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SOONDORI
심심풀이 인터넷 서핑 과정에서 이 라디오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졌다. 아버지와 아들… 그 관계식의 어떤 에피소드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80년대 초의 어느 날 아침, 아버님이 방문을 살짝 열고 뜻밖의 말씀을 하셨다.
“라디오 하나 사주랴?”
“네? 네~! 좋아요”
몇 시간 후 라디오 A를 사오셨다. 그러나 내 입은 삐쭉. 조잡한 모양새 라디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아버님은 다시 전철을 타고 종로 3가로. 이번엔 조금 더 비싼 B라는 모델을 사오셨다. 그것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버님은 아무 말씀없이 다시 종로 3가로 가셨고 꽤나 비싼 것으로 기억되는 범성전자 팬스타 라디오(Panstar IRF-605SM)를 사오셨다.
LED가 들어오는 멋진 모양새에, 검은색 비닐로 제작된 전용 케이스(원형 다이얼 부분은 투명?)에, 전용 헤드-셋(Jack이 두 개라서 둘이 동시에 들을 수 있다)에, FM 스테레오가 나오는 최첨단 라디오를 받고 나서야 만족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날 하루, 아들에게 뭔가를 선물하겠다 작심하신 아버님은 사는 곳에서 편도 한 시간 반, 왕복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세 번이나 왕복하셨다.
그리고 한 두 달쯤 지났을까? 축구부 활동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나이가 한 두 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집안 형편이 넉넉치 못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옆 자리 친구가 그 라디오를 보고 만지작 만지작 탐하기에 “너 가져!”라고 말했다.
이 에피소드를 기억할 때 마다 “나는 아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하루 종일, 그것도 같은 곳을 세 번이나 방문할 수 있을까?” 스스로 반문해본다.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임에도 나름 고가의 선물을 해주려 노력 하셨던 아버님의 성의는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소중한 물건을 대뜸 친구에게 줘버린 나는… 정말 철저하게 생각이 없었고 뭔가 모자란 녀석이었다.
이 에피소드가 생각이 날 때마다 무조건 쥐구멍으로 달려가 냉큼 숨고 싶다.
(Panstar RF-803E, 이미지 출처 및 다양한 좋은 이미지 콘텐츠가 있는 블로그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neogreen1)
(디자인 참조? 1970년대 소니 ICF-6000 라디오. 관련글 : SONY ICF-6000, 던져도 될까?)
(내용 추가, 2024.11.04) 전통의 DAUM 카페, ‘올드앤뉴라디오’에서 활동하시는 JK Lee님과 알씨보이님의 큰 배려가 있었다. 오래전에 쓴 글을 보시고, 소장하던 <범성전자 Panstar IRF-605SM 라디오>를 건네주기로 하셨다고.
* 관련 글 : 그렇게 돌아온… 철 없고 무심했던 아들의 Panstar 라디오
그런데 범성전자는 어떤 회사였을까?
2000년대 이전, 인터넷이 보편화되기 전 시절의 국내 중소기업들의 활동정보, 제품정보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으로 잡히지 않는다. 이것은 범성전자가 1990년대 또는 그 이전 시점에 사라졌거나 또는 업종 전환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다만, 아래와 같은 지면광고를 낼 만큼 나름 체급이 있는 회사였던 모양이다. 어떤 대기업 또는 해외기업의 OEM 제조를 하되 따로 자사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팔았던 비즈니스 구조를 상상해보았다. 몇 몇 국내사례에서 처럼.
(팬스타 IRF-605SM의 가격은 36,000원. 1970년대 말 즈음의 물가를 생각하면 꽤 비싼 제품이다. 출처 및 다양한 광고자료 정보 :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gotekf1)
(당시엔 환상적이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플라스틱 사출 품질은 가격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비주얼로는 상당한 기술/제조 수준을 갖고 있던 회사였다는 판단. 표제부 사진 등 출처와 글 : http://m.cafe.daum.net/OLDNEWRADIO/3MyC/1644)
희소성이 있는 제품이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장터 매물을 발견하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명확한 사유가 있으니 가격불문 무조건 구매. 마지막으로… 이런 소중한 자료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주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스페인 수출모델? 팬스타 BS-86. 출처 : https://www.todocoleccion.net/radios-transistores/mini-radio-panstar-bs-86~x103360035)
* 관련 글 : Panstar 브랜드의 범성전자는 어떤 기업?
○ 팬스타 GH-990
(출처 : https://www.tomaydame.es/producto/112280/PANSTAR-GH-990)
○ 팬스타 BS-808
(출처 : https://en.todocoleccion.net/radios-transistors/radiotransistor-panstar-am-fm-stereo~x350131914)
안녕하세요.
Soondori님, 아버님의 추억이 어린 판스타 라디오를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 소유자분(OldNew Radio)께서 제게 보내주시면서 Soondori님께 전달 여부는 제가 결정하라 하라 하였습니다. 라디오 소리는 잘 나옵니다.
한 가지 문제는 볼륨 부분 또는 이어폰 짹에서 접불 찌직거리는 소리 나옵니다.
저도 1960년대 말 초등생 시절 National T-45 단파 라디오 가지고 놀던 추억 있습니다.
이베이에서 상태 좋은 것을 보았었는데요. 그 때 구입하지 않은 것이 후회 됩니다.
필요하시면 메일 주세요.
보내드리겠습니다.
요즘 튜너에 관심 가지면서 공부하고 있는데요.
Soondori 님의 글 자주 보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안녕하세요?
세상에나… 정말 눈물나는 일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군요.
따로 이메일을 적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