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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전세 열차

글쓴이 : SOONDORI

어디를 갔는데, 아무도 없음. 무엇을 탔는데 아무도 없음.

그러면 그 공간을 다 독차지하는 게 되고… “햐~ 이런 장땡이 따로 있나?” 그러면서, “야, 니가 다 전세 냈냐?” 기차 짐칸에 신문지 덮고 누워계시던 배삼룡 씨가 깨어나서 뭐라고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가끔은, 아무도 없는, 아무 소리도 없는, 아무 일도 없는 곳에 잠시 위치해 보는 것도 좋더라. 인생이 탈취된 것처럼 신선해짐.

그러면 왜, ‘독점’을 운운할 때 흔히 ‘전세’라는 단어를 쓸까?

무단 점유도 있고 월세도 있고 자가 소유도 있고 리스도 있고 렌탈도 있는데? 1970년대나 1980년쯤이었다고 하면, 일반 서민에게는 ‘전세’가 표준형이었기 때문일 듯. 이미자 씨가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입주하고, 구공탄 또는 28 공탄 연탄을 갈던 장면이 뉴스에 나오던 무렵에는, 그런 정도가 매우 자랑스럽게 해피한 케이스였을 것. 의리의 사나이 최일구 아나운서께서 曰, “인생 뭐 있냐? 전세 아니면 뭘세~♬” 그리고 전세 관광 버스도 있고…

All is mine. 그래서 ‘전세’가 유의미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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