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AC 공급 연결선의 둘 중 하나에만 정류 다이오드를 연결하는 ‘반파(半波) 정류’는, 구조상 리플(Ripple, 보푸라기)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뒤따라붙는 평활(平闊) 커패시터의 존재감은 더욱 커지게 되는데…
평활 커패시터가 삽을 든 사람이라고 가정하고,
1) 그 사람은, 열심히 삽질하면서 반파의 빈 공간을 채운다. 카메라가 돌면 미친 듯 삽질하던 북한의 천리마 운동 주민들이 연상됨. “먼 개고생이고?”
아무튼, 열심히 삽질한 결과는 다음과 같음. 거의 일직선이 되어간다는…
(▲ 눈으로 뚜렷하게 볼 수는 없지만 오실로스코프 왈, 연속된 계단 모양 파형의 높은 지점과 낮은 지점의 길이(=절대 전압)가 1.562V라고 한다)
2) 그렇게 다 채웠나 싶은 바로 그 순간에, 전원부에 물려 있는 어떤 회로가 삽질한 것(=전기 에너지)의 일부를 쓱~ 가져간다. 그러면 삽 든 사람은 망연자실, 모든 것은 도로 아미타불. 그리하여 계단 모양 파형이 나타나며…
(▲ 슬쩍 가져가니까 그만큼 모자람이 커진다. V_pp가 1.562V에서 2.188V로 커졌고 파형도 거칠게 변함)
3) 그렇다면 삽의 크기를 키워서, 가져가는 것을 충분히 보충할 만큼 빠르게 채우면 될 것 아닌가? 그래도 됨.
(▲ 일종의 전자부하에 해당하는 2SC2486을 통제하여 150mA를 소모하게 만든 상황에서, 1000uF + 2200uF = 3200uF이면 위 두 번째 오실로스코프 파형과 비슷하게 된다. ▼ 같은 조건에서 1000uF + 330uF = 1330uF이면 계단 모양이 뚜렷한 위 세 번째 오실로스코프 파형처럼 된다)
4) 다른 방법으로, 쓱~ 가져가는 양을 줄이면 된다.
평활 커패시터 용량을 고정한 상태에서, 150mA 소모, 100mA 소모, 50mA 소모, 그 이하 소모가 보여주는 결과는 각기 다름. 소모 전류가 작을수록 평탄함에 가까워진다. 삽질만은 규칙적으로, 계속하고 있으니까 당연한 일 아닌가?
(▲ 2SC2486의 베이스 전류를 조절하여 콜렉터-에미터 전류 즉, 소모 전류를 60mA로 설정한 경우. 이런 정도에서는 위 두 번째 오실로스코프 파형처럼 된다)
전류가 거의 소모되지 않는다면? 삽질하던 사람의 목표가 쉽사리 충족되면서… 위 두 번째 파형보다 더 좋은, 거의 Flat DC에 준하는 상태가 된다.
5) 마지막으로 삽질을 더 빨리하면? 두 배 120hz, 세 배…. Khz, Mhz 단위로 가면, (고정된 어떤 시간 동안) 채워야 할 구덩이의 체적이 작아지니까 유리하다. 그 논리는 SMPS AC-DC, DC-DC 변환 회로(모듈 또는 IC)에 적용되어 있다. 빈티지 오디오와는 무관한 것이니 Pass.
이상을 정리하면,
1) 평활 커패시터 용량이 커지면 평탄한 직류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용량으로? NO! 괜한 돌입 전류 증가에 의한 회로 손상이 생기거나 경제적으로 무효이거나 어느 정도 이상에서는 아무짝에 쓸모가 없거나.
2) 쓱~ 가져가는 것 즉, 소모 전류가 작을수록 직류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맞음. 0이면 더 좋고. 그러나 전자회로가 그럴 수는 없으니 비현실적인 이야기.
종합하면, 적당한 소모 전류를 상정하고 그것에 걸맞은 적당 용량의 평활 커패시터를 써야 한다는 뜻이 된다. 적당히, 적당히… 어떻게 평가할 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 참고.
* 관련 글 : 평활 콘덴서 용량에 대한 이야기
한편으로 시장 내 빠르고 정교한 레귤레이터 IC가 많은데, 그런 것을 쓰면 IC의 발빠른 출력 안정화 기능에 의해서 리플 대부분은 제거된다. 그런 점에서 ‘반도체 커패시터 개념’ 정도로 치부해도 좋을 듯.
* 관련 글 : AC-DC 정류 후 전압 변화 (1), 단파 정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