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매일, 정말 열심히 가지고 놀았다.
당연한 것이… 대학에 다닐 무렵, 아남전자 Alpex Technics 시스템 컴포넌트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우리 집에 단 하나 뿐인 오디오였으니까. 녹음 음량 조절 기능이 없는 카세트 라디오인지라 기억도 안 나는 FM 방송들의 DJ 멘트 피해가며 테이프 녹음하는 일은 상당한 테크닉(?)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다시 살펴보니 PAUSE 버튼도 없음)
다이얼을 돌리고 녹음하고 듣고 듣고 듣고 때로는 남들에게 선물도 하고. 그것 하나뿐이어서 그랬겠지만 나름 음질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표제부 사진 출처 그리고 추억 속 기기들에 대한 다양하고 많은 콘텐츠가 있는 곳 :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neogreen1&logNo=220175928285)
전자산업에 있어서 삼성전자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오로지 “금성사가 왔~다~!”였던 시절…
전면 우측에 슬라이더 볼륨, 슬라이더 톤-컨트롤, 우측에는 FM/AM 다이얼을 배치하고 기기 상면의 셀렉터들은 카세트 조작 버튼과 동일한 느낌이 나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상면 고정 볼트들이 보이지 않도록 원형 고무 마감재 세 개를 쓴 것 그리고 플레이-버튼인지 뭔지가 가끔씩 헐렁하게스리 튀어올랐던 게 기억난다. 전체적으로는 군더더기 없는 사각형에, 지금 생각해도 정말 무난하고 잘된 디자인이었다.
후면에는 ‘트란(랜×)지스터 16개, 다이오드 11개’가 표기되어 있다. 70~80년대는 몇 석(石) 반도체 갯수로 기기의 성능을 포장하고 과시하던 시절이었다. 아마도 일본식 트렌드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숫자가 크면 클수록 그 기기는 고성능에, 고가품이 된다.
80년대 초였던 것으로 기억되는 이 기기의 판매가격은 56,780원. 80년대 중반 1인당 국민소득이 3000달러(=210만 원/년)이었고 짜장면 한 그릇 가격이 500원쯤이었다 하니… 짜장면 기준 단순 환산으로는 50만 원쯤이다. 그런데 짜장면은 비교적 오름세가 둔한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아마도 셀러리맨 한두 달 치 봉급 정도는 값어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나저나 그것이 어찌 없어졌을까?
아마도 호기심에 한 번 뜯어봤겠지. 그리고 제대로 조립을 못 했다거나? 분명히 휘황찬란하고 음질이 좋은 컴포넌트 오디오가 들어온 이후, 즉시 불용기가 되었을 것이고 골방 어딘가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있다가 출가한 십 수 년 후 Goldstar Mighty XT 컴퓨터와 함께 마이크잡이 고물장수 손에 건네졌을 것이다. 어린 마음에 모든 전자 기기들의 가치를 모르고 있었던 나는… 이제와서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
* 이 기기는 미국 Realistic의 CTR-444 4밴드 카세트 라디오와 같은 모델이다. 즉, 과거 두 회사간 협업사례가 있었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