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빈티지 오디오 리모컨들의 오작동이나 불량은 인터넷 세상에서 종종 언급되는 주제이다.
사실 구조적으로는 별것 없는 매우 단순한 회로인데… 아무렇게나 보관하고 부주의하게 다루다 보면 심심치 않게 문제가 발생한다. 건전지 뚜껑 분실은 다반사. 그러다가 20년쯤 전에 단종된 리모컨도 찾게 되더라는.
어찌하다가 상태 매우 안 좋은 리모컨을 만나게 되었는데… 이 참에 오디오용 ‘빈티지 리모컨’에 대해서 탐구해보고자 한다.
■ 리모컨 회로 일반
동작 규칙은 매우 간단하다. Sender 장치가 미리 정의된 약속(=프로토콜)을 준수하는 여러 개 IR(Infrared Ray, 적외선) 펄스들 즉, 어떤 명령코드를 송출하면 Receiver가 미리 알고 있는 코드일 경우 반응하고 나머지는 버린다. 단방향 동작을 염두에 두고 있음으로 에러 교정을 위한 재송신 요청 같은 것은 없다. 수신측 반응하거나 무반응이거나.
리모컨의 가격이 꽤 저렴한 만큼… Sender 쪽은 버튼 감지 및 명령코드의 IR 발광을 처리하는 가장 단순한 기능의 8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를, Receiver 쪽은 오디오 안쪽 통합 컨트롤러와의 연동을 위해 조금 더 복잡한 기능의 Chip을 사용한다. 또는 통합 컨트롤러의 인터럽트 프로그래밍으로도 구현 가능.
(흔히 쓰이는 940nm 파장의 IR LED)
(표준형 IR 센서. 검은색 필터 + 외란 방지를 위한 쉴드가 있다. 광 감지 대역만 다를 뿐 동작 자체는 포토 다이오드나 포토 트랜지스터와 같다)
아래는 Sender쪽에 쓰이는 NXP MC9RS08KA2 8비트 컨트롤러의 회로. 두 개 센싱 라인들을 쓰되 저항값 차이를 이용하여 버튼 위치를 판별하고 있다. 핑거타입 격자형 심볼들은 흔히 볼 수 있는 ‘Silicon Carbon Dot Pad’가 맞닿는 PCB 패턴 면들의 묘사.
리모컨의 누름 수단은 박막 금속접점의 Tactile Dome형 그리고 위와 같은 실리콘 카본 도트 타입 두 가지 정도. 산업용으로 종종 쓰이는, 제대로 만든 Tactile Dome형은 비싸고 유연한 베이스 기판에 밀착되어 분리해내기도 어렵다.
(실리콘 카본 도트 패드 예시. 검은색 Dot 부분의 저항값이 100? 120? 오움 그런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 컨트롤러 IC는 고정된 건전지 전압을 기준으로 I × R = V의 값을 읽어 High, Low(=보통은 누름 상태)를 식별한다. 출처 : https://ko.aliexpress.com/i/32963394629.html)
아무튼 버튼들 Matrix를 어떻게 구현할까는 제조사 마음대로. 그리하여 동작은…
사용자 버튼 누름 → 버튼 위치 판단 → 정의된 명령코드 일방 송출 그리고 끝. (참고로 위 IC는 Reprogramming도 가능하다)
■ 원인 분류와 간이 조치
매우 단순한 빈티지 오디오용 컨트롤러(*) IC가 고장 날 확률은 거의 없다. 주된 오류, 불량의 원인은 1) 건전지 단자 오염이나 현재 전압의 문제, 2) 건전지 누액으로 PCB가 손상된 경우, 3) IR 필터를 투과하는 외란(예: 저가 삼파장 램프)의 개입, 4) 실리콘 패드 도전 면과 PCB 면 오염 정도로 정리될 수 있겠다.
* 참고로 32비트 마이크로컨트롤러에 조금 더 과격한 프로그램들이 돌아가는 최신형 지능형 리모컨의 고장요인은 다양할 것. 거의 PC/스마트폰이나 다름 없으니까.
1) 항은 단자 면 청소한 후 WD-40을 살짝 도포. 2) 항은 심각한 상태로 패턴을 재생해야 한다. 3) 항은 램프 교환 외 방법이 없는 경우. 4) 항은… “지우개로 지운다”, “도전성 페인트를 덧칠한다”, “4B 연필가루를 묻힌다”, “실리콘 패드 도트들을 비눗물로 세척한다” 등 여러 가지가… 각자 상상하기 나름.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본래 내구성 부족했던 해당 리모컨의 완벽한 복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누군가 혁신적인 특수 치료제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혹시 가변저항 관리용 DeOxIt이 효과가 있을지도? 그렇고… 동박 면이든 카본 면이든 접촉부에 WD-40 뿌리는 것은 NO!
* 관련 글 : B&O 리모컨 수리
■ 상태 정말 안 좋은 리모컨의 관찰
한 눈에 보아도… 위 2) 항과 같이 건전지 누액이 주범인 듯. 이사하다 분실했고 몇 년 후 다시 찾는 식이면 대부분 그렇게 된다. 작은 포터블 카세트, 작은 포켓 라디오 등에 있어서 종종 일어나는 일. 특히, 밀폐가 부실했던 망간 건전지는 공동의 적.
루페를 가지고 관찰을 해보니…
(▲ 패턴 일어남)
(▲ 카본 마감 부분과 PCB 패턴의 분리)
(▲ Zoom-in! 이 현상은 건전지 누액 때문이 아닌 자연스러운… 그러니까 제조결함인 듯. 물성이 다른 물질들을 본딩하고 영원히 쓰겠다는 누군가의 발상이 문제?)
(▲ 의심가는 구간들)
(▲ 이 리모컨 PCB는 사실상 2 Layers이다. 아래쪽 동박라인 ←|→ 패턴 절연 코팅 ←|→ 그리고 카본 도전 라인. 버튼들 많아서 그렇다. 돈 때문에… 그래도 아예 2층 기판으로 만들었으면 훗날 소비자들이 골탕 먹는 일은 없었을 듯)
(▲ 배선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보이는 구간들. 이런 것이 모두… 그 건전지 산성 누액 때문에)
위와 같은 상태라면 즉시 폐기하는 것이 맞지만 DIY 실험정신에 따라 최소한 몇 개 포인트라도 살려보기로 한다. 스쳐 지나간 몇 가지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유효한지를 확인해볼 겸. 그런데…
어떻게 확인? 버튼 눌렀을 때 IR LED의 발광 여부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확인할 수 있고 시중에 코드를 받고 직접 보여주는 몇만 원짜리 보드들도 있다.
* 관련 글 : 오디오 리모컨 수리 (2)
* 관련 글 : 태광 에로이카 Mainz MX-100A와 MX-100T, 관찰과 점검 (6)
[ 참고자료] 다음은 NEC의 프로토콜. 마이크로컨트롤러 데이터 통신의 일반적인 준칙에 따른다. 다른 회사들의 규격은 각자 마음대로.
(출처 및 글 : https://exploreembedded.com/wiki/NEC_IR_Remote_Control_Interface_with_8051)
안녕하세요?
아 루페로 보니..처참하군요..포탄이 백만발 정도 떨어진 1차 대전의 전쟁터 같다는 생각이..
안녕하세요?
하하하…
저는 페루 나스카 평원의 거대 문양들을 보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세상의 기술이 발전하여 모든 게 불면 날아갈 정도로 작아지고… MEMS 구조물들을 보면 더 재미있지요.
그나저나 건전지 누액이라는 게 참… 여러가지로 민폐가 크네요.
제가 송구스럽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관리하겠습니다.
오디오 리모콘 수리비가 얼마일까요?
이놈의 건전지…. ㅜㅜ.
수리점 추천바랍니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요?
User Talk 게시판에 어떤 리모컨, 어떤 상태인지, 어떤 문제인지를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수리를 하는 사람은 아니고요. 그저… 함께 생각해보고 댁에서 직접 조지할 수만 있으면… 가장 좋은 경우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