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처음에는 그런 줄 몰랐는데… 최근 개조된 일본 내수용 튜너를 접했기에 정리해 놓는 글.
* 관련 글 : 일본 내수용 튜너의 개조 (1)
○ FM 주파수 할당
본래는, 다소 폭이 좁은 76Mhz~90Mhz(=15Mhz)이 FM 주파수 구간이었다. 2013년에 고시하고 2014년부터 적용한 ‘와이드 FM(Wide FM)’ 정책에 의해서, TV #1~#3 채널용 90~108Mhz 구간의 일부(91Mhz~95Mhz, 5Mhz)를 잘라내어 FM 쪽에 더하기. 그리하여 현재 일본의 FM 주파수는 76Mhz~95Mhz이다.
(출처 : 일본 총무성. https://www.tele.soumu.go.jp/resource/e/search/share/2008/t2.pdf)
구간의 시작점과 끝점은 다르지만, 최소치 FM 한 토막은 우리나라 및 글로벌 표준 주파수 구간과 같아졌다. 나머지 96Mhz~108Mhz는? 디지털 방송용으로 구워 먹든가 삶아 먹든가. (일본 총무성은, 수신기가 처리할 수 있다면 108Mhz 수신도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 진짜루~ Wide!)
○ 빈타지 튜너의 종류
그동안 전파 환경에 두 단계 변화가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1) 오래된 76Mhz~90Mhz 빈티지 튜너를 가져오면, 별로 쓸 일 없음. 라디오도 마찬가지. 꼴랑 88Mhz~90Mhz 구간에 다리 걸치는 일부 국내 방송만 들어야 한다.
2) 덜 오래된 76Mhz~95Mhz 빈티지 Wide FM 튜너를 가져오면, 93.1Mhz KBS 클래식FM 정도는 잘 들을 수 있겠다. 나머지는 꽝! 수신 범위 반쪽짜리 튜너가 됨. 라디오 쪽도 마찬가지.
○ 방송국-방송국 간격, Channel Space
우리나라는 200Khz 즉, 0.2Mhz 단위. 93.1Mhz 다음은 93.3Mhz, 그 다음은 93.5Mhz… 모든 방송은 그렇게 균등하게 이격되어 있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측파대(Side Band) 영향 등 인접 방송의 혼신을 철저히 배제하려는 의도 때문에. 그리하여 93.0Mhz부터 93.2Mhz까지는, 중심 주파수 93.1Mhz로 통칭하는 KBS 클래식FM의 독점 텃밭이다.
다음은, 일본 방송국 주파수 간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료. 예를 들어, 92.6Mhz의 바로 옆인 92.7Mhz가 있음. 100Khz 단위로 이격했다? 응? 글로벌 표준은 200Khz 단위인데?
(출처 : 일본 총무성, https://www.soumu.go.jp)
‘방송국 중심 주파수 ±100Khz인 이격’은 준수하되, 워낙 방송사가 많으니까… 그냥 100Khz 단위 채널 간격으로 개국을 허용한 것이려니 함. 아마도 지역을 잘 안배하고 송신 출력도 적절히 제한하고 있을 것.
한편으로, 상시 인접 방송국의 방해에 노출되어 있는 것은 맞으니까, 일본 내수용 튜너 설계 시 RF 및 IF 필터 조합에 각별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다. 그래서 글로벌 버전과 일본 내수용 버전에 약간의 상이점이 있을 것이고.
○ 일본 내수용 튜너에서도 좋은 소리가 나올까?
주파수 할당 구간이 다르다, 인접 방송이 많다 등 환경적 특이점과 (IF단 이후에서 매한가지가 되어버리는) 프론트엔드 믹싱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공제하면, 그들의 내수용 제품이 글로벌 FM 규격을 준수하는 이상… 당연히 YES! 디엠퍼시스가 50uS이므로 상향 조정해야 함. 쉬운 일.
○ 왜 일본 내수용 튜너를 멀리하라고 하는지?
무엇보다, 수신 주파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그러면 프론트엔드 쪽 코일을 건드려야 하고 나머지도 손봐야 함. 두 가지 이상 RF 신호를 섞고 가공할 때 반드시 생기는 하모닉의 처리 문제도 있다. 필터 특성이 다를 수도 있다. 그리하여 흔히 넘어가는 이미지 방해비 등 심화된 튜너 평가 항목에서 불합격품이 될 수도 있음.
그러나 모든 것은 반드시, 어찌어찌 할 수는 있을 것. 논리상 그렇다. 자신하는 이유는… 일본 제작사가 약을 먹지 않은 이상, 완벽하게 내수용 따로, 완벽하게 수출용 따로 만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겸사겸사형으로. 그것이 기댈 수 있는 포인트.
최익의 난제는… 아날로그 튜너 다이얼 스케일을 국내용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내에서 아주 비슷하게 제작할 수 있지만, 원품이 아닌 것은 아닌 것. 또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 것이므로…
디지털 튜너의 경우는, 프로그램 변수를 바꾸거나 메인 컨트롤러 내지 주변의 어떤 핀을 조작할 필요가 있음. 문제는, 그 부분에 관한 정확한 기술 정보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작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비용 지출도 부담이 되고.
요지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안 하는 이유는 경제성 때문임.
안 하다보니까 다들 일본 내수용 튜너는 생각하지도 말라고 한다. 1만 엔짜리 일본 내수용 튜너를 냉큼 가져와서, 어떤 작업자에게든 2천 만원을 주겠다고 하면 달려들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까, 오히려 더 그러함. 모든 게 돈의 논리. “차라리 제대로 된 것을 사시라!” 결론은, 일반적인 조언이 맞는 말.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s://item.fril.jp/c1a1d14840da20113d48cbe4a9d68ea2)
다음은 참고용. 만일에 일본 내수용 L-01T 튜너를 국내용으로 개조한다고 가정하면,
1) 노란색 영역에 있는 코일 또는 트리머 커패시터의 용량 값을 달리해야 한다. 코일을 달리하려면 결선을 분리하고 몇 mm 잘라내야 함. 단계별 LC 동조 회로가 완벽하게 88Mhz~108Mhz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사례에서는, Mixer 이전 구간에서 작용하는… 눈에 보이는 원통형 코일만 6개.
2) 그다음, 왼쪽 박스의 쉴드캔을 열고… 2층 구조 OSC 블록 아래쪽에 있을 코일과 커패시터를 변경해야 한다. 어떻게? 일단 사각 블럭을 기판에서 분리해야 함. 그것은 또, 어떻게? 고열 인두기로 지지고 어쩌고저쩌고.
(▲ 작업 대상 기기에서, 에어바리콘 모듈 전체를 들어낸 흔적이 있었다. 아래쪽 OSC 코일을 건드리기 위함이었을 것. 측면 고정 나사만 풀고는… 적당히 분리가 안 되는 것일까?)
3) 전 과정을 진행하면서, 실수나 재작업이 있을 것이고… 각 단계별 수정 내용을 정확하게 평가할 고오급 계측기와 충분한 기술적 경험이 필요할 것이며, 하루 이틀 안에 끝낼 수 있는 작업도 아닐 터.
4) 내수용과 수출용을 분리할 수 있었던 제작사 연구실 수준의 다양한 고오~급 계측장비를 잔뜩 갖고 있을 사람이나 업체는… “없다”에 오배권. 튜너를 튠업하는 작업과 튜너를 개조하는 작업은 기술 수준이 크게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무려 이천오배권. 물론, 100프로가 다른 100프로가 된다는 전제에서.
탐구욕이 차고 넘치는 DIYer, 한 가지 모델을 100대쯤 만지작거려서 이제는 눈 감고도 오분 안에 다 끝낼 수 있고 계측기를 완비한 고오~급 기술자가 아니면, 어딘가에 있을 그 홍길동 씨를 잘 알고 있고 거의 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객관적 가치가 몇백만 원짜리이지만, 모종의 사유로 1/10쯤? 많이 저렴한 일제 내수용 튜너를 국내로 들여오는 것은… 뒷감당할 각오가 충분히 되어있어야 한다. 특히, 그쪽 나라에서 어떤 튜너가 조금 비실비실해지면, 이쪽보다 비씬 수리비용 때문에 재빨리 장터로, 싸게 올리는 경우가 있다는 점에도 유의.
그러면 마지막으로… FM to FM 컨버터를 쓰는 방법은? 싸구려 천지인 세상에서는, 논리만 그럴듯함.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뭐… 원래 국내용이었던 것을 구하거나 북미 시장, 유럽 시장에서 가져오는 게 정답이다.
또 마지막으로… 그 Kenwood 튜너 오버홀은 잘 끝난 것 아닌가?
글쎄요? 분명히 금방 끝나지 않았다. 글에 적지 않은, 왜 그럴까? 하면서 머리 긁는 일도 있었고… 기기 하판에 일본 현지의 A/S 확인 스티커가 있었던 것을 깜빡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빨리 체념하거나 타협했을 것. 누군가 손을 댄 기기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건드렸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 분이 너무 무리하지 않게 개조한 듯하고 또, 대체로 L과 C에 대한 캔우드 설계 마진이 넉넉해서, 그리고 PCD 회로와 고수준 PLL MPX가 있어서, 상황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재수 좋게 적당히 잘 넘어간 경우라고 생각함.
“개고생 했지만, 정말 거지발싸개 같았던… 영국 머저리 밥 스튜어트의 메리디안 튜너만큼은 아니다.”
* 관련 글 : Meridian FM 튜너 오버홀 (13), 1970년대의 메리디안에 대한 투덜거림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