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나 물체의 크기를 보고 판단한다.”
큰 곰, 큰 고래, 큰 맘모스 그런 큰 동물들은 먹을 게 많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강한 것이었기에… 그러니까 인류가 살아남는 과정에서 머리 속에 자리잡은 배부름과 두려움 등에 대한 관성적 사고가 있고 그것이 무의식 중에 오디오의 크기나 체적에 투영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빈티지 오디오 세상에서 커보이는 것이 당연히 그럴 듯한 물건일 것이라는 착시사례가 꽤 많다. 예를 들어 대구경의 커다란 스피커가 극상의 좋은 음을 내줄 것이라는, 실상은 허망한 기대 같은 것?
이 관점에서… 그러니까 작고 형편없는 비주얼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존재로서, 빈티지급 카-오디오들이 있다.
카-오디오, 카-스테레오 등 여하한 명칭의 자동차용 오디오는 일반 오디오나 다름없는 품질의 성능과 다양한 기능들을 담고 있음에도 일단 크기가 작고 시각적 차별성이 없으니까, 껍데기 없으니까, 비규격 콘넥터들을 쓰니까, 전원연결 등 생각할 것 많으니까, 떼어놓고 보니 지저분하니까… 급기야 “자동차용인데 뭐 있겠어?” 그렇고 그런 존재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이에 더하여, 요즘에는 모듈화, 통합화 추세에 따라 자동차 탑재 오디오가 통합형 Interface Console로 바뀌고 그러면서 과거의 독립형 카-오디오 개념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Luxman, Addzest, Clarion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은 아닐지라도 속내 꽤 좋지만 초라한 비주얼과 불편함 때문에 제대로 대접받지못하다가 어떻게든 사라지는 이곳 저곳의 빈티지 카-오디오들… 고물상에 가보면 눈, 비 맞고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태생이 자동차 부속품이니 폐차장쪽은 더 심하겠다.
( Toyota Previa. 출처 : http://media.toyota.ca/album?id=509b9fd329371a06dc000213&t=photo&p=16&s=order)
“응? 뭐야?”
사무실 한켠에 처박혀 지난 시절의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소니 카-오디오를 다시 꺼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근 20년 전, 잠시 먼 나라에 가있었을 때 몇 백 달러 주고 신품을 사서 90년대 초반형 구닥다리 도요타 밴에 장착했던 기기이다. 몇 달쯤 썼을려나?
(미드-쉽 배치 종치엔진에, 후륜구동의, 그래서 꽤나 넓직했고 별 고장없이 잘 달려주었던 미니-밴)
개인적인 추억이 묻어 있는 물건.
당장은 동작 여부를 모른다. 심지어 전원을 어찌 연결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태. 이참에 샛말로 ‘신삥’에 가까운 것을 어찌어찌 살려내서 소리 한번 들어볼까 싶다. 그러다 마음 내키면 목제 케이스 안에 넣어 일반 오디오처럼 쓸 수 있는 것 아닐지?
(서비스매뉴얼 : https://elektrotanya.com/sony_cdx-l300_l460x.pdf/download.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