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 1980년대의 어느 날.
(눈만 꿈뻑 꿈뻑) “네? 뭐가요? VAX, DEC 그런 중소형 컴퓨터의 터미널만…” 알고 보니 PC 개념은 흐릿하고 전자식 금전등록기가 가치가 있던 시절이었다.
○ 1990년대의 어느 날.
따분함에 그 시절 빈티지급 애플 맥을 들였다. 작고 귀엽고… 전원 넣으면 삑~~!이 아닌, 꽤 아름다운 소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IBM 호환 PC에 밑바닥까지 전도된 자가 갑자기 뭘 할 수 있을까? 클릭하고 켜보고 꺼보고 어쩌고 저쩌고. 설정이 지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싶은데… 그렇게 한쪽에서 잠을 자다가 언제였는지 모르게 사라짐.
○ 2000년대의 어느 날.
업무용을 핑계로 Core가 6개? 8개? 12개? 구할 수 있는 것 다 때려 넣은 초고성능 타워형 애플을 샀다. 그것도 결국은 여차저차 사라짐. 시간이 한참 흘렀으니 그즈음의 모두가 빈티지가 되어가고 있을 것.
○ 시간이 흐른 어느 날
iPod라는 조금 납짝하고 그럭저럭 쪼~멘하고 뭘 빙빙 돌리는 MP3 플레이어가 한 대, 같은 이름을 쓰는데 껌딱지 만큼이나 작은 MP3 플레이어가 있었다. 그것도 굴러다니다가 이제는 어디에 있는지 모름. 무슨 종이 박스 안 어딘가에서 쿨쿨 잠자고 있으면 다행이다.
○ 시간이 더 흐른 어느 날.
아이가 애플을 쓰겠다고 난리. 애플 노트북, 애플 스마트폰… “카메라 색감이 뭐?” 비싸기만 하고 오늘 사서 내일 고장 나도 무조건 리버프 제품으로 교환된다는, ~카더라 정책을 거론하며, 시장 동태 몇 마리 담는데 뤼비통과 깜장 봉다리가 무엇이 다르냐를 운운하며 투덜투덜. 그러나 결국은 아이가 원하는 대로 되었고…
지인은 그렇게 비논리적인 것에 흠뻑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다 갬성 때문이죠~!”라고 했다. 갬성? 갬성이든 감성이든 감정이든 감동이든 그냥 대한민국 꼰대가 되면 뭐든 이해가 잘 안 된다.
아무튼 그렇게 멀리서 곁을 스쳐간 여러 Apple 중에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은 1983년에 소개되었다는, 128K 꼬리표를 단 그 작은 애플 MAC 뿐. 다른 것은 안중에 없음. 왜냐하면,
“베어 먹은 사과에 딱 맞는 세상 유일무이한 디자인. 그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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