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1932년에 설립되어 1980년대에 사라진 영국 턴테이블 제작사 BSR의 다단 적재형 턴테이블은, 귀차니즘에 전도된 소비자를 염두에 둔 기능성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16/33/45/48, 400mm × 370 × 170, 1969년.
아래에서, 톤암이 끝점까지 갔을 때… 벅스 라이프의 대벌레처럼 생긴 구조물이 LP를 한 장씩 옆으로 밀어 떨어뜨린다. 그러면, 플래터 → (마찰) → LP → (마찰) → 방금 떨어진 LP 순으로 회전. 한 면이 다 끝나면 또 한 장 떨어지고…
우산의 걸쇠를 연상하면 되는, 적재 영역의 축이 살짝 편심되어 있는, 톤암의 위치로 모든 것이 통제되는 <밀어내기 중력 낙하 방식>.
LP Stack Spindle Adapter가 펜시한 것 같지만, 여러 장 적재하기가 생각보다 번거롭고 반대 동작은 불가하며, 메커니즘은 복잡하고, 무엇보다 금지옥엽 같은 LP가 불요 접촉과 불요 마찰을 감당해야 하니까, 논리만으로는 딱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하기는…
그저 재생 시간이 너무 짧은 도넛판 수십 장을 연달아 트는 정도에서?
(표제부 사진 포함 출처 : https://www.etsy.com/hk-en/listing/1263231395/bsr-mcdonald-vintage-record-player?show_sold_out_detail=1&ref=nla_listing_details)
“요즘 디지털 재생기는 뭐든 되는데… 정말 어렵게 사셨네”
그리 어렵게 사셨던 것을 입증하는… 몇 가지 자동 체인저 구현 사례.
○ 편축형, 파나소닉 리시버
1970년대 제품. 특허 라이센스를 받은 경우로 추정하고… BSR 텐터이블과 구조가 같다.
(출처 : hangarnineteen.com/product/panasonic-3-speed-turntable-model-30-fm-am-stereo-1970s/)
○ 동축형, 독일 Perpetuum Ebner의 PE-72T
1967년 모델. 편축형과 적재된 LP를 살짝 눌러주는 보조 컨트롤 아암이 없다. 그냥… 우산 살이 접히면 LP 1장 낙하.
(출처 : https://bliss-shop.ch/en/produkt/plattenspielerplattenwechsler-pe-72-t-1967/)
무거운 ‘리어카 빽판’은 철퍼덕! 하면서 떨어질 것인데? 동축형과 편축형 중 어떤 방식이 LP 손상이 적을까?
○ 동축형, 독일 DUAL의 모델 1249
같은 방식. 총 6개 LP 취급 가능하다고.
(▲ “화장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한 장짜리 턴테이블로는 심히 부족하다. 그러니까 이것을 사라!”는 말씀이 담긴 광고 문구. 원~ 별… 무슨 화장을 하시기에?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443815738256292149/)
■ 보다 강력한 것? 주크박스 세상에서
오디오 기기가 아닌 산업용, 영업용 장비로 보는 게 합당하다. 겉보기로는 항공용 로터리 엔진 같기도 하고, 볼링장의 볼링핀 적재 시스템과도 비슷하고…
(출처 : https://www.facebook.com/photo/?fbid=2289164417986829&set=pcb.2289164484653489)
(출처 : https://www.publicdomainpictures.net/en/view-image.php?image=6352&picture=juke-box)
체적 문제로 도넛 판을 쓴 LP 주크 박스 다음에, 도넛 판보다 더 작은 직경의 매체를 취급하는 CD 주크 박스 등장.
(출처 : soundleisure.com/case-study/restoration-case-study/)
■ 카세트테이프 세상에서
죽기 살기로 아이디어 쥐어짜내기.
* 관련 글 : Philips N2408 테이프 체인저 데크
* 관련 글 : Pioneer CT-M6R 테이프 체인저 데크
* 관련 글 : SONY TC-C5 테이프 체인저 데크
* 관련 글 : Panasonic RS-296US, 회전식 카세트-데크
■ CD 세상에서
다단 카트리지 트레이를 쓰는 방식, 무조건 삼키고 기기 안에 정리해 두는 방식을 포함하여… 사실, 너무 흔하다.
* 관련 글 : 삼성전자 HT-DB600, 5 DISC DVD 플레이어 탑재 5.1 채널 A/V 리시버
■ 비디오테이프 세상에서
베타 멕스 플레이어에 연동되는 어댑터 방식. 그러니까… 기왓장으로 고스톱을 치자는 것과 같음.
* 관련 글 : SONY AG-7, 무엇에 쓰는 물건?
LP 체인저? 실물로 한번도 못보아서 ㅎㅎ
테이프체인저도 한번도 못본것 같습니다.
간단히 테이프테크가 두개 있어 한쪽이 커지면 한쪽이 돌아가는것 (가장 일반적인)은 보았는데,
정말 재미있는 시절이었던것 같습니다.
본것은 CD 체인저만 본듯 합니다 ㅎㅎ
그 많은것중 유일하게 LP만 돌아오고, 다른것은 절대 돌아올일?이 없는것 같아요,
CD가 음질이 더 좋은듯 한데, LP가 다시 살아돌아온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
다방 등 업소에서야 하루 종일 반복하는 오토 리버스나 CD/LP 체인저 시스템이 필요하겠지만, 가정용으로도 널리 팔렸다는 사실은…
사람이 기분이 좋아서 음악 감상을 할 때, LP 30여분, CDP 1시간 정도는 생리학적으로짧은 게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소주 한 병을 마셨는데 딱 한 모금만 더 마시고 싶은 것과 비슷한? 또는 귀차니즘의 극단적인 예인지도 모르고, 제작사의 돈벌이 발상인지도 모르고…
아무튼, 고장은 잘 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