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2차 세계대전 중, 1차 대전의 경험을 참고한 독일군 되니츠(Karl Dönitz) 제독이 ‘300대 잠수함의 집단적, 유기적 공격 전술’로 요약되는 ‘울프팩(Wolf Pack) 작전’을 전개하였다.
처음에는 연합군 측이 속수무책으로 당했지만, 1943년 이후로는 빈도 높은 항공기 레이더 감시, 다양한 폭뢰 기술과 개선된 수중음파 탐지기술 활용으로 대 잠수함 대응력을 키우면서 수많은 독일 잠수함이 바다에 수장되었다. 심지어 비문 통신용 애니그마 장치까지 빼앗겼고…
그런 기술적 수세와 몰락 국면에 놓인 독일 유보트 승선원들의 생사고락을 아주 리얼하게 묘사한 영화가 1981년에 상영된 ‘다스 부트’이다. (관람했던 곳이 그, 그… 하루에 두 편, 변두리 극장이었던가? 아무튼 우리나라 영화 제목은 ‘특전 U보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Tiefer, Tiefer!”
연합군의 폭뢰를 피하려고 잠수함의 물리적 한계선까지 내려갔다가 곡절 끝에 다시 솟구쳐 오르는 명 장면에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매우 심상하고 장중한 배경 음악이 깔리는 그 감상 포인트 때문에 그리고 폐쇄 공간 잠수함의 특성상 아무래도 소리가 시각을 리딩 할 것이니까… 관람 시 박진감 충만한 저음을 낼 수 있는 스피커와 앰프가 꼭 필요하겠다.
삑~! 삑~! 그 무서운 탐침 소리가 들릴 때, 어떤 선원이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에스딕…”이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는데…
ASDIC은 Allied Submarine Detection Investigation Committee 약어. ‘연합군’, ‘전투용’ 개념을 제거하면 요즘의 어업용, 기타 용도로 다양하게 쓰이는 Sonar(SOund Navigation And Ranging)와 같다.
영국이 기술적으로 우월했던 레이더 방공망도 그렇고… 마찬가지인 에스딕/소나 탐지 시스템은 어떤 모습?
(▲ 트랜듀셔 동작 및 기타 변수를 설정하는 장치 그리고 감응 정보를 Roll지에 찍는 장치 등… 당연히 진공관식 시스템. 출처 및 정보 열람 : http://jproc.ca/sari/asd_et1.html)
(▲ 1919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사용했다는 P59 트랜스듀서/픽업의 구조. 출처 : https://acoustics.ac.uk/wp-content/uploads/2018/08/D1_WHackmann_History.pdf)
다음은 1942년에 사용되었다는 144Q 소나 시스템의 개요를 적어보자면, (출처 및 상세 정보 열람 : http://jproc.ca/sari/asd_et2.html)
1) 구축함 밑에 고무로 감싼 트랜스듀서/픽업을 배치한다. 5도 단위로 360도를 회전한다.
2) 정속도 AC 모터로 크리스털 판의 진동을 만든다. 가용한 발진 주파수는 14Khz~22Khz.
3) 10Khz~26Khz 감지가 가능한 진공관식 헤테로다인 증폭기를 사용한다. 이때, 강한 신호를 소거하고 반향으로 돌아오는 약한 신호에 주목한다.
4) 수신 정보는 따로 배치된 전용 Roll紙 레코더에 기록된다. 신호의 강도에 따라 요오드화 염료의 농담이 달라진다. 그 패턴을 보고 잠수함인지 아닌지와 거리를 판단한다.
(출처 : https://acoustics.ac.uk/wp-content/uploads/2018/08/D1_WHackmann_History.pdf)
긴박했던 공격과 회피, 치열한 탐지와 추적 과정에서, 독일군 측에 타격 범위가 14km인 어뢰가 있었다고 하니까 위 2.2Km급 시스템으로는 완벽하게 대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저 상선 호위 중 공격을 받았을 때 속도가 빠른 구축함으로 쫓아갈 때나 유용했을 듯.
(▲ 독일군의 G7e 어뢰. 공기방울에 의한 궤적 노출 즉, 발사 위치 노출을 방지하려고 납산 배터리와 모터를 사용했다. (2차 세계대전 시점까지도 기술적으로 한참 뒤떨어진 미군은 엔진을 썼다던가?) 무게 1.6톤, 길이 7.2m, 사거리 7.5Km. 출처 및 추가 정보 열람 : https://www.one35th.com/submarine/molch_topedo.htm)
이상의 시스템에서 수중 음파 전달 시간, 송출 및 반향 감지에 관한 시간 측정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구축함, 잠수함에서 기계식 고정밀 초시계가 사용되었고… 시계 장인이 많은 중립국 스위스는 어떤 태도에, 어떤 행동을 보였을까? 뭐… 양측이 시계를 못 만드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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