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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efunken TRX-3000 리시버

글쓴이 : SOONDORI

TRX라는 묘한 단어 그리고 3000이라는 딱 떨어지는 숫자, 블랙 톤이 상당한 압박감을 주면서… 마치 HAM 장비나 군용 통신장비, 특수 유틸리티 장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튜너부] AM/FM, FM 4련 상당 버랙터 제어 PLL 방식, 7개 메모리, 45uV@Stereo/26dB Q.S., 10~15Khz, S/N 62dB@Stereo, THD 0.15%, 분리도 40dB, [앰프부] Phono× 2/Tape× 3/MIC× 3/AUX× 2, 실효 출력 100W@8오움/2채널 BTL 구동 시, 실효 출력 50W@4오움/4채널 구동 시, 5~60Khz, S/N 63dB, THD 0.1% 이하, D.F. 24, 공통] Quadro Phonic 테이프 지원, CD-4 지원, 스피커 운용 채널 단독 모드/BTL모드/SQ모드/A/A+B/A+C, 494mm × 163 × 386, 23.5Kg, 1978년.

인켈 및 금성사와 거래를 했던 전범 기업, 텔레풍켄(*)이 가끔 과격하게 디자인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저 남들과 다르게 제품을 각인시키려는 전략으로 이해함. 그런 게 아니면 설마, 나치 깃발 나부끼던 1940년대가 그리워서였을까?

* 전범 기업 도시바, 히타치와 같은 텔레풍켄은, 1903년, Siemens社와 ‘아에게'(AEG, Allgemeine Elektricitäts-Gesellschaft)社의 합작으로 설립었고 1979년 AEG-Telefunken으로 바뀌었다가 1985년 전장분야 강자인 AEG 활동에 관심이 있던 다이뮬러-벤츠社에 인수되어 사라졌다. 오디오보다는 PAL TV 최초 개발자로서, 레이더, 메인 프레임 컴퓨터 등 보다 전문적인 산업분야, 인프라 분야에서 기술로서 두각을 나타냈던 기업이다.

“뭐꼬? 이기…” 24Kg짜리 리시버에는 뭐가 잔뜩 붙어있다.

(출처 : https://allegro.pl/oferta/telefunken-trx-3000-12414762526)

(출처 : https://www.ebay.pl/itm/Telefunken-TRX-3000-/282848091726)

(▲ 사진의 영역만 놓고 보면, 딱 HAM 장비 레이아웃. 출처 : https://www.catawiki.com/en/l/39188529-telefunken-trx-3000-quadraphonic-receiver#&gid=1&pid=9)

* 관련 글 : Quadraphonic 테이프 데크

꽉 들어찬 내부를 보면… 시각적으로 답답함.

기기 한쪽의 경첩 새시를 젖히면, (마치 책을 펼치는 것처럼) 상부와 하부 보드를 늘어놓을 수 있다.

이런 접이식 개념은 산업용 장비를 만드는 접근법이자 (조금 더 과거로 돌아가면) 군용 장비를 만드는 방식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 버랙터 통제 전압을 만들어 내는 거대한 가변 저항 뭉치)

(▲ Frequency Counter-Time Module 3가 적힌 디지털부 + 잡음 방사를 억제하는 사각 쉴드 CAN)

(▲ 사실 이 부분이 압권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렬로 늘어선 8개 모토롤라 CAN 트랜지스터를 냉각시키기 위해 FAN 구동  Duct형 방열판을 쓰고 있다)

(출처 및 글 열람 : https://old-fidelity-forum.de/thread-5827.html)

텔레풍켄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갈 데까지 가보자”는 덩치 큰 리시버를 만들었을까?

답은, “The TRX-3000 is compatible with Discrete/SQ/CD-4 decoding”에 있음.

1970년대 초반, 시대의 화두였던 Quadro Phonic, CD-4를 쫓다가… 마치 통합형 전관 방송 시스템이라도 된 양 Room1, Room2 분리 송출 개념까지 수용해버린, 다소 과격게 우람한 4 채널 리시버가 나온 것.

결국은 시장의 필요 내지 트렌드에 의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는 것인데…

눈에 불을 켜고 365일 튈만한 것을 찾는 오디오 제작사 입장에서, 4채널 오디오는 안 만들고는 못 배기는 주제였을 것이다.

참고로 아래 자료의 하단은, 더 심각한 정신 상태에서 만든 Sansui GX-33000, 4채널 파워앰프 분리형 SQ 리시버.

(▲ 튜너 프리와 파워앰프가 한 조를 이루는, 2채널 기준 450W DC 앰프로서 모델 숫자가 무려 3만 번대)

큰 덩치만큼이나 수용하거나 조합할 수 있는 사용 방법도 여러 가지. 그 시절의 소비자가 아래 결선도를 보면, “에구구! 머리에 쥐가 납니더~”라고 하셨을 듯.

계열 모델로, 2채널 60W@8오움 TRX-2000도 있다.

* 관련 글 : National SC-252 리시버


○ SQ는 Stereo Quadraphonic의 줄임말, CD-4는 Compatible Discrete 4의 약어이다.

[ 관련 글 ]
4채널 환상, Quadraphonic 그리고 CD-4
BASF 8440 리시버, 결과적으로 과했던 미래대응

○ <블랙유머로 포착한 ‘전범기업의 진실’> (경향신문, 이영경 기자, 2019.07.26, https://m.khan.co.kr/culture/book/article/201907262058015#c2b)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전운이 감도는 유럽의 풍경을 포착한 소설 <그날의 비밀> 표지의 주인공은 다소 낯선 얼굴이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장본인 히틀러도, 나치 돌격대장이었던 괴링도 아니다. 그는 2차 대전 당시 거대한 군수기업이었던 크루프사를 이끈 구스타프 크루프다. 크루프사는 현재 세계 굴지의 철강기업인 티센크루프의 전신이기도 하다. 티센크루프는 동양엘리베이터를 합병,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로 명칭을 바꾸고 한국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날의 비밀>의 프랑스판 표지 역시 크루프의 사진이며, 소설의 첫 장과 마지막 장에 모두 크루프가 등장한다. 소설을 열고 닫는 이가 모두 크루프라는 점은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무엇을 강조하고자 하는지, 전쟁의 어떤 측면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현재 우리에게 역사가 남긴 숙제는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소설은 1933년 2월20일, 독일 산업과 금융을 대표하는 스물네 명의 인물과 괴링, 히틀러의 ‘비밀 회동’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회동엔 구스타프 크루프를 비롯, 알베르트 푀글러, 귄터 크반트와 같은 이들이 참여했다. 이들의 진정한 이름은 사실 바이엘, 지멘스, 알리안츠, 텔레풍켄 등이다. “그것들은 우리의 자동차, 세탁기, 세제, 라디오시계, 화재보험, 그리고 건전지의 이름이다.”

스물네 명의 기업가는 “뇌물과 뒷거래에 이골이 난 사람들”로 “부패는 대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긴축 불가 항목”이다. 이들에게 2월20일 회동은 ‘경영자와 나치스의 미증유의 타협’이 아니라 “사업하다 보면 겪게 되는 매우 일상적 일화, 진부한 모금 활동과 다를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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