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수련의 수직형 올인원 컴포넌트 시리즈, 코르벳

글쓴이 : SOONDORI

“고맙습니다” 아래는 2024년 1월 7일, 김형용 님께서 탐색의 단서를 제공해 주신, 1980년대 중후반의 ‘코르벳(Корвет, Corvette*) 시리즈’. 사라진 제국의 명품이다.

* 기동성이 뛰어난 군함. 그래서 “빠르다”를 강조한 GM의 코르벳도 있는 것이고.

다음 문구를 보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 이것은 최고급 앰프 Brig-001과 Corvette-003(=Korvet 003) 턴테이블을 만든 Kirov Ladoga 공장의 제작품으로…”

구 소련 오디오 매니아와 서방세계의 호기심 많은 분들이, 아나톨리 리크니트스키(Anatoly Likhnitsky)의 <Brig-001 인티앰프>를 높게 평가하고 있으니… “당연히 특별한 것”은 당연하게 당연함.

* 관련 글 : 사라진 제국의 오디오, Brig 001

(▲ 1978년에 소개된 Ladoga 공장의 Corvette EP-003 턴테이블. 제국의 엔지니어께서 매우 단순하고 매우 원론적인 해법을 채택하였는데, 자력으로 바닥 윤활층에 밀착되는 커다란 쇠구슬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출처 : https://dzen.ru/a/Xj1XxFU8IGEyv4Q_)

당연하고 특별한 이유를 나열해 보자면,

■ 코르벳 EF-248-스테레오; Корвет ЭФ-248-стерео

본질은 앰프 내장형 턴테이블. 1986년에 소개되었고, 전작은 리니어 트래킹 방식을 채택한 1982년형 Karavella-203이다.

Direct Drive, A/B 양면 재생, 수직형 톤암, 33/45RPM, W&F 0.18%, 정격 출력 10W, 20~25Khz, S/N 65dB, THD 0.25%, 금속 프레임+플라스틱 마감, 422mm ×  165 × 447, 11.5Kg.

(이상 출처 : https://www.list.am/en/item/19706891)

(출처 : https://dzen.ru/a/XlwQ4kcjwl_YnI5r)

다 좋은데… 어떻게 수직형 스윙 아암 메커니즘을 구현했을까?

1) 전면 조작부 하단, 맨 왼쪽에 있는 플래터 구동 제어 다이얼의 오른쪽에… 기어비가 적용된 헤드셀 위치 설정 기구물이 있다. 초기 위치 설정은 완전 수동식. 그리하여, 사용자가 자유롭게 LP 트랙 또는 카트리지 다운 포인트를 지정할 수 있고…

2) 단면 재생? 설마,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후면 쪽에도 톤 암을 하나 더! A면과 B면 선택은, 어떤 전기 기계적 방법론으로 해결하면 그만이다. (아래 김형용 님과의 대화에서… 내용 수정) 그들이 바보가 아니라 글쓴이가 바보. 플래터가 있으니 후면 자동 재생은 불가. 단면 재생이다.

(▲▼ 문뜩 화살표로 표시한 와이어가 눈에 들어왔고… 궁리해 보면, LP 회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헤드쉘 각도를 보정하는 구조인 듯. 맞다면, 트랙 추종성 확보에 있어서는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지? 이상 출처 : https://rt20.getbb.ru/viewtopic.php?f=5&p=2328190)

(서방세계의 방식처럼) 오뉴월 쇠불알 톤암을 축~ 늘어뜨리는 게 훨씬 쉬웠을 것인데, 참으로 특이한 역발상 해법을 사용하였다. 뭐… 그들은 공학적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고,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됨.

■ Caravelle 203 스피커 시스템; Каравелла 203

스펙은 그냥 그런데, 디자인만은 꽤 특이함.

3 웨이, 베이스 리플렉스, Oval 중음 유닛 사용, 정격 8W, SPL 92dB, 80~16Khz, 478mm × 332 × 165, 6Kg.

(출처 : https://baraholka.onliner.by/viewtopic.php?t=25706857)

(출처 : https://dzen.ru/a/XyepEDaFGS4Rbw6-)

이상에서,

멋있다가 아니기도 하고, 특이하다가 엉뚱하고, 잘 만들었거나 망통이거나, 겉은 너무 바삭한데 속은 촉촉하고… 그렇게 사라진 제국의 오디오는 들쑥날쑥으로 꽤 신기한 편이다. 그래서 늘 관찰의 재미가 있더라. (표제부 사진 출처 및 관련 정보 열람 : https://fishki.net/3636827-unikalynoe-chudo-80h-nastennyj-proigryvately-sssr.html)

자유 회전과 진동 흡수를 담보하는 Corvette-003의 쇠구슬을 보자마자…

다양한 오지 다큐멘터리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구 소련이 버리고 간 군용 트럭의 잔상이 떠올랐다. 전체적인 상태가 매우 심각하지만,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굴러가는 차량들. 그런 것에 쇠구슬 회전 허브(Swivel Hub)가 쓰인다.

(▲ Ural-4320. 출처 : www.flickr.com/photos/nilsmosberg/38057400555)

Corvette EP-003 턴테이블의 거대 쇠구슬은 그런 기술적 익숙함에서 나온 게 아니었을까? 뭐… ‘군용’의 시각으로 ‘민수용’을 바라보면, 구 소련 오디오의 모든 것은 쉽게 이해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