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1991년, 구 소비에트연방 해체 전에 만들어진 인티앰프.
전체를 흩어본 후 일감은, “음… 역시 탱크, 전투기, 항모를 만들던 관성으로 오디오를 만들었군!”이었고 투박한 조작감과 투박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소리는 무난하게 좋다. 참고로 라디오테크니카(러시아어 “라디오바루도바니에”)는 우리나라 인켈 정도인 브랜드.
* 관련 글 : 러시아 브랜드, RADIOTEHNIKA
이하 눈길 가는 대로 첫날의 관찰을 기록해 둔다.
Phone/AUX/TAPE1+2, DIN 규격 입력/출력, 20W@4오움, 20~20Khz±1.5dB, THD 0.3%@40~16Khz, 라인입력 200mV, 포노입력 2mV, S/N 83dB, 소비전력 80W, 430mm × 90 × 375, 9Kg, 1980년대 후반.
(▲ 일자형 나사 그리고 튤립 모양의 특이한 나사 몇 개를 포함한다. 용도가 무엇이냐면…)
(▲ 단단하고 품질이 좋은 베니어합판 사용)
(▲ 서방세계의 제품처럼 본딩을 하지 않았다)
(▲ W가 아니라 dB 단위로 표시한다. 0dB는 20W@4오움. 그래서 레벨 미터의 시원시원한 동작은… 없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조금 더 궁리가 필요한 내용)
* 관련 글 : Radiotehnika Y-7101 인티앰프의 VFD 레벨 미터 반응도 조정
(▲ 독일 등 유럽 기기에서 종종 목격하게 되는 그러면서도 조금은 더 산업용, 군사용 장치와 같은 비주얼. 커다란 은색 평활콘덴서는 전량 교체된 상태)
(▲▼ 전원 유입부와 라인 일체를 쉴드 처리하고 근접한 곳에 프리앰프, 포노앰프 등 입력 회로를 배치하였다)
(▲ 포노앰프로 추정되는 모듈)
(▲▼ 파워앰프 영역)
(▲ 트랜스포머 2차 측이 완벽히 분리된 구조이다. 어찌 보면 Dual Mono Block에 근접하는 설계인 듯)
(▲▼ 오리지널 품을 볼 수 없어서 실망스럽지만… 딴에는 수고로움을 덜었다. 제작사는 대한민국 삼화 콘덴서)
(▲▼ 새시 측면을 따라가는 전원 라인. 차폐 튜브 사용 등 쉴드 처리 수준이 높다)
(▲ VFD 드라이버 IC. 가변저항을 돌리면 다소 둔감한 dB 표시를 시원시원하게 만들 수 있을 듯)
다음은 이 기기 그리고 어쩌면 소련 오디오에 있어서 키 포인트가 될 수 있을 보호 릴레이.
완전 밀폐형에, 상당히 크고 상당히 묵직하며… 아무리 봐도 오디오용이 아니다.
어디에 맞을까? 발전소 계전기, 군용 계전기, 기타 산업용. 상상하건대 단품 제조 비용은 일반 릴레이보다 훨씬 높았을 것으로 판단되고… 어허~! 200년은 무리 없이 동작하겠다.
(▲ 내용 추가, 2022.04.02, 모델명의 정식 표기는 PЭH34. 역시 서방 세계의 이런저런 상용 릴레이와 많이 다른 모습이… (미국 등 적대 국가의 EMP 공격을 우려하였음인지?) 알루미늄 CAN 완전 밀봉, 접점 저항 0.1오움 이하, 사용 주파수 50~1,100hz, 사용 온도 -60도~125도, 200m/S/50hz~3Khz라는 엄청난 내 충격 강도, 최소 12년인 서비스 수명, 제작 회사는 옐레반 릴레이 공장. 사용처는 구 소련 시절의 무선 장비, 민간 및 군사 통신 장비, 과학 및 산업 장비, 항공 장비, 대형 메인 프레임 컴퓨터 시스템, 심지어 대공 미사일 시스템에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서방 세계 릴레이의 내부 접점 운동과 다르게 길고 구부러진 접점 상당 구조물이 밖으로 보이는 핀의 안쪽 돌출부 사이에서 수평 운동한다. 말하자면, 하우징에 그려진 배치 모습 그대로. 그래서 외부 핀 할당이 조금 혼란스럽다. 접점 재료는 질화 스트론튬 마그네슘 화합물(SrMgN))
PCB의 땜 품질은 대단히 좋다. 마치 디핑(Dipping) 처리 후 방습 라미네이트 코팅을 한 것처럼 면에 윤기가 흐르고 매우 깔끔함.
(▲ 4오움 20W, 8오움 10W 정도라면 출력이 초라한 편인데… 정류기 부착 처리는 격에 맞지 않을 정도로 강화된 상태)
역순으로 조립을 하고…
마지막으로 튜울립 나사에 대해서.
상상하건대… 일종의 납세필증? “동무, 한 대당 딱 3개만 쓰시라요. 나중에 개수 검사할끼야요. 틀리면 아오집네다”
군용 설계 컨셉이 투영되었다는 판단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 소비에트 연방은 칼라시니코프 AK-47 소총, 물량 공세로 찍어내던, 훗날 전차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경사갑판을 갖춘 T-34 탱크(미하일 코시킨 설계), 누구보다 앞선 1957년의 스푸트니크 위성 등 충분히 앞선 기술력을 가진 세상이었다. 미제, 일제는 익숙한 것일 뿐, 과거에 ‘뿔난 빨갱이’라는 가림막이 없었다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을 것.
○ 군사력 우선이었던 곳. 전투기와 양말과 오디오를 한 공장에서 만든다. 전투기 부품을 오디오에 쓰는 게 많이 이상한가?
○ 독립적인 반도체 수급 체계를 갖고 있었다.
○ 지나치게 좋고 튼튼한 릴레이와 강화된 차폐, 안정적인 전류 흐름에 집중한 배선, 턱~! 턱~! 힘껏 돌려야 하는 입력 선택 스위치, 기술적이지만 현실 감각 매우 떨어지는 ‘dB 레벨 미터’ 등 눈에 띄는 것을 더하면? 글쎄요? 군용, 산업용 냄새를 지울 수 없음.
‘잊혀진 제국의 오디오’라는 것만으로도 호기심 충만인 판에 두루 익숙하지 않아서 좋다. NICE!
이후 몇 가지 튠업, DIN 단자 제작 등을 통해 Y-7101을 DIY 소화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도전할 수 있다면 튜너, 데크, 스피커 등 여러 종, 여러 대 들여와야겠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오디오 세상에 몰입!
* 관련 글 : Radiotehnika Y-7101 (2), 회로 이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