서 쓰기 때문에 전체 밝기를 달리하는 것은 몰라도… 국부적인 현상의 원인이 될 수 없다.

4) 특정 문자에 집중한 LSI 제어? 예를 들어 8개 문자 중 7개는 초당 n번을 점등시키고 모종의 사유로 나머지 하나만 n + x번, 더 높은 빈도로 점등시킨다면? 밝기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프로그램적 오류. 상식선에서 타당하지 않다.

5) Segment 발광체의 노화? 같은 개수의 열전자가 충돌했음에도 도포된 형광물질의 상태에 따라 밝기가 달라질 수 있다. 공장 출고 후 한참의 시간 지났으니 스스로 더 밝아질 수 없는 없을 것이고… 어떤 문자가 다른 것에 비해 더 밝다면 더 밝은 게 정상이고 어두운 게 노화된 것이겠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원인.

정리하자면 1) 그리드 제어 이상, 2) 세그먼트 노화 중 하나가 원인일 듯. 일단 그런 정도로 가닥을 잡고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한다.

(시간 흐른 후)

■ 참조 회로를 대상으로 한 궁리

다음은 유사 등급 TMP47C** LSI를 사용하는 Sansui CD-V350/Luxman D-103 구동 회로.

(▲ VFD 드라이버를 내장한 이 LSI는 구동 트랜지스터 드라이버를 쓰는 타 LSI에 비해 외부 배선이 간결해지는 강점이 있다)

(▲ 내용 추가, 필요 전압은 1) LSI VDD, 2) GND, 2) 애노드 전위차를 만들어 내는 VKK, 4) 필라멘트 구동 AC, 4종)

(▲ 내용 추가, 이 글에서 상정하는 다이나믹 드라이브(Dynamic Drive) 방식의 구동 전압들. 음극성 열전자를 밀고 당기는 원리이므로 모든 펄스 동작에 있어서 전위차가 중요하다. Cut Off Bias Voltage는 AC 중심 전위가 최소 GND 이상이어야 한다는 한계 조건을 정의하고 GND 밑이면 초과 전위차 때문에 통제되지 않는 열전자가 애노드로 이동하여 발광하게 됨. 이것을 막기 위해 앞서 관찰했던 Zener Diode 또는 여하한 제어회로를 배치. 출처 및 글 : https://www.futaba.co.jp/en/display/vfdinfo/vinfo_kudo_1.html)

별것 없음. 어찌해야 할까? 상상을 더 해보자면,

1) LSI 공급 전압과 메인 클럭을 확인한다. 아래 데이터 시트는 권장치 VDD 6V/최대 7V, 클럭 6Mhz 이내로 정의한다.

롯제전자 LT-8300 VFD LSI-도시바 TMP47C127

2) ‘108.00Mhz’를 선택 → Segment 제어선, 그러니까 공용 묶음 a, b, c… dp의 위치를 찾는다. → 파형 높낮이를 확인한다 → ‘1’, ‘0’, ‘8’, ‘0’, ‘0’ 문자 선택 제어선을 찾는다 → (단서가 없는데 가능할까?) → 파형 높낮이를 확인한다

3) 만일 세그먼트나 문자 선택(=그리드) 제어선의 High, Low 패턴이 +5V~-20V 두 가지로 균등하게 시현 된다면 LSI 제어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 경우는 VFD 노화? 문제. 다르다면 LSI와 관련된 물리 회로에 어떤 원인이 숨어 있는 것.

이런 정도 평가 기준점을 잡고… 그래서 관측 결과는?

○ VDD(#64)과 VSS(#32) 전압 측정 → 약 +5.6V로 정상, 크리스털 소자 동작 → 정상, VFD 필라멘트 전압 → 흘깃 이상 없음.

○ Group A/LSI #2~#9 : 분명 세그먼트 제어용일 것. 찰나의 시간 동안, 각기 다른 모양의 문자 형상을 만들려 하니까 중구난방 파형이 보인다. 마음먹으면 해당 파형을 캡처 받아 제어 문자열로 변환할 수도 있음. 굳이 그렇게까지… 살펴보려는 것은 오로지 1) 합당한 펄스 동작이 있는지, 2) 그 전위가 -20~+5V로 구분되는지 두 가지뿐 → 반응 정상.

○ Group B/LSI #10~#13 : X축 라인 문자 위치를 정하는 신호 → 각 핀에 펄스 잡히고 전위 정상 → 반응 정상.

○ Group B/LSI #48~#51 : #48/#49 -20V, #50/#51 +5V. 제어 선이므로 펄스가 없을 수도, 없을 수도 → 전위는 정상이므로 반응 정상 간주.

○ Group B/LSI #52~#55, Ground B/LSI #56~#59, Ground B/LSI #60~#63 : : #10~#13에 준함 → 반응 정상.

○ 이상에서 LSI 핀 전위는 모두 정상이고 적절한 펄스 반응(있거나 없거나)을 보이고 있다. 그다음? LSI와 VFD를 연결하는 패턴 등 경로 관찰 → 특별한 것 없음. 냉땜 없음. 혹시 몰라 몇 곳 적당히 조치함.

이제 정리를 해보자면,

1) 문자 조성이 지극히 정상이므로 LSI 제어 계통 이상은 아니다, 2) 동작 펄스 전위에 문제없음, 3) PCB? 패턴과 몇 개 부품들의 상태도 정상.

뭘 더? 그냥… 흐릿한 문자는 도포 형광물질의 반응도가 약해진 탓으로 결론을 내림.

그러니까 어쩌다 마주친, 점진적으로 진행되었을 부품 제조 결함이다. 진공관, 형광등, 일반 전구 등 세상 모든 물건이 다 수명이 있으니… 재확인을 위해 포토샵? Display Curve 조절 기능으로 이미지를 조작해보았다.

역시… ‘8’ + 작은 점은 그리드 제어, 세그먼트 제어가 동시에 처리되는 한 개 문자 세트인데 마침 한 개 그리드 영역 안에 있는 점(Dot)과 ‘8’의 밝기가 다르다. 규칙성 우선인 전기/전자/제어 관점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그런 현상을 만드는 것은 Dot 외 다른 세그먼트에 도포된 형광물질의 물리적인 변성 밖에 없음.

이상으로 관찰 작업 끝.

* 관련 글 : 롯데전자 LT-8300 타이머 튜너 (9), 번외 편 ? 검파코일 불량

(내용 추가) 왜 형광물질 변성이 일어났을까? 더 궁리를 해보았다.

(시간)12:00와 (주파수)108.00mhz의 문자 겹침에 있어서 Stand-By 상태에서 시각이 표시 되는 만큼 상대적으로 혹사 당한 듯? 시각 표시와 무관한 마지막 ‘8’을 제외하고, 기타 문자들의 모든 점(dot)를 제외하고… 퇴색. 논리가 나름 그럴듯함?

맞다면 후타바의 제조 결함이 아니라 롯데전자의 설계 결함이다.?

반대로 해석하면 시계 기능 들어간 365일 통전형 튜너는 VFD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 높다는 뜻이기도 하니… 역시 오디오는 간단 명료한 게 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