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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이 날던 시절의 Nakamichi OMS-7EII CDP

글쓴이 : SOONDORI

줄줄이 늘어선 경사 버튼을 드래곤의 비늘이라고 하고…

‘나카미치 드래곤’은, 디자인 관점에서 대단히 컨셉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작명 감각도 대단히 뛰어났고.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곧바로 마음속에서 ‘드레곤 카세트데크를 만든 데크의 명가=나카미취~!’라는 공식을 만들게 됨.

그 ‘드래곤’과 어울리던 카세트 데크를 나열해 보면,

● DRAGON

모델명에  AA, BB, CC, 머시기의 두문을 붙이지 않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드래곤은 유일무이하니까, 그냥 ‘Dragon’인 게 맞음.

(▲ 기념비적 제품이었다는 방증으로서… 메인 테마로 다루는 책도 나왔던 모양이다. 무슨 SAGA 같은 느낌까지? 위인전 느낌까지? 도서의 소개 문구는,  ‘Nakamichi Complete Book, 정점을 다한 전설의 카세트 데크 브랜드, 전 기술담당 이사 고바야시 코조가 말하는 ‘그 무렵의 나카미치’…” 어쩌고 저쩌고. 출처 : https://www.ubuy.ke/en/product/1MV8XWH8C-nakamichi-complete-book-japan-cassette-deck-dragon-dr-10)

● RX-505E

수평면에서 180도 회전하는 카세트를 보면… 유원지에서 빙글빙글 도는 거시기, 유럽풍 뻐꾸기시계. 자동화 주차시설 앞에서 빙그르르~ 도는 커다란 철판이 연상된다.

● BX-300E

매우 좋지만, 누구든 그릴 수 있었던, 그리고 그렸던 디자인 틀.

https://www.hifi-archiv.info/Nakamichi/1987%20Nakamichi/index.html

면도날과 같은 느낌의 Edge Blade 감각, 적색과 블랙의 어울림 등… 그런 극도로 정제된 디자인 틀에서 OMS-7E CDP가 나왔다.

시그널 처리용 SONY CX23035 LSI, PCM54KP 16비트 DAC, 1985년 이전 제품.

그런데, 가만히 보면… 드래곤 그룹과는 살짝 결이 다르다. 강열함도 덜하고.

전설의 카세트가 안 보이기 때문인 듯 + 적색이 아닌 녹색 때문인 듯 + 아무래도 CDP에 관해서는 약점이 있는 듯. (=소니가 CDP 시장을 재패하고 뒤에서 웃고 있던 시절이었으니까) 무엇보다…

CDP는 카세트데크보다, 디자이너가 만지작거릴 수 있는 또는 가필할 수 있는 형태소의 개수가 훨씬 적다.

일단, CDP에서는 녹음 기능이 사라졌고… 디자인 천재가 용을 써도, 카세트데크 세상의 드래곤처럼 특화시키기는 어렵다는 생각. 나카미치의 약발이…

“기능이 많아야 버튼 수를 늘리고 CDP 판 2 드래곤을 만들지? 그럼, 지드래곤을 만들어?”

* 관련 글 : 드래곤이 날지 않던 시절의 Nakamichi ST-7 튜너


나카미치에 대해서,

1948년, 나카미치 에츠로가 설립한 데크 전문 제작사.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명성을 떨쳤고 1990년대 이후로는 시름시름. 2010년 언저리에서 사라짐.

다음은, 끝물의 어수선함을 그대로 말해주는 일본의 신문기사.

“… 2002년 2월 19일 나카미치, 민사 재생 수속을 신청, 부채 총액 200억 엔. 음향 기기 판매·제조의 노포로서 알려진, 나카미치(도쿄 증권 거래소 2부 상장)는 2월 19일, 도쿄지방법원에 민사재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부채 총액은 약 200억 엔. 이 회사는 컴퓨터 주변기기 등 정보 관련 기기 분야에도 참가했지만 경쟁 격화로 경영 부진에 빠져 97년부터 홍콩의 그랜드 그룹 산하에 들어가 경영 재건 중이었다. 회사는 58년(駐, 주식회사로 개편된 시점일 것)에 설립, 음향기기 메이커로서 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음향기기 시장의 시황 악화, 가격 경쟁 등의 영향을 받아, 94년경부터, 정보 관련 기기 사업을 확대시키는 경영 시책을 내세우, 미국의 컴퓨터 주변기기 개발 기업을 인수하는 등 이 분야에서 적극 전개를 도모해 매출 규모는 일시적으로 성장했지만, 격렬한 가격 경쟁 등의 부채를 받아 이들 사업은 채산이 악화됐다. 결국 동사는, 정보 관련 기기 사업을 축소, 본래의 음향 관련 제품에의 회귀를 지향했지만, 정보 기기로부터 음향기기로의 개발 이행에 노력해, 신제품 판매의 매출에의 기여가 늦어진 것, 또, 내외 불황의 영향으로 경영 상황은 크게 타격을 받았다…”

아날로그 기업이 디지털 세상의 도래에서 큰 충격을 받은 것. 그 모습은, 특정 기술에 종속된 활동이 얼마나 큰 한계를 갖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시대가 바뀌면, 기술이 무용이 되고, 그러면 잘나가던 회사는 사라지게 됨.

가만있자… 쉽게 거론할 수 있는 예가 국내 LCD 시장 내 크고 작은 중소기업들의 변천.

2000년대 초반, 갑자기 돈을 벌게 된 중소기업들이, 세월아 네월아 하다가… 고전 중이고 앞으로도 고전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서, 그 이유는…

“본다”에 관련된 신기술과 신사업이 무궁무진하게 소개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 필요한데, “본다”에 집중하지 않고, ‘LCD 패널 활용 조립/제작 사업’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본다”에 집중했다면, 엄청나게 널려있는 면(面)을 생각하고 다양한 응용 솔루션을 만들 수 있었을 것인데…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해 주어도 눈만 끔뻑거림. 쫓아와서 뭘 하자는 쪽은 국가 돈을 빼먹을 생각이 밑바탕에. 적어도 알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그렇더라.

국가 및 공공기관의 R&D 예산을 직원 인건비 등으로 쓰는 행태, 브로커에 의탁하고 나눠먹기 하는 행태 등 연구비 지원을 받아서 자신들의 특화 제품을 만들려는 생각이 처음부터 없었던… 그런 상태로 허송세월했기 때문에, 중국제 패널 유입되고 누구든,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그들이 망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 이 엄동설한에 직원들만 딱하게…

아무튼, ‘조립 공장 운영’을 참신한 ‘IT 산업 활동’으로 착각한 CEO들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

 

2 thoughts on “드래곤이 날던 시절의 Nakamichi OMS-7EII CDP

  1. 알*익스프레스에 널린 나카미치 로고 인쇄 바나나플러그들을 보고 나카미치가 아직 살아있나? 하던때가 있었는데요. 나카미치 로고가 붙은 스피커도 있는데 정작 회사는 10년 근방에 폐업이라면… 그것들은 뭘까요?? 다이소의 인켈 스피커처럼 상표권을 임대해준 경우일지 도용일지 흥미로워집니다.

    1. 아하~ 알**에 나카미치 제품이 있군요.
      ^^

      말씀대로 브랜드 가치 빌려주기가 아직 있을 것 같고요. 현재, 나카미치 브랜드 실시권을 중국 쪽에서 가져간 것으로… 네. 그런 것 같네요. 혹은 어떤 확률로, 가짜일 가능성도 있겠지요.

      참 오묘하여… 뭘 믿어야 할 지… 기준점이 없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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