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몹시 가난한 나라가 가발을 만들다가 제철과 화학에 목을 매더니 남들 다 하는 전자 세상을 따라가면서,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당장은 GDP 3만 달러대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서 헤매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발 관세 폭탄에 위치 상승의 희망을 잃은 후위 국가들보다는 나은 형편이려니 한다.
그런 과정의 중간에, ‘전자 장치 오디오 시스템 제조’ 산업 카테고리에 많은 사람과 많은 기업이 뛰어들어 열심히 활동을 했고 그 산업이 대한민국 성장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했는데…
1) 존재가치가 대단한 독일 라디오뮤지엄은, 서음전자 표 SC-3200 카세트데크가 어디서 제작된 것인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Stereo Cassette Deck SC-3200, SeoUm, where?
Country, Germany(*),
Manufacturer / Brand SeoUm, where?
Year 1982 ?
Category Sound/Video Recorder and/or Player, Radiomuseum.org ID, 287662
사설 사이트라지만, 명망 있는 곳의 데이터베이스 등재된 것은 좋은 일이다. 워낙에 많은… 수만 종 빈티지 오디오 정보를 관리함에 있어서, 독일 제조품으로 기입한 것과 ‘Where? 꼬리표를 단 것은 단지 바빠서 그러려니하고.
그런데, 좀 억울하다?
해외 인터넷 대화에서 누군가, “그거? 당연히 일제일 꺼~여” 했을 때의 느낌. 분기탱천의 반발감 비슷한 것.
* 독일 표기는, 서음전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Siemes, Transonic-Strato와 같은 독일 브랜드의 영감 때문일 것이다.
2) 빈티지 사람들은 꼴랑 몇 대 수준으로 돌고 돌고 돌아다니는 국내용 인켈, 아남전자, 삼성, 금성 등 유명 브랜드의 것만 기억하기 십상이다. 그 밑에 있었던 하청 제작사나 가끔은 독립형이었던 제작사나 선두 제작서를 지원하던 이름 없는 후방 기업들이나, 하다못해 공장 앞 길거리 식당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일하던 사람과… 그러면서 한 달 봉급을 받아가던 이들의 존재는 상대적으로 무심하게 취급한다는 생각.
One of Them의 바쁜 세상에 당연히 그럴 수 있음. 그런데, 적어도…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Made in Korea 빈티지 오디오>를 머릿속 <유의미한 산업 활동의 결과물>로 간주하고 있는지?
오디오 극상기 동원전자 인켈이 1조 원 넘는 매출 덩어리였다는 점을 기억하면… 수천 만 명이 쓰던 글로벌 국산 장치를 국내 인력 수십 만 명이 만들었을 것인데? 응? 분할 전 한국전력 근로자 수 약 6만 명, 최근의 삼성전자는 약 12만 명, 최근의 현대자동차는 약 7만 명, 그룹 전체는 약 20만 명… 그런 조직들을, ‘대한민국을 이끄는 거대한 기업’이라고 한다. 노동집약적 빈티지 오디오 제조 산업에서, n개의 n명을 더하면 한 덩어리 조직이 되고, 시절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조직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
“Made in Korea 빈티지 오디오 산업은,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는 검은색 시골 우물과 같다”
아무튼 그래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세상에서 최대한 Made in Korea 흔적을 남겨야 한다. 미친 개가 여기저기 똥 싸고 다니는 것처럼. 그러다가 언젠가는, 모든 해외 사이트의 오류 정보가 자동 갱신이 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이 있음.
* 관련 글 : 마른 북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