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어떤 일로 누군가와 대화하다가 착안했던…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ADC의 종류에 관하여, 처리 속도를 중심으로 나열해 둔다.
■ Flash ADC(=Direct Conversion ADC)
V_ref 전압을 기준으로, V_in 전압을 단순 비교하되 비교기(Comparator)를 통해 곧바로 101010… 디지털 수치로 바꾸는, 아주 오래된 방식.
(▲ 단독 소자 또는 내장된 기능으로서의 비교기 : 두 입력 전위가 같으면 1, 다르면 0을 출력 → 입력 전압이 변화할 때 그것이 기준 전압과 같으면 1, 다르면 0)
(▲ 분압 저항의 전압이 기준 전압 (V_ref), Analog_Input으로 정의된 라인은 각 비교기에 공통 입력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므로 비교가 동시에 이루어질 것이고 각 비교기는 각기 다르게 할당된 기준 전압을 기준으로 입력 전압을 해석하여 1이든 0이든… 뭔가를 출력한다. 그것을 끌어모아서 10001010… 00110001 등 유의미한 디지털 신호로 재구성함)
논리만으로는 정말 이해가 쉽고 군더더기가 없다. 사용 소자가 빠르면… 당연히 ADC 변환도 빠르다. 물론, 당연하게 무조건 좋은 방식은 아님.
(▲ 1975년에 제작된 4-Bit, 100-MSPS Flash ADC. 이상 출처 : https://www.analog.com/media/en/training-seminars/tutorials/MT-020.pdf)
참고로 분압 저항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대체로 분압 저항의 역할을 반대로 해석한 것이 빈티지 PC 패러렐 포트에 연결해서 사용했던 코복스(Covox) 사운드 모듈.
* 관련 글 : 오디오 세상의 공룡 화석 COVOX 그리고 R–2R DAC
■ Sigma-Delta ADC(=Σ-Δ ADC)
오차 보정 기능을 내장한 ADC. 여기서, 오차는 계산이나 처리의 오류가 아니라 <아날로그 입력 대 변환 디지털 값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명칭은 합(合)을 뜻하는 시그마와 차이 변량을 뜻하는 델타(Δ)를 함께 쓴 것. (Σ-Δ의 개수에 따라 차수(Order)를 구분함. 차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것 같지만, 세상일이 어디 그런가?)
(▲ <Latched Comparator>가 최초 입력값을 K_fs로 정해진 값과 비교. 같으면 1, 다르면 0. 그것을 1-Bit DAC이 아날로그값으로 변환하여 시그마 블럭에 되먹임. 아날로그 시각으로 예를 들면, 입력 전압이 4.99V인데 현재의 디지털 변환 값이 4.88V 또는 5.11V이라면, 0.11V를 제거할 수 있도록 적산기에서 누적하면서, 아주 작은 값을 차근차근 더하거나 빼면서 Latched Comparator가 “그 정도면 정확해. OK!” 할 때까지 반복. ▼ 기본 변환이 종료되면 다음 단계로. 디지털 필터는 높은 주파수 노이즈 제거, Decimator(=Decimate, 죽이다, 제거하다)는 오버-샘플링 때문에 생긴 불요 정보 제거)
(▲ 적산기 때문에 Σ-Δ 블럭 출력이 PWM/Bit Stream처럼 된다는 점에 유의. 출처 : https://www.ti.com/lit/an/slyt438/slyt438.pdf?ts=1655272327056&ref_url=https%253A%252F%252Fwww.google.com%252F)
여러 차례 반복되는, 그래서 오버-샘플링이라고 말하는 <목표값 추종 로직>에 의해 최대한 정확하게 디지털화할 수 있지만, 절대 시간이 필요한 피드백 보정이 필수이므로 대단히 빨리 돌아가야 하는 계측용, 특수 산업용으로는… 좀 느리다.
물론 아주, 아주 느릿느릿한 오디오용으로는 남아돌 만큼 빠르고 게다가 오버 샘플링과 몇 종 필터 조합으로 만들어내는 낮은 노이즈 속성들은 큰 강점. 오디오 세상은 지나칠 만큼 그런 것에 민감하니까… 아무튼 싸고 좋고 그래서 득세하고 있는 ADC 구현 방식.
■ SAR ADC(Successive Approximation ADC)
“순서대로, 차례대로”를 내포하는 축차 비교형 ADC. V_ref를 기준으로 마치 이진 트리(Binary Tree)를 탐색하듯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하나씩 검출/갱신하면서, 최대한 입력값에 맞게 전체 디지털 비트를 완성해나가는 방식.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치 FFT 대 DFT의 차이처럼.. 일단 1/2는 털고 가자는 전략이 좋다. 누가 고안하셨는지?
입력값이 V의 1/2인 V_ref보다 큰가? → 크면, V_in-Vref의 1/2보다 큰가? → 크면, (V_in-Vref의 1/2)의 1/2보다 큰가? → 크면, ((V_in-Vref의 1/2)의 1/2)의 1/2보다 큰가?…
여기도 비교기가 들어가는데… 아래의 경우, 입력에 최대한 근접한 값을 찾는 지령자인 SAR 컨트롤러가 있으니까 비교기는 한 개로 충분하다. 그 잣대 하나를 가지고 여기 비교하고 저기 비교하고 트리 경로를 비교하고…
(출처 : https://www.analog.com/media/en/analog-dialogue/volume-47/number-2/articles/precision-successive-approximation-adcs.pdf)
빠른가? 아무래도 탐색 행위가 개입되니까… Flash ADC보다는 아니지만, 시그마-델타보다는 빠름. 다음은 TI 제품군에서 가장 고성능이라고 생각했던 ADS8900B SAR ADC의 스펙.
20bits, Sample Rate 1M SPS, Sampling Frequency ~1Mhz, Acquisition Time 최소 200nS, Conversion Time 최대 670nS
■ Pipeline ADC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순서대로 처리하는 전략이 적용된 ADC.
블럭 내 ADC로 어떤 입력값의 큰 자리수 몇 개를 디지털화한다. 직후 함께 있는 블럭 내 DAC를 통해 그 디지털 값을 아날로그 전압으로 바꾸고 ‘입력값 – 재생성 전압 = 더 관찰해야 하는 전압’을 만든다. ADC 변환값이 입력값과 같을 가능성은 쉽게 생각해도 제로. 즉, ‘더 관찰해야 하는 전압’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그 전압을 2배 증폭하고 다음 블럭에 넘기면, 뒷 블럭은 앞선 블럭처럼 처리한다. 조금 떼어내서 디지털화하고 새로운 ‘더 관찰해야 하는 전압’을 다음 블럭으로 넘김. 작게, 작게, 작게… 그러면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체 디지털 비트를 채워나가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4.987654321V가 입력값이라고 할 때 4V를 취하고 0.9V를 취하고 0.08V를 취하고, 0.007V를 취하고… 아날로그로 비유하자면 그렇다.
여러 개 변환 블럭이 일렬 배치되어 입력값과 가공된 값이 한쪽으로 쭉~ 흘러가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 모습은 원유가 흐르는 송유 파이프라인과 같다. 물론 중간에 빨대를 꽂고 조금씩 덜고 디지털화했으므로 그 송유관의 맨 끝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이지만.
끝이 말라 있는 것을 확인하면 파이프라인 앞쪽의 밸브를 여는데 그렇게 단속 밸브와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샘플앤홀드(Sample & Hold). 그리고… 물이 다 마르기 전에, 박자를 맞추어 밸브를 열면 중간의 빨대는 쉴 틈 없이 일을 할 것이다. 그래서 전체는 빠름.
* 관련 글 : Kenwood KT-1100 튜너 (12), 번외 편 – Sample And Hold MPX
그렇고… 4종 ADC의 분해능과 속도의 비교는 다음과 같다.
(▲ 역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는 없음. 분해능과 샘플링은 반비례한다. 흔한 사운드 카드, 사운드 모듈에 쓰이는 것은… 시그마-델타 ADC일 것. 출처 : https://www.analog.com/media/cn/analog-dialogue/volume-39/number-2/articles/the-right-adc-architecture_cn.pdf)
그나저나 빈티지 오디오 세상에서 ADC가 무슨 의미가 있다는 것인지?
글쎄요? ADC에 대한 기본 정리는… PC 사운드 카드의 성능 평가나 DIY 계측 프로그램 설정에 필요하고 빈티지 튜너의 경쟁 솔루션인 One Chip 튜너에 ADC가 활용된다는 사실 때문에, 그리고 빈티지 CDP나 모던한 디지털 소스 기기의 DAC에서 ADC 기술이 다시 투영된다는 사실 때문에 유의미하다.
(▲ “프론트엔드 외 나머지는 저희 ADC로. 그게 더 좋습니다” 그런 식의 기능적 혁신을 주장하는 TI AFE7903 2T2R 데이터 시트 일부. Pipeline ADC로서 FM 대역이 아니라 레이더나 Ghz급 RF를 취급한다. 5-MHz to 7.4-GHz RF Sampling AFE with 12-GSPS DACs and 3-GSPS ADCs, 400-MHz IBW. 출처 : https://www.ti.com/lit/wp/slyy068/slyy068.pdf?ts=1655315614835&ref_url=https%253A%252F%252Fwww.google.com%252F)
(▲ 시간이 흘러… 기억 가물가물한 어떤 회사에 생산라인을 넘긴 실리콘-랩의 Si4830. 소프트웨어 직교검파)
ADC의 반대 개념인 DAC에 대한 정리는 다음 글에서…
* 관련 글 : 디지털-아날로그 변환기, 상용 DAC의 종류
이렇게 저렇게 뭔가를 기억해보고 생각해보면, 아날로그에 전도된 빈티지 오디오 세상에서도 디지털이 중요했고 그래서 ADC 이해는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다음은 ADC를 쓰는 몇 가지 사례.
○ LP 트랙 구분을 위한 광 반사 정보의 처리.
* 관련 글 : ADC AccuTrac +6, 레이저 스캔 턴테이블
○ (내용 추가) 2005년경에 나온 리얼텍 ALC850 칩의 내부. 마이크 → MUX → 16비트 스테레오 ADC(Sampling Frequency ~48Khz) → PCM…
(▲ 이제는 빈티지급이 되어버린 PC 안에 들어있을 것. 출처 : www.flickr.com/photos/ario_2025/4333113463)
○ 칩 개발 목적과 달리 어떤 기능을 훌륭하게 변형, 응용한 USB 타입 SDR(Software Defined Radio) 튜너. ADC로 유입 전파를 묻지 마 컨버젼한 후…
* 관련 글 : RTL-SDR 라디오(1)
○ 싸거나 비싸거나 좋거나 그럭저럭인… 디지털 오실로스코프, 디지털 멀티미터 포함 다양한 계측기에서 널리 사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 왜냐하면… 이 세상은 그 자체로 아날로그이니까. 세상을 디지털로 해석하려면 반드시 ADC가 필요하다.
* 관련 글 : 몇 가지 작고 특이한 오실로스코프들
○ ADC 칩을 쓰지 않는, <Voltage-Time Conversion>라는 독특한 데이터 획득 방식을 쓰는 독일 Prema 멀티미터.
* 관련 글 : Prema DMM-5000 멀티미터와 디자인 감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