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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오디오 수리비와 관리비의 산정 기준에 대한 이야기

글쓴이 : SOONDORI

대한민국 사람들은, 엔지니어가 마땅히 가져가야 할 무형의 기술료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자, 오늘부터 우리는 서로 아는 사이인데 뭘 그래?” 그런 인정(人情)과 무의식적인 사농공상적 사고에 기대는 행태 때문이려니 하지만,

기본은, <묻지 마 현물중심 주의>. 눈에 보이는 교환 부품에 대해서만 비용을 인정하는 경향과 같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여, 인켈이 만든 표준 튜너 TD-2010과 많이 무거운 앰프 SAE A502를 가지고 누군가 얼마를 받는 게 맞는지를 가늠해 보았다.

■ 대가 산정의 틀

먼저, 수리 행위와 (오버-홀의 등치어로서) 관리 행위를 분리. 그런 작업을 ‘무엇을 진단하고 부품을 교환하고 테스트하는 일련의 작업’으로 정의한 다음, 아래 비용 계산 구조를 정의하고…

표준 인건비를 계산하기 위해 적당한 참조 기준을 찾는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다.

1) (와글와글 말이 많을 항목이므로, 백보 양보해서) <2024년 소프트웨어 노임 단가표/IT 지원 기술자(=최소 기술 지식으로 활동하는 자)>의 단가를 기준으로… (20.88일 근무 조건에서) 하루 평균  21만 5천 원. 8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단가는 26,875이다. 귀찮으니까 2만 6천 원@시간으로 간주. 이것이 <봉급 받는 자>를 기준으로 계산한 것임에 유의.

투입률은 1시간 동안 다른 일 안 하고 오로지 작업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보고 1.0. 그러면 어떤 기기에 투입되는 총시간에, 시간당 인건비 단가를 곱하여 단건 거래에 사용할 <표준 인건비>가 나온다.

■ 인켈 TD-2010

이 기기는 좋은 성능의 대한민국 표준형 튜너. 작업자로 빙의하여 체득한 몇 가지 속성을 나열해 보면,

1) 대부분의 슬림형 튜너가 그렇듯 탁자 위 취급이 용이한 편이다. 수 Kg 정도로 비교적 가벼우니까. 허리 끊어질 걱정 없음.
2) One 보드. 평면 배치 때문에 전체 구조가 한눈에 이해된다.

그다음,

1) <고장 수리 Only 케이스>와 <오버홀 케이스>를 분리하되, 오버홀 케이스 가중치를 1.0으로 할당. (고장 수리 Only 가중치는 상황에 따라 그 미만인 것이 합당하다)
2) DIYer 활동과 프로의 활동은 격이 다름. 그럼에도, 대략의 경험칙으로 가늠한 오버홀 기준 소요 시간은, NET로 하루 정도? 그냥 8시간이라고 해두고…
3) 커패시터 전량 교환을 가정한 부품, 땜, 세척제 등 기타 자재의 소요 비용을 1만 원으로 간주.
4) SSG, 멀티미터, 오실로스코프 등 전자 계측 장비의 사용 년한을 4년 또는 5년으로 가정하고… 글쎄요? 아주 박하게 7천 원어치?
5) 작업공간 유지에 관련된, 사업자 유지에 관련된 기타의 비용 즉, 전기료, 수도료, 홍보비, 기타 비용 등은 전적으로 누구의 몫이라고 가정하고 Pass.

이 변수를  <대가 산정 틀>에 집어넣으면… 슬림 튜너의 오버홀에 약 31만 원.

물정 모르는 누구에게는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음. 하루에 한 대씩 TD-2010을 오버홀 하고 20일 근무하면 600만 원이다. 위에서 고려하지 않은 이런저런 비용, 사업자로서의 부대 비용을 빼면… “뭐가요?”

■ 인켈/SAE A502

이번에도 작업자로 빙의하여 몇 가지 속성을 나열해 보면,

1) 일단 대단히 무겁다. 조립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2) 그러므로 기기의 작업 위치를 설정하는 데에도 많은 품이 들어간다. 작업 시간이 쭉~ 늘어날 수밖에 없음.
3) (이런 부류 기기의 특징으로서) 전체 구조를 한눈에 파악할 수 없다.

그다음,

1) 오버홀 기준 소요 시간은 NET로 이틀 이내? 쉬지 않고 작업할 수는 없겠고… 그냥 보수적으로 20시간이라고 가정한다.
3) 커패시터 전량 교환을 가정한 부품과 기타 자재의 소요 비용은 3만 원 이내로.
4) 전자 계측 장비 비용은 튜너와 같은 7천 원. 기타 비용은 묻지 마 Pass.

결과는… 마이~ 무겁고 큰 미제 파워앰프 상당 기기의 오버홀에 77만 원.

이상은, 노화 부품을 모두 교환하고 수정하고 튠업하고 최종 테스트하고… 그럼으로써 공장 출고 상태에 준하는 상태로 작업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작업 대상별 소요 시간과 인건비 그리고… 반드시 누군가의 기술료를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

이번에는 반대쪽을 바라보면,

1) 빈티지 오디오 시장이 작으니까 관리작업 시장의 규모도 작고, 그런데 작업할 수 있고 나서는 사람은 많고…. 그래서인지 이쪽 세상은, 수요-공급 관점에서 구조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

2) WD-40을 난사하는 자, 드라이버로 후적 거리고 나 몰라라 하는 자, 어떤 이의 작업 내용을 훔쳐서 게시하는 자, 타인에게 작업을 패스하고 ‘중간 뽀찌’ 뜯기를 하는 자, 기타 불성실한 작업자 그리고 자연 노화의 아이콘인 빈티지 오디오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면서도 개살구 장터 글을 게시하는 자, 돈 만 원에 거저먹기를 하려는 빈티지 수리 시장의 소비자가 문제.

아무려나,

1) 영구 소장하고픈 빈티지 오디오가 있다면 두 배 내지 세 배쯤? 관리비용 지불을 각오하고 그것을 구하는 게 맞고,
2) 몹시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데 모든 게 부담스럽다면, 스스로 DIYer가 되는 길 밖에는 없다는 개인 의견을 적어 둠. 노력 없이 당연하게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마지막으로, 한심하게 생각했던 어떤 이의 코멘트, “내가 이걸 5만 원에 샀는데… 수리비가 5만 원이래요” 주변인의 동의를 구하는 읍소 발상에 대해서는… “정신 차리소! 백화점에 가서 새 제품을 사는 게 아닙니더~!”

* 관련 글 : 빈티지 오디오 수리비의 한계


DIYer가 되기 위한 학습 및 교류 공간은 어디가 좋을까?

○ 튜너 : 빈티지 오디오 세상의 반석과 같은 실용오디오/‘맛있는 튜너’ 동호회 코너, Daum ‘올드앤뉴‘ 카페, (제대로 방문한 적은 없지만) 윤상덕 님께서 활동하시니까 그리고 매우 타이트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니까… 네이버 카페 ‘튜너연구소‘.

○ 앰프 : 네이버 카페 ‘앰프를 만드는 사람들‘ (줄임말로 ‘앰만사’라고 하더라), 네이버 카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

○ 전원 회로 : 네이버 블로그 ‘루드비크 전원회로 설계 연구소‘.

몇 곳 더 있는 것 같은데… 당장에 떠오르는 것은 그런 정도.

 

2 thoughts on “빈티지 오디오 수리비와 관리비의 산정 기준에 대한 이야기

  1. 안녕하세요,
    글이 참 재미있습니다.

    글을보다 생각나는것이 바로 중고차가 생각이 납니다.
    처음 중고차가 르망이었는데, 무상으로 받고 수리비만 200만원? 정도 들어갔다가
    폐차한 ㅠㅠ(폐차할때 폐차대행하는 이가 얼씨구나 했다고 합니다. 수리하면서 들어간 부품이
    다시 빼서 팔아서 소고기 사먹을 정도는 되었다고 ㅎㅎ)

    신차와 중고차의 비용부담은 초기비용이 다르지만, 시간의 지남에 따라 총비용은 같아지는?
    일이 발생이 되는듯 합니다.

    비용발생을 보니 빈티지는 쉽게 다가갈수도 , 무시할수도 없는 시대의 유물임은 틀림없습니다.

    아직까지 작업현장에서 수리해 놓은 앰프를 쉴새없이 음악을 틀어대고 있는데,
    빈티지기기는
    무엇이 정답이다고 정의할수 없는것 같습니다.

    1. 미쿡에서,

      DIY 스토어 많고 솔루션 많고 OBD 스캐너 한 번 쓰자면 몇 달러 돈을 달라고 하고…
      그런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든 1초는 소중하니까 직접하든, 대리 위탁을 하든, 비용을 가늠하게는 게 맞지요. 뭐… 드라이브 쓰루에서 팁 달라고 하는 것은 금권 국가에서 고용비를 절감하려는,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사람들의 이상하고 고약한 태도이겠지만요.

      우리나라에서는,

      정비업소에서 지렁이? 그런 것으로 빵꾸를 떼우면… 그냥 가라고 하십니다. 동네 단골 정비업소에서 그런 유사한 일이 벌어지면, 아예 에쎄 담배 한 갑을 건네는데요. 네… 뭔가 교환을 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한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지사지를 못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해요. 사회 전반적으로요. A4 한 장에 한 줄이 적혀 있고 그것이 어떤 이의 인생, 어떤 이의 사업을 크게 달리할 수 있다는 가치를 생각하지 않으니… 이 한반도인에게는 Know-How Fee 개념이 매우 어색한가 봅니다?

      수리를 하든 정비를 하든 오버홀을 하든, 오디오고 자동차고 전자 장비고… 마치 사람처럼 Give & Take가 되는 것 같네요. 우리말 주고 + 받고, 영어로도 Give + Take. 그렇게…
      글자의 선/후가 다른 것처럼 만국 공통의 도덕률이 담겨 있는 것 아닐까요?

      아무튼…

      “빈티지 오디오에게 뭘 주었더니, 녀석이 좋은 소리로 보답하더라”, “타인에게 먼저 나서서 무엇을 해주었더니 바라지 않았던 뭐가 오더라”가 인생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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