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AUDIO NOTES > 남기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

남기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

글쓴이 : SOONDORI

어떤 날의 서울 나들이. 일부러 저녁 약속을 잡고 적당한 때 청계천, 세운상가, 장사동, 종로 3가라고 불리는 공간으로 향했다. 날은 좋지만 역시 서울은… 시끄럽고 먼지가 많고.

시간대가 그렇기는 하지만, 역시 이런 행차에서 동해루의 옛날 짜장면을 놓칠 수 없음.

나오면서 물었다.

“주변이 난리인데… 이 동해루는 어디로 이전하나요?”
“그냥 그때 그만두려고요”
“네엣~?”

이어진 대화에서, 동해루 여사장 님은 불만이 많으시다. 그러나 어찌 보면 체념에 가까운. 까까머리의 추억을 최대한 기억하고 모든 것이 그대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자 입장에서는 너무 재수 없는 미래이고.

박원순 서울 시장은 세운상가를 적당히 꾸미고 재활용하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그전의 오세훈 서울시장은 상가 망루에 올라가자마자 혀를 끌끌 차면서… 그렇게 두 사람의 생각과 행태가  다르다.

그렇든 말든 허름한 노른자 땅에서 뽑아낼 절대 규모의 이익에 의해서,

이제 곧 세운상가 주변에 몇십층짜리 신식 건물과 신식 호텔 그런 것이 들어서고, 그리하여 나이 든 영세 상인들과 나이 든 영세 장인들과 오래되고 남루하고 작은 공장들, 찌든 화덕의 식당들은… 서울시 안에서는 도저히 갈 곳이 없다고 하시니 모든 게 끝!

요리조리 돌면서 아주 잠깐 기웃거릴 수 있었던, 그나마 남아 있던 뒷골목의 절반은 벌써 사라졌다.

그런 날이 꼭 그런 날인 것인지…

뻔한 고무벨트에 아무렇게나 가격을 부르고 불퉁거리는 주인장의 태도가 영~ 밉상이라, 그냥은 넘어가기 싫어서 일부러 “천 원 깎아주세요” 했더니… 사라지는 것에 슬쩍 기분이 나빴던 참에 여차저차, “아저씨, 나 말 안 끝났는데?” 그렇게 괜한 푸닥거리를.

* 관련 글 : 세운상가의 진통

 

2 thoughts on “남기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

  1. 말그대로 서울은 신식건물과 신식소비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러다보니 제가 사는곳은 공장과 물류창고로 넘쳐남니다.
    주거지역과 일할곳이 산속이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지고 이동시간에 지쳐버리는 현실인데요,
    산속에다 공장지어놓고, 인원모집하면 여기로 출퇴근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 흔한 회식한번 할수 없는 그곳에 젊은사람들을 끌어들이기에는 , 현실성이 너무 없습니다.
    이젠 산도 없애고, 입주도 안하는 물류창고 만드는 행태는 없어져야 할텐데 ㅡㅡ

  2. 아~!

    아래 말씀은 정말 시사하는 바가 크네요. 돈 욕심에 결국은 남는 자연도, 크게 취하는 것도 없는…

    “이젠 산도 없애고, 입주도 안하는 물류창고 만드는 행태는 없어져야 할텐데 ㅡㅡ”

    네… 시골에 살다보면,

    1) 어느 날은… 논이 밭으로. 물론 이해합니다. 쌀 가격이라는 게 정말… 다른 작물을 심는 게 유리하죠.

    2) 단단하고 비용 많이 들어가는 고급 비닐하우스가 들어오고.
    3) 그 다음 어느 순간, 밭이 대지로. 여기는 절대 농지 아닌가? 자꾸 공무원과 토지주의 야합을 상상하게 됩니다. 몇 천이며 되더라 그런 것.
    4) 마지막에는 종종 똑같은 모습의 그 청색 패널 창고나 공장이 들어섭니다.

    다 해서 5년쯤이면 되나요? 모든 시골 땅은 그런 쪽으로. 그래서 이 동네가 저 동네와 같은 모습이 되는 게 아닌가…

    -.-;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