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프라이드.



1987년 국내 판매 시작. 그 전에 전 국민에게 모델명을 알려달라는, 포상하겠다는 일간지 전면 광고가 나왔습니다. 영등포에 사시는 김영숙 씨에게 영광이. 신차 한 대가 갔답니다. 포드 페스티바(Festiva)가 원형 모델이지요. 영화에도 가끔 나옵니다. 구조가 간단하여 고장날 것이 없다는 1.1리터? 캬브레이터 엔진을 장착했고 대쉬보드 센터패널은 나사 몇 개 풀면 쉽게 분리할 수 있습니다.

구조 간단하고 고장 잘 안 나고 싸고 비교적 안전하며 달리는 기본 기능 만큼은 최대한 충실하게 수행하는 자동차. 그래서 대한민국형 Volks Wagen이 맞다고 생각하지요.

이후 세제 지원을 포함하는 대한민국 국민차 선정에 있어서... 저는, 이 프라이드가 선정되는 게 마땅했다고 생각했는데요. 배기량 더 작고 그러나 불안불안 해보이며 심지어 껌이 붙어서 제대로 달릴 수 없다는 마타도어가 유행했던, 서울 영등포구 예식장 출입구 앞에 무단 주차한 차를 4명이 붙어서 으싸~ 이동시키는 것을 봤습니다. 열 받으면 뭔 일이든... 아무튼 스즈키 알토(Alto)를 원형 모델로 하는 대우 티코(Tico)가 당첨되었습니다. 그리고 대우는 폴란드 등 해외 공장에서 막 찍어내며 짭짤하게 돈을 벌었다고 하지요.

그 시점 이후 기아 프라이드는 어정쩡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문 두 짝이 네 짝이되고 베타 네이밍, 옵션 가미 등 여러가지 변신을 시도했고 나름 선전하며 한참을 판매되었다가 사라졌습니다.

그런 과거의 틀을 오디오 세상에 투영을 하면,

초기 캬브레이터 프라이드와 같고 그러면서 BASIC에 충실한 튜너, 앰프, 스피커가 있습니다. 국산품으로서 또는 외산품으로서. 예를 들어 인켈 AD2/AD2A 인티앰프, 샤콘느 진공관 앰프...

그런 '프라이드형 국산 빈티지 오디오'를 마음에 그리고 다시 자동차 세상으로 가보면,

30년 전 국산 차를 아주 말끔하게 수리하고 멋있게 달리는 분을 가끔 보게 됩니다. 차 세우고 사진 한 장 찍고 싶을 만큼 경탄스러운 일입니다. 그 분들이 그 차를 유지하는 것은 국산차 매장, 외산차 매장에 가서 돈 주고 신품을 사는 것보다 더 많은 돈과 더 많은 정성과 더 많은 열정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다시 오디오 세상으로 와서,

타는 것의 대중화가 시작된 시점에 프라이드가 있었던 것처럼, 듣는 것의 대중화 시점에 <프라이드형 국산 오디오>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듣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취하려는 오디오 세상이 되어 딱히 기본기를 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프라이드형 오디오를 한 대만 갖고 있어도? 갖고 있다면? 갖게 될 예정이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