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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Y FD 시리즈 TV의 특별한 CRT

글쓴이 : SOONDORI

-man 시리즈로 단맛을 본 SONY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말까지, 무수히 많은 와치맨(Watchman) 시리즈를 만들었다. “탁월하다”를 암시하는 라틴어, 메가(MEGA) 꼬리표를 붙이기도 하고…

몇 종 초소형 CRT의 특징을 정리해보면,

■ 평범한 구조의 최대치였을 FD-500 CRT

형태는 일반 CRT와 다름이 없지만, 전자총 축 방향으로 짧은 것을 사용함으로써 토템(Totem) 형상을 구현.

4.5인치 흑백 CRT, AM/FM/VHF/UHF, 폴리바리콘 + 4개 IC + 플라이백 코일 구동, AC+12V DC, 146mm × 235 × 146, 3Kg, 1980년대 후반.

보통은, CRT가 수평 방향(=전자총 축 방향)으로 기다란 것은 물리적으로, 논리적으로 당연하다. 그것을 납작하게 즉, 수평 길이를 짧게 만들면 전자빔의 통제 각도가 커지니까 설계에 부담이 되고, 원형보다는 사각형을, 만곡이 있는 것보다 편평한 영상 화면을 만드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여러 메이커들이 괜히 “모서리까지 선명하다”는 홍보에, 플랫트론(Flatron) 등 단어를 강조했을까?

아무튼, FD-500의 CRT는 편평하고, 사각형이며, 4.5인치(=11.43cm) 화면임에도 수평 방향 전체 길이는 불과 10cm 정도. WoW! 그러면 소니가 <인치수와 수평 방향 길이의 상관관계>에서 최대치를 도출한 것으로…

■ 그 다음의 진화, FD-20의 CRT

일본인들의 뒤도 돌아보지 않는 ‘경박단소’ 기조하에, 표준 형태 CRT가 영~ 불만족스러웠던 것인지 아니면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느 순간, 소니는 영상을 90도로 꺽은 CRT를 쓰기 시작한다.

1.75인치 흑백 CRT, VHF/UHF, 6V(1.5V 건전지 × 4), 1980년대 중후반.

(출처 : https://www.larkclub.com/gallery/2011/28127/)

특정 지점에서 전자를 90도로 꺽는 것은 엄청난 일인데… 어떻게 한 것일까?

(▲ 계열 모델인 FD-230의 예. 아주 작은 플라이백 트랜스포머를 쓸 수 있었던 것은 Anode 전압을 극단적으로 낮출 수 있어서? 맞다면 전자빔 통제와 형광체 발광의 관계가 크게 개선되었다는 뜻이겠다. 출처 : www.reddit.com/r/crtgaming/comments/lw3fyj/as_promised_im_reporting_on_the_cheap_flat_sony/)

기본은 반사판 원리를 응용한 아이디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상상해보면,

(▲ 계열 모델인 FD-230의 예. 출처 및 추가 정보 열람 : http://lampes-et-tubes.info/cr/cr037.php?l=d)

1) 전자총은 일반 CRT처럼 1차 유리 격벽을 상대하여 영상을 표시. (전자빔 회수용 Anode 연결은 그대로임) 1차 유리 격벽에서 투사된 빛이 (2차 유리 격벽을 통과하고 외부에 붙은 아니면 내부에 있는) 반사판에 의해 90도 방향을 틀고…굴절률을 고려했을까? 당연히 그러했을 것.

2) 반사판을 유리면 내부에 붙이는 것이 더 좋을 듯한데? 청정한 공간에서 말랑말랑 고온의 유리를 성형하고 있는데 누군가 반사판 스티커를 붙이고 나오는 것은 너무 불합리함. 그래서 외부. (내용 추가) 다시 생각해보면 본드를 바른 면이 그대로 반사판 역할을 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어색하다. 반사면이 접착면의 반대쪽에 있는 게 합리적이니까… 그러면 내부.

(출처 : https://https://www.insoler.com/m/photos/view/16021778987034#view)

3) 경사진 반사판에 동그라미가 자연스럽게 표시되려면 일반 CRT 대비 전자빔의 궤적 통제가 특별해야 한다. 주기가 고정된 Saw Wave는 쓸 수 없을 것이고 빔 프로젝터에서 흔히 보는 인위적인 Skew 처리를 고려해야 하며… 대체로 Flatron 기술의 취지와 다를 게 없음.

4) 여전히 극복할 수 없는 CRT만의 구조적 제약이 있다. 이런 부류의 제품은 어쩔 수 없이 한쪽으로 길어질 수밖에 없음. 뒤로 길거나 위로 길거나. 아무려나 소니가 혼자 즐거워했을 이 해법은… ‘Made by SONY’ 스탬프를 찍어 놓았다.

(▲ CRT 크기 가늠용으로… FD-20A. 출처 : www.youtube.com/watch?v=kF3l9_RBM6E)

“아후~ 고생하셨네. 그냥 LCD를 쓰면 되는 것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시절이 그 시절이라서 그랬던 것. 1980년대 초중반에 CRT를 대신할 만한 LCD 디스플레이는 없었음. 참고로 국내에서 LCD 모니터 교체 붐이 일어난 것은 2000년쯤이다. 그 좋은 타이밍에 돈을 많이 번 사업자분들이 주변에 계시고… 물론 지금은 완전한 Red Ocean.

사족으로, 스캔 라인에 끊김이 없고 자체 발광하며 익숙했던 형광 잔상이 남는 아날로그 CRT와 “어? 고장인가?” 그렇게 오인하기 십상인, 불안불안 백라이트가 필수인 LCD와 디지털화로 픽셀 경계가 분리되는 (그러나 자체 발광은 CRT와 다름 없는) OLED는 화면의 질이 다르다.

자, 골수 빈티지 매니아는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까? 그 시절의 VHS 영화, LD 영화, 16비트 게임에는 아무래도…

* 관련 글 : Sinclair FTV1 아날로그 TV의 특수 CRT


1980년대의 SONY와 기타 일본 기업이 초소형 컨슈머 제품을 만들기 훨씬 더 이전인 1972년에, 미국 텍트로닉스는 초소형 CRT를 쓰는 미니 오실로스코프를 만들었다.

* 관련 글 : Tektronix 212, 미니 오실로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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