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 모뎀을 내장하는 팩스 머신은, 빈티지 물품로서의 가치가 크다.
○ 롤에 감긴 열전사지를 쓰다가 A4를 집어 먹는 팩스기를 쓰니까, 좋았다?
○ 공익 제보 차 한 묶음 종이 증거물을 FBI나 방송사에 팩스 전송하는 영화 속 장면은… “그거 백 프로 삑사리인데? 용지 잼이 걸려서 다 안 갈 껄? 아적~ 안심하기는 일러…” 매번 그렇게 상상한다.
○ 대한민국은 확실히 팩스, 팩시밀리의 중요성이 현격히 감소한 나라이다. 물론, 아직도 명함에는 팩스 번호 기재가 공식처럼 자리하고 있지만.
이미지 송수신 기술이 완성된 후 프린터인지 스캐너인지 팩스인지 모를 ‘복합기’ 개념이 등장하고, 와중에 매일 쌓이는 스팸 광고에 A4 복사지가 낭비되고… 그래서 홧김에 유형물 팩스를 저 멀리 구석에 처박아버리고. 그래서 인터넷 팩스도 나오고… 제지 사업자가 죽을 맛인 세상으로.
(▲ Canon 메인보드. FAX 기술의 끝점에 다다르니 이런 것 하나로 끝. 출처 : https://www.ebay.com/itm/256043068902)
○ 팩스를 초라하게 만든 것은,
1) 사무 플랫폼 관점에서 보면,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다. 요즘은, 앱 가동 후 “사진 첨부”로 모든 게 끝. 그에 더하여,
2) 어도비의 pdf 파일 규격과 jpg 파일 규격 보편화가 크게 일조한, SSL-공개 키-개인 키-어쩌고 저쩌고 고급 보안 기술이 밑에서 은밀히 떠받치고 있는, 1980년대에는 꿈의 세상으로 묘사되었던 Paperless 도래가 원인.
○ Paperless 문화에 너무 익숙한 자가, 여전히 종이 전송을 선호하는 나라의 행태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직급에 따라 도장 찍는 각도가 다르다는 그 나라에서, 코로나 시절에 모든 것을 FAX로 취합했다는 그 나라에서.
(출처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205196135i)
모든 행정 행위에 있어서 촉감으로 느끼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과거 대한민국에도 ‘복사 대조필’ 스탬프와 도장 찍기 문화가 있었다. 아? 물론, 지금도.
○ 엇박자 문화를 이야기하다 보니 생각하는 것 하나가.
제조업을 하면서 제조업이 아닌, 매우 고상한 사업을 한다고 착각하는 어떤 대한민국 중소기업에서, 지정 담당자가 A 전산 시스템의 자료를 엑셀로 내려받고 그것을 B 시스템의 화면에 키-인 입력하는 사례가 있었다. 단독 Excel 파일을 프로그램으로 읽어들이는 것도 아니고, 시스템 대 시스템을 직접 연동하는 것도 아니고. 헛~!
IT 강국이라는 단어가 습관적으로 회자되고 FAX도 사라지고 있지만, 종종 밑바닥 현실은 겉보기와 다르더라. (표제부 사진 출처 : https://www.nytimes.com/2013/02/14/world/asia/in-japan-the-fax-machine-is-anything-but-a-relic.html)
* 관련 글 : 사라진 스캐너, 여전한 스캐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