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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뚜칸

글쓴이 : SOONDORI

아주 오래전, 어떤 산행길에서 급히 해우소를 찾았는데…

몇십 미터 밑으로, 고~것이 정말 시원하게 떨어지더라. 나뭇잎이 수북한 저~ 밑으로. 녀석은 그곳에서 한참을 머물다가, 고마운 비를 만난 후 조금 더 머물다가,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질 것이라고 상상하였다.

우리말 똥, 엇비슷한 발음의 영어 Dung.

본인이 직접 먹고 본인이 직접 만든 것을 매우 더럽게 생각하는 것은, 발작하며 혐오하고 멀리하는 것은 꽤 아이러니함. 밥 먹을 때 그것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이 난리 치는 것도 꽤 아이러니함.

기억하는 1970년대에는,

5촉짜리 빨간 전구 또는 반쯤 깨진 전구가 당연했던 공간을 머시기라며 멀리하였고, 흙을 곱게 덮은 밭을 무심코 걸어가면 그 아래에 그것이 발라져 있었고, 길가에 용암처럼 굳어 있는 검은 웅덩이가 있었고, 들판에 나가서 어쩔 수 없을 때는 어쩔 수 없이 처리하는 게 당연하였고… 개똥 천지였고, 장면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리어카에 큰 용기를 싣고 마대자루 같은 것의 끝에 바가지를 단 특수 도구로 거시기를 수거하는 직업이 있어다는 ~카더라 이야기도 있었고, 가끔 강아지가 빠져서 생을 달리하거나, 가끔은 사람이 빠지거나, 가끔은 혈압이 올라서 쓰러지시거나.

채변봉투 수집하던 시절의 훨씬 더 이전에. 그리고 이후에도, 똥과 똥뚜칸은 그렇게 무한 멸시를 받았다.

“처갓집과 똥뚜칸 멀~리하기”

국민 위생을 고려한 무언의 사회적 압박이었겠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사람은, 용도가 없어진 것에 대해서 대단히 잔인하다. 똥도 그렇고, 불용의 빈티지 물품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조직의 할로 이펙트에 취한 자가 퇴직 후 급히 잊혀지는 것도 그렇고.

가만있자… 어린 국민학생은, 적산가옥 안에 쭈그려 똥뚜칸이 있는 것을 보고 대단히 신기하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집 안에 똥뚜칸이 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의료계는 “주기적으로 똥의 성상과 색상을 관찰하시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똥을 받아들일만 하다고 생각하게 된 것? 뭐… 세수하고 목욕하고 샤워하는 공간을 겸하는 똥뚜칸이 바로 옆에 있으니 똥이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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