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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들의 직지 프로젝트 그리고 꿀맛 SF 소설들

글쓴이 : SOONDORI

“상당히 변칙적이고 도발적이며 또… 용감하고 세상 가치를 다르게 해석하는 분들만 수행할 수 있었을 SF소설 확산 프로젝트. 그것은 일종의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했다”

<아이디어회관 SF> 도서를 대상으로 한 <직지(直指) 프로젝트>를 그렇게 해석하였다. 1999년부터 다음 해까지, 총 88명이 열심히 작업하고 뭔지 모를 훌륭한 결과물을 퍼블리싱하신 모양. 현재는, pdf와 hwp 포맷으로 저장된 50여 편의 SF 소설을 다운받아 읽어볼 수 있다.

* URL : https://sf.jikji.org/jikji/index.html

하이텔 아이디를 보고는 잠시 PC 통신 시절의 텍스트 SF 탐독 활동을 추억하게 되었으며… 20년 넘은 자료를 여전히 서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최초 발제자인 정상돈 님과 프로젝트 참여자 분들의 무한도전 정신에 경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음.

다음은 해당 WEB 이곳저곳에 기록된 설명글의 일부.

“…한국의 SF 고서를 모아 CD-ROM으로 만드는 작업인 <직지 프로젝트>는 1999년 3월 20일 시작 되었습니다. <직지 프로젝트>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모여 다음 세대에게 우리 세대가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을 물려주는 작업입니다. <직지 프로젝트>는 1년 동안 많은 분들의 참여와 관심 속에 진행되었으며, 2000년 5월 5일 어린이날 성공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1999/03/20 직지 프로젝트 소개
1999/04/02 소식 #02 대상서적 선정 작업
1999/04/07 소식 #03 대상서적 수집
1999/04/19 소식 #04 직지 홈페이지
1999/05/02 소식 #05 교정 인력 모집
1999/05/14 소식 #06 저작권에 관한 특별판
1999/06/10 소식 #07 스캔 작업 끝
1999/07/01 소식 #08 1차 교정작업 경과 보고
1999/08/11 소식 #09 1차 교정 수집 끝
1999/09/29 소식 #10 새로운 각오
1999/11/24 소식 #11 2차 교정작업 완료
2000/01/27 소식 #12 편집 작업 완료
2000/03/28 소식 #13 서지 정보 수집 및 직지 특공작전
2000/04/19 소식 #14 우편물 발송 주소지 확인

○ 왜 해요?
지성인이라면 한번쯤 반드시 하고 말게되는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 어떻게 해요?
차근차근 설명드린 바와 같이, 지성인이라면 반드시 하고 말게되는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 이 프로젝트에서 여성의 역할 및 지위에 관한 견해를 말한다면?
<직지 프로젝트>는, 심지어 강아지조차도 인간과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 불법 아니에요?
불법입니다. 다음 기사 스크랩을 참조하십시오: “우리나라는 지난해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지적 재산권협정에 따라 이미 베른협약 준수의무를 지고 있는데다 협약이행을 위한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되고 있어 협약발효에 따른 추가의무 부담은 없다. 베른협약은 협약가입국 국민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자국민의 저작물과 동등하게 보호하는 내국민 대우를 원칙으로 하며 저작권 보호기간은 저작자 생존기간과 사망후 50년까지로 규정돼 있다. 96.8.17” ‘베른 협약’에 관한 내용은 http://cdcc.kcaf.or.kr/search_trt.asp 을 참조하십시오.

○ 불법인데 왜 합니까?
비유해서 말씀드리자면, 당신이 어느날 새벽 3시 20분, 경운기 한대 다니지 않는 어느 깡촌의 1차선 건널목에서 빨간 불이 켜졌을 때 양심에 비추어 무단횡단하지 않을 정직한 사람임을 알고 있습니다. 양식있는 당신은 문명이 닿지 않은 전설적인 어느 깡촌에 캠핑갔다가 나무 아래에 슬쩍 소변을 보는 파렴치한 짓을 하지 않을 분이라는 것도 자명합니다. 또한, 주문한 짜장면에서 발견한 치명적인 머리카락 때문에 기분이 몹시 나빠져서 중국집 주인을 위생법 제 14조 2항에 의거해 고소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입니다. 이상의 비유 대신 사실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출판사가 1974년 한번 출판된 적이 있는 E.E. Smith의 Skylark를 다시 번역하여 국내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순수하게 서점에서 책을 구입해 읽는 국내 SF 독자의 총수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2000권이나 제대로 팔릴수 있을까요? 출판사는 뻔히 리스크를 안고 모험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SF 시장은 넓은 영미문화권 서구 시장에 비해 저작권을 존중하기에는 너무 작습니다. 이상의 젠틀한 말들은 그만 집어치우고, 불편한 책임감을 가지고 말씀드리자면, 필요할 때 적절한 상황에서 경찰이 건네주는 예쁜 은팔찌는 당신의 걱정꺼리가 아니라 제 것입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이 바보같은 짓으로 당신이 얻는 이득은 무엇입니까?
없습니다. 제 소망을 말씀드릴까요? 일단 선량한 양떼를 등쳐먹어 수익금을 빼돌리는 것입니다. 그 돈으로 스리랑카에 날아가서 아서 클라크를 만나 장수의 비결을 묻고, 한국SF대회에 참여케 하여 더 큰 돈을 벌어들이겠습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앞으로 한국 SF의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될 본인의 정신세계를 넓히기 위해 세계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도와드리고 싶지만 인생이 파도처럼 막무가내로 밀려오는군요. 오늘은 조금 피곤 or 찌뿌두둥 or 우울 or 짜증 or 화가 납니다.
진심으로 안됐군요.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시는 것이 어떨지요? 보라카이 섬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돌아와서 연락주세요. 인생이 지겹거나 심각하고 괴로울 때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교정작업>이 좋습니다. 특히 실연당했을 때 특효입니다.

○ 다른 사라진 좋은 책들의 보존을 위해 <직지 프로젝트>를 확대할 생각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 절차도 복잡하고 어쩌면 한국에서 한권밖에 없을 지도 모를 내 책을 잘 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빌려줬다가 나중에 돌려받지 못한다거나 책이 손상될까봐 두렵군요. 그래서 저는 끼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는 하겠죠. 루크님이 쓰신 글은 잘 보았습니다. 아무튼 잘되길 마음으로나마 빌어드리겠습니다.
입 다물고, 함께 해 봅시다.

○ 도와드리고 싶지만 직장인/바쁜 학생이라 도와드릴 것은 없고…
<직지 프로젝트>를 주위에 널리 알려 주면 고맙겠습니다.

주위에 널리 알린다… 이제는 한때 그런 가치있는 무한도전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주는 게 맞겠다.


2000년대 SF 커뮤니티의 주요 활동. [한국SF를 찾아서] 과학소설 커뮤니티 확장 시도. (사이언스타임즈, 고장원 SF 칼럼니스트, https://www.sciencetimes.co.kr)

2000년대의 청소년 과학소설

청소년 과학소설에서는 해외번역물의 문고판에서 중복출판과 지나친 축약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지만 창작물의 경우에는 문선의 <제키의 지구여행; 2000년>과 과학기술창작문예 동화부문으로 등단한 안미란의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 2001년>, 박용기의 <64의 비밀; 2004년> 그리고 여러 작가들의 선집 <잃어버린 개념을 찾아서; 2007년> 등이 발표되었다.

어른 작품들에 비해 비록 그 수가 적으나,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낙원이 거의 홀로 지켜오다시피 한 청소년 과학소설 시장에 여러 작가들이 뛰어들어 작품을 발표하게 된 상황은 고무적이다. <제키의 지구여행> 중 일부는 “별나라 행성”이란 제목으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읽기’교과서 첫 단원에 수록되었다.1)

온오프라인 SF커뮤니티에서의 주요 활동

온라인 커뮤니티는 2000년대 후반부터 오프라인을 무대로 작품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예전보다 창작의 비중이 줄고 리뷰와 정보교환마당으로 흐르는 인상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에는 [월간 SF 웹진] 폐간 이후 바톤을 이어 생겨난 커뮤니티 사이트 [정크 SF]가 한동안 팬덤 인구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이 외 SF용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이트인 [내일 SF ENCYCLOPEDIA]와 SF에 관해 자주 거론되는 화제를 FAQ형식으로 정리해놓은 사이트인 [SF FAQ] 그리고 박종대가 위키 기반에 만든 SF 관련 자료검색 사이트 [SF Readers]가 각기 나름의 특징을 살리며 일정기간 존속했다. 상업적인 웹진으로는 시공사에서 운영한 [이매진]이 있었으나 얼마가지 못했다.

2010년 현재 과학소설 팬덤을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살아남은 곳은 [조이 SF]와 [해피 SF] 뿐이다. [조이 SF]는 정기적으로 팬진 [미래경]을 펴낸다. 그러나 [조이 SF]는 과학소설보다는 게임을 위시한 멀티미디어 컨텐츠 SF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해피 SF]는 특정출판사의 홍보사이트라는 점에서 각기 한계를 갖고 있다.

다만 [조이 SF]의 주도인물 중 한 사람인 전홍식이 2009년부터 온오프라인에 ‘SF도서관’을 개장하여 과학소설 커뮤니티의 온오프라인 연계확장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시기 팬덤의 온라인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벤트가 1999년부터 2000년 사이 진행된 정상돈의 [직지 프로젝트]다. 이것은 해외 과학소설을 번역본으로 양껏 접하기 어려웠던 당시 국내 출판여건을 감안하여 고심 끝에 저작권 침해의 위험을 안고 1970년대 후반 아이디어 회관에서 펴낸 총 60권짜리 <세계SF명작>을 온라인과 CD로 복각한 프로젝트다.

저작권이 통용되지 않던 시절 찍어낸 청소년용 문고판, 그것도 일본 출판사의 문고판을 일러스트까지 고스란히 베낀 비양심적 문고판 절판본들을 굳이 저작권 침해 소지를 무릅써가며 누구나 읽을 수 있게 온라인에 공개한 것은 당시 그만큼 국내 독자들이 해외의 다양한 작품을 접하고자 하는 여망이 얼마나 컸는가를 반증한다.

2000년대 이래 개최된 SF 관련 행사의 첫 테이프는 1회로 단명하고 만 SF 컨밴션이다. 2000년 남산 애니메이션 센터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여러 통신동호회 회원들 다수가 참여하여 영화상영회와 도서전시회 그리고 강연 등을 꾸렸고 사전 공모한 창작 작품들을 심사하여 ‘10만원 문학상’이라는 이름 아래 당선작을 뽑았다.

수상작은 김지훈의 단편 [L함수의 연산법]에 돌아갔다. (심사는 박상준과 고장원이 맡았다.) 그러나 정상돈을 위시한 일부 헌신적인 인사들의 무보수 노력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비영리로 치러진 이 행사에 대한 일부 참여자들의 신랄한 불만 제기는 후속 컨밴션의 속행 의지를 일찌감치 꺾어버렸다. 헌신하는 이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팬층이 두터워지기 전까지는 한국에서 SF컨밴션은 민간주도로 다시 선보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 관련 글 : 사이트 소개, 더 멋진 신세계 그리고 박상준

2007년 초 박상준은 문학과지성사에서 새로 개장한 ‘문지문화원 사이’와 공동기획 하여 문화원 개관기념 이벤트로 ‘한국 과학소설 100년’ 전시회를 열었다. 박상준이 1990년대부터 수집해온 ‘SF 아카이브’가 바야흐로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2009년 7월 18일에는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행사의 일환으로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테드 창이 내한하여 공개강연과 팬미팅이 있었다. 이 작가의 초빙과정에는 그의 단편집을 국내 번역한 김상훈이 다리를 놓았다.

2010년 10월 28일부터 11월 7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는 제1회 국제 SF 영상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의 초기 실무를 총괄했던 박상준은 애초에 과학소설 팬덤과 연계된 행사들도 고려하였으나 관급행사의 성격상 끝내 프로그램에 넣지 못했다. 국제 SF 영상축제는 처음 행사를 치루다 보니 어린이 관람객 위주로만 진행되는 등 아쉬운 점들이 없지 않았으나 연례 행사화를 통한 질적 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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