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진작에 땜 작업의 패더다임이 바뀌었으니, 이제는 느즈막이라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대략은… 주사기형 솔더 페이스트(=크림 솔더) 1개와 열풍기만 있으면 된다.
* 관련 글 : 주사기로 땜하는 빈티지 세상 (1)
“보기보다 어렵지 않아요”를 입증하기 위한 간단한 작업 예시는,
■ 치약을 짜는 것처럼?
솔더 페이스트가 담긴 주사기로 섬세하게 점을 찍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주의력 분산. 피스톤을 누르는 힘, 주사기를 갖다 대는 힘, 3차원 공간에서 위치를 조율하는 힘 등 다양한 힘이 개입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함.
그럴 때는 표제부 사진의 것과 같은 몇천 원짜리 디스펜서가 장땡. (그런 도구가 있다고 가정하고) 쥐똥보다 훨씬 작고 벼룩의 간보다도 작은 점을 찍는다. 점을 찍기 어렵다면 균일한 폭의 얇은 선을 그린다.
○ Case #1 : 점을 찍다가… 점이 의도한 것보다 커졌거나 옆 패턴의 점과 섞여 버린 경우
○ Case #2 : 고의로 점과 선을 혼합한 경우. 이 경우는 어떻게 될까?
○ Case #3 : 호흡을 가다듬고 합당한 크기의 점을 찍은 경우
■ SMD 붙이기
돋보기 필수. 스탠드형이면 장땡이다. 끝이 꺾어진 핀셋 한 개 그리고 핀셋으로 집은 SMD 부품을 아래쪽으로 슬며시 내려놓는 도구 하나(=예를 들어 다이소 표, 막 쓰는 핀셋을 망가뜨려 한쪽만 사용). 그렇게 부품을 내려놓고 살짝 누른 상태에서 거침없이 핀셋을 뒤로 빼면 됨.
이 작업을 해보면, 짜장면은 반드시 두 손으로 비벼야 제맛이라는 분의 의견에 쉽게 공감하게 되고, 싸구려 핀셋과 좋은 핀셋의 차이를 극명하게 체험하게 된다. 싸구려는… 마감도 마감이지만 은근히 악력을 요구하고 그러다가 자꾸 헛발질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
부품을 다 붙인 기판 앞에서 크게 재채기하면 모든 게 엉망이 될까? NO. 솔더 페이스트는, 0.**g짜리 부품을 붙잡는 일종의 본드이다. 초 저중량 부품 입장에서는 타르 웅덩이 안에 갖혀 있는 셈이니 쥐고 흔들거나 벽에 던지지 않는다면, 대체로 조심한다면 별 문제없음.
■ 열풍기 변수 조절
처음에는 SMD의 이탈 가능성을 고려하여 풍량을 작게, 온도는 350도 정도로. 물론, 개별 상황에 따를 일이다.
■ 열풍기 갖다 대기
차분하게, 천천히 균등한 높이의 허공에서 가열.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영화 터미네이터의 T-1000이 움직이는 것처럼 녹은 납이 SMD 리드 쪽으로 스멀스멀 기어가서 붙고는, 모든 게 반짝이는 상태가 된다. 기판을 흔들지 않고 슬며시 열풍기 끄기. 10초쯤 지나서 마음대로 기판을 취급.
■ 결과물 그리고 오류가 생긴 이유
○ Case #3은, 플럭스 세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깨끗하고 양호하게 붙었다. ‘점’을 잘 찍으려고 했으니까 당연히…
○ Case #2는 폭망. 이유는 점과 선이 혼용되었기 때문에.
불균등한 열풍기의 공기 흐름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각 포인트의 납이 녹으면서 패드에 다가가려는 납물의 표면 장력 밸런스가 틀어진 탓이다 → 개인적으로 ‘점 찍기’가 ‘선 그리기’보다 더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함. 표면 장력의 통제가 더 쉽다 → 선 그리기를 할 요량이라면 힘의 밸런스를 생각해서 두 줄로 + 이쑤시개 등으로 쓱~ 그래서 플럭스의 폭과 높낮이를 균일하게.
성패의 키워드는 각 부품에 할당된 솔더 페이스트 양 그리고 벼룩 똥만큼의 높낮이의 차이.
(내용 추가) 다음은 전문적인 솔더 마스크(Solder Mask, 메탈 마스크) 판을 이용하여 정확하게 솔더 페이스트의 폭과 높이를 맞춘 사례. 원론은 이런 모습이어야 한다는…
(출처 : www.pcbmay.com/soldermask-pcb/)
○ Case #1은 사진을 못 찍어서…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수준. 그 말은, 페이스트가 약간 차고 넘치더라도 ‘녹은 납이 스멀스멀 기는 현상’에 의해서 적당히 처리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DIYer에게 매우 고마운 일이고.
(▲ 납물은 패턴 주변의 또랑 즉, 구리 동박 면보다 상대적으로 가열이 덜 되는 격벽 안에 갇히게 된다. 그리하여 납물의 서로 붙으려는 성질이 약간 틀어진 부품의 리드를 패턴 쪽으로 몰아가게 됨. 그렇게 보면, 크림 솔더는 영화 터미네이터의 T-570 버전인 듯?)
이쯤에서… 기판이 타지 않을까? 페인트에 불이 붙으면? 부품이 타지 않을까? 염려할 수 있는데, 절대 그렇지 않음.
350도로 설정했던 그러나 허공에 떠 있는 열풍기 고열이 고스란히 기판에 전달될 리 없고, 무엇보다 183도에서 녹는 솔더 페이스트가 반응한 직후에 땜이 끝날 것이니까, 그리고 화덕 피자를 굽는 것처럼, SMD 부품과 흔한 FR-4 PCB, 패턴을 붙잡는 동박 본드가 처음부터 고온에서 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니까. 부품 산업계와 땜 산업계가 다 알아서 대비하였다.
참고로 커다란 SMT 장비 안에서는 수백 도까지 여러 단계로 온도가 등락하면서 자동 땜 작업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부품별 열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예열 → 솔더 페이스트가 녹는점까지 가열 → 녹은 납물이 패드에 스며드는 시간과 기회를 제공 → 어쩌고 저쩌고 한 다음에 냉각.
DIYer가 무슨 그런 것까지… 그냥 여기저기 모두 빤짝거릴 때 열풍기를 끄거나 치우면 된다.
이상에서,
여러 개 SMD 부품을 붙일 수 있으면, 떼어낼 수 있다는 뜻이고 떼어낼 수 있으면 또 붙일 수 있고, 그러면 하루하루 빈티지화 되어가는 디지털 기기도 손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며… 다음 글에서 계속.
* 관련 글 : 주사기로 땜하는 빈티지 세상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